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 살려놔", "왜 거기 가 있어"…눈물바다 된 제주항공 분향소

[현장] 한 해 마지막 날, 참사 현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사흘 만인 31일, 유족들이 머무는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 희생자 179명의 위패를 모신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이곳에서 유족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잔인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분향소가 열린다는 소식을 유족들에게 전한 것은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협의회 대표였다. 이날 오후 5시 30분경 무안공항 2층 대합실 브리핑 공간에서 유족 앞에 선 그는 먼저 유족들을 위한 법률지원단 구성 사실을 알린 뒤, "잠깐만 기다려 주시라"더니 뒤로 돌아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삼켰다. 이어 "저희 유가족들이 첫 분향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차분하게 조문 순서 등을 설명하던 박 대표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3일 만에 저희가 첫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울먹였다. 젖어든 목소리로 그는 "많이 늦어진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아무리 뛰어다녀도 제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안 된다. 늦은 시간에 제사를 올리게 된 점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유족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어 오후 7시경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열렸다. 분향소 안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구조물이 디귿(ㄷ)자 형태로 설치됐고, 그 위에 3단으로 희생자 179명의 위패가 세워졌다. 몇몇 위패 옆에는 검은 액자에 담긴 영정사진이 같이 놓였다. 일가족의 위패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도 보였다.

첫 조문객은 유족대표단이었다. 이들은 먼저 두 번 큰 절을 올린 뒤 울면서 가족의 위패 앞에 하얀 국화를 헌화했다.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장, 정부 관계자 등이 조문한 뒤 유족들의 조문이 길게 이어졌다.

한 유족은 딸의 위패 앞에 국화를 높은 뒤 그 앞에서 "왜 거기 서 있어. 왜 거기 가 있어"라며 꺼이꺼이 울었다. 잠시 후 분향소를 나섰다 다시 뛰어 들어온 그는 "살려놔. 살려놔"라고 소리치며 "니 엄마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 돼. 어떻게 해. 우리 애기 살려놔"라고 목놓아 외쳤다.

다른 유족은 분향소 밖에서 위패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언니야"를 외치며 울먹였고, 분향소에 들어서서는 "우리 애기는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다. 또 다른 유족은 "우리 언니 어떻게 해. 이 젊은 나이에 무슨 일이야"라며 흐느꼈다. "○○아, □□아"라며 목숨을 잃은 두 가족의 이름을 연달아 부르며 눈물 짓는 유족도 있었다.

분향소에 들어오고 나가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기는 모든 유족이 마찬가지였다. 조문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도, 유족들이 거주하는 공항 안 임시 텐트에서도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의 조문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낮부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온 대학생 김우혁 씨(22)는 "참담한 상황을 겪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국화를 준비해 들고 왔다"며 "유족들이 있는 이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 조문을 위해 무안국제공항을 찾아와 유족인 친구의 가족과 인사 나누는 시민이나, 조문을 마친 뒤 "잘 챙겨 먹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지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이 지나고 새해가 시작된 뒤에도 한동안 유족들은 무안공항을 한동안 떠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현재 179명의 희생자 중 5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시신 수습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운영을 시작한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24시간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전국 17개 시·도 및 66개 시·군·구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를 오는 4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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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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