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문제를 알린 뒤 내려온 교육당국의 전보 명령을 거부하다 해임된 지혜복 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하던 2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노동계에서는 경찰과 서울시교육청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는 종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선전전, 항의시위 등을 하던 23명을 퇴거불응,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치하는엄마들 등 30여 단체가 참여한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희망텐트'를 치고 농성하며 지 씨의 복직과 공익신고자 지위 인정 등을 요구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사흘 간 농성 참여자들의 청사 내 개방형 화장실 이용을 막았고, 연행된 이들은 이날 교육청 영내에 진입해 이에 대해 항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행자 중 5명은 공대위 소속이고, 18명은 '희망텐트' 농성에 연대하러 온 시민이었다. 연행 과정에서는 한 시민이 다리가 부러져 구급차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공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이들에게는 어떤 무기도 없었다"며 "공공기관의 개방된 화장실 사용을 통제하고, 사과를 요구한 이들을 대규모 연행하게 한 서울시교육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도 경찰은 물론 민주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성명에서 "항의행동은 서울시교육청이 부른 것"이라며 "정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을 자처하면서 공익성을 다투는 사안에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는 성명에서 "부당함에 항의하는 것이 어찌 불법인가"라며 "진보 교육감을 자처하며 당선된 교육감은 스스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고 즉시 연행된 노동자, 시민의 석방을 요구하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3.8 여성파업 학생참가단도 "정 교육감의 행보 속에 자칭 '진보'의 가치는 완전히 무너졌다"며 "지금 당장 연행된 지 교사와 연대자를 석방하지 않고, 지 교사를 현장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 노동자에게 안전한 학교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 교사는 2023년 학교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알게 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다 부당 전보됐다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지난해 1월부터 전보 철회를 요구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 지 교사를 해임했다. 이에 공대위는 정 교유감에게 지 교사의 전보·해임 철회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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