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김문수, 대권 속내 노골화?…"나는 약자 보살펴왔다"

金, 이재명엔 "거짓말" 때리기…"이승만·박정희가 가장 진보적" 지지층에 어필도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재강조하면서도, 대권주자로서의 '중도확장성'이 모자라다는 지적에 "제 삶의 모든 것을 다해서 약자를 보살펴왔다"고 반박하는 등 조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무얼 그렇게 잘못했나"라고 하는가 하면 "이승만·박정희 보다 더 진보적인 분이 누가 있나"라고 하는 등 보수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김 장관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나경원 의원실 주최로 열린 노동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브리핑 자리를 갖고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가', '일각에선 중도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듣고 이같이 답했다. 김 장관은 이날도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직선제 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을 헌재가 만장일치로 파면한 박근혜 대통령 판결 결과가 과연 올바른 판결이었나"라고 압박하는 등 탄핵반대 입장을 시사했는데, 정작 탄핵이 인용돼야만 가능한 조기 대선에서의 입지 관련 언급을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제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남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자리까지 해봤는데, 그 모든 과정에서 제 삶의 사명으로서 모든 걸 다해서 약자를 보살핀 것이 공직자의 첫 번째 직분이었다"고 했다. "이런 분들을 돌보는 게 정치 아니겠나"라며 "그분들과 함께 그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향해서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 바로 정치의 본령"이라고도 했다. '강성보수' 이미지에 대한 반박과 함께, 본인의 이력과 포부 등을 강조한 이 발언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대선 출정식을 연상케 한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김 장관은 "청계천의 재단보조·미싱보조 그 다림질하는 보조로부터 출발해 7년 이상 공장생활을 하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감옥만 2년 6개월 갔다 왔다",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는 부천 소사에서 의원도 3번 했고 경기도에서 도지사도 2번 했다"는 등 본인의 인생사 및 정치 이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 "어떤 후회도 없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는 등 선언적인 발언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 장관은 야권의 강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견제성 발언도 남겼다. 그는 최근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을 빼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반도체 같은 특별한 분야에 대해서 (주52시간제 예외) 이것도 안 하면서 먹사니즘을 말하나"라며 "이것도 안 하는 이들이 잘사니즘을 말 할 수 있나. 이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은 최근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대표의 '조기대선 캐치프라이즈'로 꼽히는 말들이다.

여권 내부 경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장관은 앞서 본인의 '일제시대 김구 국적은 중국' 발언과 관련 홍 시장이 "망발"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우리는 역사를 겸허하게 사실에 입각하여 올바르게 똑바로 볼 필요 있다"며 "식민지 시대에 나라를 잃고 국적을 잃었을 때의 역사조차도 우린 그걸 일부러 바꾸거나 고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때야만 위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장관은 또 본인의 여론조사 지지율 동력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윤 대통령 강성지지층에 대한 소구도 이어 나갔다. 그는 "지금 헌재의 공정성 시비가 (있고), 또 위원 선임 과정이나 재판 진행 절차 문제 등 여러가지로 (헌재에)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있다"고 강성 보수 지지층의 '헌재 흔들기'에 동참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는 "박 전 대통령이 무얼 그렇게 잘못했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체제 등으로 역사적 평가가 갈리는 역대 보수 대통령들을 두고 "대한민국의 가장 진보적인 분이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인 분이 어디있나. 우리가 배 고프고 전깃불 하나 없는 깜깜한 세상에서 이 밝고 너무나 좋은 위대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분이 진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 측과 강성 지지층의 주장인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선 과거 자신이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일 당시 선거 관련 소송을 했다며 "(확인해 보니) 별 문제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전투표 부정·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이건 정당한 의문"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의문을 보다 더 안전하고 착오가 없게 보완할 책임이 선관위에 있다", "이런 부분에서 중앙선관위가 소홀한 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의원이 인천 연수을에서 부정선거를 얘기할 때 저도 문제를 많이 제기했다"며 "그때 같이 보니까 상당한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계엄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이를 설명하면서는 "계엄에 대해 미리 많이 들었다", "계엄을 하려면 군을 완전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극복하려면) '계엄 밖에 더 있냐' 이런 말을 군 출신이나 뭐 이런 분들을 통해 들었다"며 "(나는) 단호하게 계속 거부하고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군을 장악했어야 한다는 건가'라는 지적엔 "계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12.3 계엄의 위헌성'을 묻는 질문엔 "대통령이 계엄을 하는 건 위헌이 아니라 생각한다. 헌법에 (대통령이) 계엄권을 갖고 있잖나"라며 "적합한 계엄은 위헌이 아니다. 적합했느냐 안 했느냐는 판단이 갈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이 참석한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는 여당 내 탄핵 반대파 중진들의 대표 격인 나경원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김 장관 또한 직접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엔 앞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헌토론회와 같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나란히 참석했고,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 또한 자리를 지켰다.

지도부는 여전히 조기대선에 대한 금언령을 유지하고 있지만, 탄핵심판이 종반부에 접어들며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활동은 점차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탄핵반대파 주자인 한동훈 전 대표의 2월말 출간 소식이 최근 알려지는가 하면, 이날엔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출입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만나는 등 '대권 레이스'에 본격 참전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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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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