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특검법' 국회 통과…상법 개정안은 상정 보류

여야, 반도체특별법 놓고도 충돌 계속…"패스트트랙" vs "민주당 트릭"

국회가 27일 본회의를 열고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일명 명태균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가결했다. 다만 여야 간 정책 쟁점으로 떠오른 상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명태균특검법을 재석 224인에 찬성 182명, 반대 92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대부분 반대 표결을 했고, 김상욱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특검법은 202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활용된 불법·허위 여론조사에 명태균 씨와 윤석열 당시 후보 등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골자로, 2022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지난해 총선의 불법·허위 여론조사 등에 명 씨 등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이 법안은 그럴싸한 죄명으로 포장돼 있지만 한마디로 '국민의힘 수사 특별법'"이라며 "이 무도한 특검법안은 국민의힘의 총선 과정 전반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고 우리 당 108명 의원 전체를 언제든 수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간판만 바꾼 민주당의 26번째 '정쟁 특검'"이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을 겨냥, 제2의 김대업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 원내대표는 "반헌법적이고 반정치적인 특검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이 특검법에 대해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다만 여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은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칫 중요한 시기에 정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명태균 리스크'가 조기 대선에서 우리 당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제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중도 표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본회의 통과를 추진했던 상법 개정안은 우원식 의장 직권으로 상정이 보류됐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 의장은 본회의 개의 직후 인사말에서 "오늘 의사일정에 상법 일부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섭단체 간 견해차가 크고 토론과 협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기 때문"이라며 "의장으로서 최대한 교섭단체 간 협의를 독려하기 위해 오늘 본회의에서는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자당 출신인 우 의장에게 고성으로 항의하는 풍경이 빚어졌고, 우 의장은 이들을 향해 "양해해 주시고 조금 더 협의해 달라", "의장이 이미 그렇게 결정했다. 다음 본회의까지 교섭단체 간 최대한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경제6단체를 국회로 불러 간담회를 여는 등 상법 개정안 반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우 의장은 본회의 전 헌법재판소 심판 관련 별도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이 사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당에서 '미뤄달라'고 했다. 좀더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에서는 '충분히 논의된 사안인데 더 논의해 봐야 무슨 결론이 나겠느냐'는 입장이지만 제가 양쪽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일단 이번에는 협의할 시간을 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상법 개정안 외에도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을 두고도 이견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반도체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제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법정심사기간 180일이 지나면 지체없이 처리될 것"(진성준 정책위의장, 이날 오전 민주당 원내지도부 회의에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에서 180일, 법사위에서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본회의 표결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며 "이는 오히려 '슬로우 트랙'이자, 국민을 속이는 '민주당 트릭'"이라고 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24시간 365일 초경쟁 체제에 돌입한 반도체 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330일은 운명을 바꿀 만큼 너무 늦은 시간"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의 2월 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재명 대표조차 '주52시간 예외가 왜 안 되는지 답을 못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주52시간 예외는 안 된다는 민주노총의 지령을 따르는 것"이라고 52시간 예외 조항을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52시간 예외 부분만 제외하면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2시간'은 반도체특별법 논의 초기에는 쟁점이 아니었다"며 "그것(52시간)이 과연 반도체특별법을 처리 못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냐, 동의할 수 없다. 이렇게 질질 끌려가면 법안이 언제 처리될지 모르니 압박 차원에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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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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