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부동산 잡고 첨단 AI로 가는데, 우리는?

[경제뉴스N시선] 첨단 기술로 성장동력 옮기는 중국

최근 중국이 강력한 내수 진작책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잡고 돈을 풀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예산은 작년보다 10% 늘렸다. 이것을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대응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 국가 발전 전략에 의거한 산업 고도화의 방향 제시로 볼 것인가? 한국 언론은 대부분 전자를 강조한다.

中, 역대급 돈풀기…美가 수출 조이자 "내수로 버틸 것"(25.03.05 한국경제)

"뒷배 봐줄 테니 무조건 따라잡아라"…中, 기업에 성장 맡기고 부채줄이기 총력(25.03.03 매일경제)

中, 올해도 5% 성장 향해 달린다… 돈 풀어 내수 진작 총력전(25.03.05 조선일보)

"美제재 폭격 맞을라" 中 외국인 투자, 3년 만에 77분의1 토막(25.02.23 조선일보)

부동산 기업은 없었다…6년 전과 다른 시진핑 민간기업 좌담회(25.02.18 경향신문)

<한국경제>는 중국의 내수 진작책을 트럼프의 '관세 폭격'에 맞서기 위한 위기 타개책으로 바라봤다. <매일경제>도 중국 정부가 위기관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또 "유효 수요 부족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분쟁까지 고조"되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조선일보>는 지난해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5억 달러에 불과해 1992년 이래 가장 적은 액수였고, 외자 기업들이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3월 5일에는 올해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시장 예상치와 일치한다"고 담담하게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민영기업 좌담회에 관한 <경향신문> 보도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2018년 좌담회에 부동산 개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던 반면 올해 좌담회에는 첨단 제조업과 플랫폼 기업, 지방 농식품 기업들이 초청됐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침체의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부동산 부양을 끝까지 피했는데, 향후에도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는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를 예로 들어보자.

Why It’s So Hard for China to Fix its Ailing Economy(24.09.03 New York Times)

China’s Economy Is Burdened by Years of Excess. Here’s How Bad It Really Is(25.01.01 Wall Street Journal)

China's home prices to drop further, recovery not expected until 2026: Reuters poll(25.02.25 Reuter)

China’s Tech Sector May Rival Property as Growth Driver, BE Says(24.03.25 Bloomberg)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부동산 붕괴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은 경제개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경제가 '과잉'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과잉'이란 과도한 부채, 제조업 과잉생산. 주택 과잉 공급을 가리킨다. 사상 최대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바람에 중국의 가계 자산 18조 달러가 날아갔고, 세계 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의 고성장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로이터>는 10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의 주택가격은 2025년에 2.5% 하락이 예상되고, 2026년에는 상승으로 돌아서지만 성장 속도는 느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로이터가 설문한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약하고 회복이 더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시민이 고루(鼓樓) 앞 시가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AP

이 모든 보도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은 현실이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보도만으로는 중국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중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가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적인 그림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부동산 거품을 뺐다는 것이다. 나아가 경제의 주된 성장동력을 부동산에서 첨단기술 산업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부동산 투자는 중국 경제 성장의 엔진 중 하나였다. 후진타오 시기(2003~2012)에 토지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해 개인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했고, 지방정부 소유의 땅은 사용권을 판매해서 지방정부 예산을 충당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자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고속 성장했지만 땅값은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에는 거품이 잔뜩 끼면서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심해졌다. 자동차와 전자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도 본업보다 부동산 투자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시나리오다.

2016년 말 시진핑 주석은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고 선언했다. 2020년부터는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3조홍선(三条红线)이라 불리는 엄격한 금융 규제 지침을 도입했다. 나중에는 지방정부로도 정책을 확대 시행했다.

그러자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빠른 속도로 냉각되었다. 2021년 말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 사태를 맞이했고, 그 이후로도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속속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개별 개발업체들을 구제하지 않았다. 기업, 지방정부, 개인이 강제로 충격을 분담하게 했다.

단순히 부동산 투기만 잡자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저임금 노동력을 대규모로 활용해 저가 상품을 만들어 팔던 전략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있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자는 목표가 세워지고, 첨단산업 주도의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중국의 금융시스템도 방향을 전환했다. 부동산과 지방정부에 제공하던 대출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제공하는 대출을 늘렸다.

▲10년간 중국의 신축주택 가격 상승률(~2025년 1월까지). 출처: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

지금도 일부 개발업체들은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택가격은 반등의 징조가 없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신축주택 가격은 2022년 5월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전체 주거용 부동산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말로만 듣던 '부동산 거품 빼기'가 실행된 모습이다.

거품 빼기에는 고통이 따랐다. 코로나 팬데믹 전 중국의 건설과 부동산 부문은 연관 투자와 서비스를 다 합쳐 중국 GDP의 25% 이상을 차지했으며, 가계 자산의 70~80퍼센트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었다.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중국 경제는 소비 침체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대내외적 요인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 봉쇄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양적 성장은 주춤해졌다. 2021년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77%였지만 2024년에는 미국 GDP의 64%로 바뀌었다. 영미권의 학계와 언론은 중국의 국력이 정점에 달했다는 뜻의 '피크 차이나(Peak China)'라는 말을 자주 썼다. 미국의 바이든 전 대통령은 중국 경제를 가리켜 '시한폭탄(time bomb)'이라 부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도입한 이후의 상황을 얼마나 정밀하게 예측했는지, 얼마나 대응을 잘 했는지를 외부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GDP 성장률은? 부동산 침체 때문에 5% 성장에 머물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부동산 부문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최근 2년간 5%씩 성장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증가했으며, 신산업으로 분류되는 부문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0.2% 성장했다.

▲2017년에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GDP에 25% 정도 기여했지만, 그 기여도가 점점 낮아져서 2023년에는 20%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첨단기술(High-tech) 산업의 기여도는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Bloomberg Economics

지난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첨단산업 부문이 훨씬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에는 첨단 기술 산업이 중국 GDP의 1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피크'가 아니라 '전환'이어야 할 것 같다.

부동산 경착륙 조짐이 보이자 중국 당국은 몇 차례 대책을 내놓고 규제도 해제했다. 지방정부와 국영 부동산 개발사를 통해 미분양 주택과 유휴용지를 매입하는 등 시장 개입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언론과 부동산 업계가 기대하던 '부동산 부양책'은 아니다. 다시 부동산 거품을 일으킬 생각은 없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고부채·고회전·고레버리지' 모델의 폐단을 없애고 인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집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고부채'는 곧 영끌이고 '고레버리지'는 고위험 투자가 아니겠는가?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과도한 대출과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하겠다는 내수 진작도 한국처럼 특례대출로 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소비자 수요를 늘린다는 것이다. 우리도 참고할 지점이 있지 않을까.

중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채 문제, 부동산 침체, 청년 실업, 고령화, 무역 전쟁 등의 구조적 어려움은 당연히 존재한다. 또 첨단산업의 성장이 빠르긴 하지만 첨단산업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그래서 5% 성장률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돈을 푸는 카드를 꺼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는 장기적 성장 모델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과도한 비관론은 과거에도 여러 번 틀렸고, 현재의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부동산에 올인하는 나라에서 첨단기술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는 어렵다. 반대로 부동산 거품을 잡고 나면 생산적인 산업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딥시크 충격과 중국의 부동산 거품빼기는 서로 별개의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잡은 방법을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에, 한국은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개인들의 역량이 여전히 건설과 부동산에 많이 투입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지금처럼 '내수'가 건설과 부동산에 의존하고 자산경제가 생산 경제를 압도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밝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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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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