'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가 남태령 고개에서 다시 가로막혔다. 지난해 12월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도 경찰은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원천 차단해 농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산하 '전봉준 투쟁단'은 25일 트랙터 80여 대를 끌고 서울의 진입로인 남태령으로 향했다. 이들은 당초 지난해 12월처럼 트랙터를 몰고 상경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윤석열 즉각 파면 매일 긴급집회'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법원은 그러나 전날 트랙터의 서울 진입은 불허하고 트럭은 20대만 진입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투쟁단은 트랙터를 대형 트럭에 실어 남태령에 도달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대로 트럭 20대만 행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차단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27개 부대(1700여 명)와 경기남부청 9개 부대 등이 배치됐다.

전농 측과 경찰은 트랙터를 실은 트럭 이동 문제를 놓고 이날 오전부터 실랑이를 벌이다, 오후 들어서부터는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였다.
전농 측은 "움직이는 차를 갑자기 막으면 어쩌냐", "집회 참석하려고 가는 건데 왜 막느냐. 합법적인 집회다", "트럭이지 트랙터가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경찰은 "위험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세웠다"라며 번번이 차량을 막았다.
전농이 예고한 결의대회 시간이 가까이 오면서 농민과 시민, 그리고 경찰 간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양측 간 고성이 이어지면서 삽시간에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경찰이 트럭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왜 막아서느냐"며 항의하던 한 농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다수가 농민 한 사람을 에워싸면서 해당 농민이 아스팔트 위에 내팽개쳐진 채 옷가지가 들리고 속옷이 찢어지는 등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한 경찰이 트럭 이동을 막은 채 운전석 보조석에 올라타자 시민들이 "경찰이 왜 타느냐"라고 반발했고, 경찰 측은 "길 안내를 위한 것"이었다며 내려왔지만 양측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농민들은 인도 쪽 1차선 도로에 연좌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경찰이 막아 이동을 못하고 있다. 경찰이 집시법 위반하고 있다. 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나"라며 "평화 행진 보장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결의대회가 예정된 오후 2시를 넘겨서야 한 개 차선에 한해 트랙터를 실은 트럭 이동을 허용했다. 농민과 시민들은 20여 분 뒤 남태령 2번 출구 쪽으로 이동해 자유 발언으로 사전 행사를 이어가고 있던 시민들과 합류했다.
남태령 고개에 발이 묶여 있던 농민들과 시민들이 합류하자,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윤석열 파면'이 선고되는 그 시간까지 이곳 남태령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이곳이 광화문이 되고 5.18 광장이 될 것"이라며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각오로 함께하자"고 말하며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갑성 전봉투 투쟁단 서군대장은 "나라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날만 새면 걱정이 한숨이다. 110일 가까이 윤석열의 내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임도 할 수 없고 그래서 경제가 어렵다. 또 하나 나라의 대통령이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도 중단되고 나라 꼴이 엉망"이라며 "이런 것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게 안내해야 하는 경찰이, 농민들이 트랙터 몰고 서울 오면 교통이 마비된다고 하는데 교통마비 누가 시키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태옥 전여농 충남연합 회장도 "농민들이 한가해서 오는 게 아니다 엄청 바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완두콩 심고 급하게 왔는데 경찰이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해줄 줄 몰랐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오후 6시 현재까지 농민과 시민들은 남태령역 2번 출구에서 100미터(m) 가량 떨어진 곳에서 "트랙터 행진 보장하라", "농민 행진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행동도 이날 남태령에 힘을 보탰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농민들과 함께했으며, 경찰에 즉각 길을 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상행동은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이 "경찰의 근거없는 금지통고와 법원의 무책임한 결정에 멈춰"섰다며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는 물론, 농민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트랙터를 앞세운 행진이 갖는 엄중한 의미는 무시한 채 "교통 소통 및 질서유지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부당한 결정을 반복하는 경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오는 농번기에 일손을 멈추고, 논밭을 갈아야할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향하는 농민들의 요구는 단 하나"라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무장 군경을 동원해 내란 행위를 저지른 내란 수괴의 즉각 파면"이라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경찰이 계속해서 농민들의 정당한 행진을 막아선다면 우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했던 지난 12월처럼 윤석열 파면을 위한 제2차 남태령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극우세력 100여 명도 이날 농민들의 서울 진입을 막겠다며 남태령 인근에 진을 쳤다. 이들은 전농 측을 지지하며 트랙터 행진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에게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 신남성연대, 가로세로연구소 등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들도 남태령에 결집했다.
이들은 "북한으로 꺼져라", "버스 탈취해 싹 밀어버리고 싶다",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며 전농 측을 위협했다. 탄핵 촉구 집회 인원이 극우세력보다 크게 늘자 "중국인이 집회에 참여했다", "돈 받고 오는 XX들", "전라도 사람들이 주동자" 등 탄핵 촉구 시민들이 특정 지시에 따라 모였다는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경찰이 펜스를 치고 극우세력이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막아 양측 간 큰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극우세력은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가두냐"는 등 경찰에 계속해서 불만을 드러냈고, "너네(경찰) 정체가 뭐냐, 복면 다 벗어라" 등 경찰이 한국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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