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장난 같은 계엄"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위기 상황 사실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발생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재판정에서 열린 2차 변준비기일에 참석해 재판 지연 의혹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배 변호사는 "자꾸 언론이 저희가 지연한다 그런 말을 하는데, (재판을) 지연할 생각이 진짜 없다"며 "이 소송에 대해서 저희도 할 말도 많고, 질 거라고 생각해서 소송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왜 이런 위기 상황, 사실은 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발생한 것이 없는데 국민들이 볼 때는 '장난 같은 계엄'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것을) 길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배 변호사는 또 윤 대통령을 '고립된 약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경을 투입한 이유가 뭔지 의견을 내라'고 질책하자, 그에 대한 의견을 밝힐 시 언론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보도한다는 점을 내세워 구체적인 의견 피력을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대리인들이) 부정선거가 있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언론에서 '선동한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저희는 정말 상상 초월로 고립된 약자의 형태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렇게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되는 경우는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겪어봤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그냥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저희가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게 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 재판관은 "계엄을 선포한 게 12월 3일인데 지금 한 달 지났다. 그런데 아직 의견이 없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지금 답변서에는 주로 절차적인 것을 문제만 삼고 있지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배진한 변호사를 포함해 배보윤·최거훈·서성건·도태우·김계리 변호사 등 총 6명의 대리인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번과는 다른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론에 임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에 대해 "야당 대 대통령·여당", "국헌 문란 세력 대 국헌 문란 방지 세력" 간 "다툼"이라며 탄핵심판 재판장을 "집단과 집단의 대결의 장", "체제 가치·이념 투쟁의 장", "전쟁의 장", "결전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따른 적법한 것'이며 '국회 측이 탄핵의 사유가 된 내란죄를 배제한 채 재판을 하겠다는 것은 탄핵 사유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대리인들의 의견이 중복된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변론기일에서는) 중복되거나 중첩되는 식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또 "재판장이 허가하기 전에 일어나 불쑥불쑥 말하지 말라"며 "자꾸 (불쑥불쑥) 말을 하면 (재판) 진행이 너무 산만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두 차례의 준비기일을 끝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심리가 본격화된다.
수명 재판관인 이미선 재판관은 "변론 준비기일 절차는 이것으로 마친다"며 "1차 변론기일은 오는 14일 화요일 2시, 2차 변론기일은 16일 목요일 2시로 각 대심판정에서 진행한다"고 고지했다.
이에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헌재에 나올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심판 당사자는 변론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해당 기일에 당사자가 불출석할 경우, 기일을 다시 잡아야 하는 등 재판이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사자가 새로 정해진 기일에 불출석할 경우 당사자 없이도 심리가 진행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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