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은 인질이나 피해자였던 사람이 인질범이나 가해자에게 공포나 증오가 아닌 연민과 온정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질병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
1973년 8월 23일 2인조 강도가 기관총으로 무장한 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가 노르말름스토리에 있는 한 은행에 들이닥친다. 이들은 은행 직원 네 명을 인질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했다. 범인들이 체포된 후 인질들을 조사한 범죄심리학자 닐스 베예로트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질들이 범인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하고, 이를 '노르말름스토리 증후군'(스톡홀롬 증후군)이라 불렀다. 오해를 피하자면, 일부 유명 사례들을 제외하곤 모든 인질이 스톡홀롬 신드롬의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
비유로서 스톡홀롬 증후군은 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단골로 소환되는 '소셜 클리셰'다. 폭력을 두고 '사랑의 매'라 강변하는 가해 선생 혹은 부모와, 그들을 옹호하는 피해 학생 혹은 자녀들에게 단골로 붙여지는 비유다.
미국의 대테러 전략 기구의 심리학자 프랭크 오크버그 박사는 스톡홀롬 신드롬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무서운 일을 경험하고 자신이 죽게 될 것을 확신하는 심리 상태를 겪는데, 그렇게 되면 일종의 '유아화(infantilisation)'를 체험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말하기, 먹기, 화장실 가기)가 통제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빵 한조각을 주는 가해자의 행위는 마치 절대자의 시혜처럼 느껴지고 원초적인 '감사'를 느끼게 된다. 프랭크 박사는 말한다.
"인질들은 포로에 대해 강력하고 원시적인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그 상황에 처하게 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합니다. 그들의 마음속으로는 이 사람이 자신을 살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롬 증후군의 특징을 이렇게 본다. 첫째,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둘째,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셋째, 자신을 구해주려 한 사람(공권력 등)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지금 윤석열과 국민의힘 사이에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계엄 포고령 1호의 제일 첫 머리는 이렇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이를 어길 시에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고, 계엄법 제14조에 의해 처단된다. 징역 3년 이하 징역이다. 미수범도 처벌된다. 정치하는 시늉만 해도 끌려간다.
정치를 업으로 삼는 결사체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체포될 뻔한 일을 겪었다.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도 막혔다. 윤석열은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을 향해 총으로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 내라는 명령을 계엄군에 직접 하달했다. 최상목에게는 국회 자금과 국회의원 월급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아예 대체 입법 기관을 만들려고 했다. 국회 해산이다.
이 모든 일을 겪고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이 윤석열이 머무는 관저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들의 밥줄을 끊고, 자신들이 뽑은 당대표를 체포하려 한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 지금 사실은 연금 상태 아닙니까? 지금 어디도 가지도 못 하고 관저에만 계시고 있고. 근데 그런 분을 체포해서 뭘 할 겁니까?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입법권과 함께 3권 분립의 또다른 한 축인 사법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판사 체포까지 검토했던 자가 윤석열이다. 계엄 이틀 전 열린 '롯데리아 회동'에서 내란 우두머리의 '비선'으로 지목된 역술인 노상원은 현직 대법관 노태악을 거론하며 "노태악이는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고 했다. 윤석열이 하달한 체포 대상 명단에는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건 아주 사적인 계엄이다.
3권 분립을 휴지통에 처박은 자를 두둔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뻔뻔하게도 '3권 분립 위태' 운운하며 오히려 판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의 '영장 쇼핑'을 옹호하며 '법원 쇼핑'엔 침묵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권력과 시민을 '내란 세력'으로 공격한다. '내란'이란 말까지도 훔쳐다 버젓이 쓰는 게 그들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스톡홀롬 증후군에 관한 현대적 해석은 "외부적으로 고립된 극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어 메커니즘"이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에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 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의 일종이란 것이다.
국민의힘은 '극우 태극기 세력'에 의해 고립된 상태에서 윤석열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인질범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태극기 세력'의 보복이 두려운 상황이다. 또한 인질범이 자폭함으로서, 보수 정당이 완전히 망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인질범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공격성을 보인다. 그래서 당대표를 납치하려 했던, 자신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했던 범죄 용의자 윤석열에게 기괴한 연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건 정치 생명의 끝, 즉 국회의원직의 상실이다. 이들은 국회의원직을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이 위헌적인 방식으로 제거하려 했던 그 국회의원직의 주인은 본인들이 아니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것이며, 단지 그들은 위임장을 받았을 뿐이다.
스톡홀롬 증후군은 당국과 국가가 인질을 보호하지 못할 때 인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개념이다.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이자 착각 현상이다. 윤석열이 이미 보수 정당을 망쳤는데, 그들은 윤석열과의 관계가 깨질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학대자를 연민하고 학대자에게 의존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스톡홀롬 증후군에 시달릴 때 권고되는 사항이 있다.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훈련된 전문가를 찾고, 경찰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것!
스톡홀롬 증후군에 시달리며 윤석열에 유대감을 느끼는 44명의 의원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피해자 시민들은 여전히 인질범의 처벌을 바라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끝장내려 한 자를 보호하려는 국민의힘의 방어 기제는 결국 자리 욕심의 발로에서 비롯된다. 그걸 우린 '국민의힘 증후군'이라 불러도 될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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