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12.3 계엄은 평화적 계엄, 포고령은 요식행위" 강변

"이건 체제 전쟁…尹 체포하면 내전" 협박성 주장까지?

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계엄 사태를 "평화적 계엄"이라고 호도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회피해 불구속 기소로 몰아가기 위한 장외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9일 석동현 변호사와 함께 외신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은 야당의 입법 독재, 탄핵 폭주로 인한 위기 상황을 알리고 나라를 반듯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80명 병력으로 국회를 무력화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냐"며 "이것도 계엄이라고 생각한다면 평화적 계엄"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비상계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내린 헌법상 권한 행사를 내란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보낸 병력들이 물리적 충돌 없이 단시간에 철수했고, 현장 병력에 '실탄을 소지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갔다면서 "(내란이 아닌) 평화적 계엄으로,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가야 하는지에 대한 절박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내란 가담자들이 검찰 수사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선 "진술이 오염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많다"며 "객관적 상황과도 맞지 않다"고 재차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용현 공소장에 내란을 모의한 정황으로 적시된 윤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나라가 위기상황이다.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게 내란을 모의했다는 것이냐"고 했다.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들은 계엄의 위헌성을 뒷받침하는 계엄 포고령에 대해선 "포고령은 계엄의 필요한 행위다. 요식행위가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깎았다.

윤 변호사는 "포고령은 수사에서 쟁점이 될 것인데, 내용은 변론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며 즉각적인 반론을 하지 않았다.

▲윤갑근(오른쪽), 석동현 변호사등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석동현 변호사 사무실에서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체포하면 평화적인 보수 시민들도 과격한 반응 할 것"

내란 혐의를 부정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보이는 '평화적 계엄' 주장은 "내전 상황", "체제 전쟁"이라는 말을 곁들인 지지층 결속용 호소로 이어졌다.

윤 변호사는 "나라의 주인은 정당도 대통령도 아니고 국민이며 국민들이 일어서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비상계엄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금 이런 혼란이 생겼는데, 이게 극복되면 대통령의 계엄이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같은 논리로 지지층을 규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석 변호사도 "대통령이 계엄을 통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아니지만, 국민에게 (상황을) 환기시키고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10년 사이에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 두번째 탄핵소추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 많은 보수우파 국민은 정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국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관저 앞에서 추운 날씨 속에 집회를 하는 분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도 했다.

석 변호사는 거듭 "대통령을 체포, 구속하는 것은 잘못됐다. 탄핵에 동의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관저 주변이) 광장이라면 더 많은 국민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 도중에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임기가 중단되거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는 것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석 변호사는 특히 "거의 내전 상황이다. 야당과 내밀하게 연결된 공수처가 무리하게 대통령에게 무력으로 체포 구금을 시도할 경우에는 분노한 국민들의 굉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가 보여주기식 체포를 강행할 경우, 좌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보수 시민들 중 일부는 과격한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석 변호사는 거듭 "체제 전쟁 성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외신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보여주기식 체포를 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건 내전으로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도 "탄핵 지지 세력들도 우리 국민이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도 "(탄핵 지지 집회에) 국민들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참여하고 있나, 아니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동원된 것이냐"고 갈라쳤다.

그는 민주노총을 겨냥해선 "완전히 정치단체가 돼 윤석열 체포조로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고 했고, 남태령 시위에 대해선 "농민단체에서 트랙터를 몰고 도로를 점령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민 다수가 계엄에 반대한다는 질문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그렇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잠시 혼란스럽지만 극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진행과 결부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속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꺼냈다.

석 변호사는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야당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재판이 끝나는 데에 4~5년이 걸린다"며 "법치주의를 떠받치는 사법부가 제대로 재판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도 "누구에게는 재판이 5년 걸리고, 대통령에게는 사법절차가 폭주하듯 달리는 게 정상이냐"며 "법치국가에서 법대로 가기 위해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고 외로운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체포 절차 패스하고 기소로 가야"

윤 대통령 측의 여론전은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체포되거나 구속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시간끌기 목적으로 보인다.

윤 변호사는 서부지법이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다시 했다"고 했다. 그는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가 "잘못된 결정이고 불법 소지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변호사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경우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고 나쁜 역사를 만든다"며 불응 의사를 재확인하고, "불법적인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하는 것은 국가 위신에 커다란 상처가 된다"고 했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을 저울질 중인 공수처를 겨냥해선 "굳이 조사에 얽매이지 말고 기소해서 재판을 받도록 하든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서 절차를 밟으라는 의미"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 무죄추정이 원칙"이라며 "지금 굳이 서둘러서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며 무리한 수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실상 공수처에 불구속 기소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윤 변호사는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고 했던 전날 발안을 재강조하며 "대통령으로서 유혈사태나 물리적 충돌로 불상사가 생기는 것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막기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이라고 포장했다.

다만 그는 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신변이나 경호문제, 영장 청구에 있을 수 있는 변수들을 고려해서 그때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런 태도가 시간끌기 아니냐는 지적에 윤 변호사는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시간을 앞당기려는 것에 수긍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가는 사람에게 왜 늦게가냐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석 변호사 역시 체포 수사 시한이 48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체포라는 절차가 긴요한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포 절차를 패스하고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든지, 구속도 필요 없다면 다음 단계인 기소로 가도 좋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그 짧은 조사를 위해 현직 대통령을 굳이 묶어서, 구금해서 조사하는 것은 조사 효율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며 "수갑 등 신체를 속박하는 도구로 대통령을 묶는 모습이나 묶여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석 변호사는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들과 재외동포들에게 국가적 프라이드를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수사상의 의도가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은 국가 위기상황과 계엄의 정당성을 공수처 일개 수사관 심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수사관과 논쟁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법원과 헌재에서 시비가 가려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소 탄핵심판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지에 대해 윤 변호사는 "횟수 제한 없이 필요하다면 갈 생각"이라면서도 '내란죄 철회' 논란 등을 언급하며 "출석 일자는 아직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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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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