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습니다"…제주항공 '기체 결함' 주장 나오는 배경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 인한 엔진 이상 추정…국토부 "엔진 이상과 랜딩기어 고장 연동되는 경우 없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최소 177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의 주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운데, 기체 자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항공안전 총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설명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날 사고 발생 6분 전인 이날 오전 8시57분쯤 사고기에 조류 활동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1분 만에 사고기 기장이 긴급 구조 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고, 그로부터 5분 뒤 추락 및 충돌 사고가 났다.

이날 극적으로 생존한 사고기 승무원 중 한 명 또한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며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목격담을 구조대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다만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바퀴) 고장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가 고장 나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조작할 수 있다"고 했다. 조류 충돌로 엔진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사고기는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착륙 장치가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비행기 동체를 직접 땅에 대 착륙하는 방식)했고, 결국 속도를 줄이지 못한 사고기가 공항 방호벽을 그대로 충돌하며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조류 충돌 외 기체 결함 문제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이력이 없었던 비행기"라며 기체 결함설을 일축했다.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적으로 받았고 이 항공기에는 이상이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제주항공이 엔진 고장을 조류 충돌로 속였다는 의심을 받아 결국 국토부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날 온라인에서는 제주항공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글이 재조명됐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지난 2월 '제주항공 타지 마라'라는 글을 작성한 A 씨는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다.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적었다.

또다른 직원으로 추정되는 B 씨는 '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목이 자극적이지만 사실이다. 현재 제주항공 정비의 현실"이라며 "(제주항공)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을 일하며 밥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일한다. 쉬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비사들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 수명 갉아먹으면서도 안전하게 정비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상황이 언제 큰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니까"라고 했다.

국토부는 향후 사고 원인 분석과 관련해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가 외국에서 제작된 데다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 상황을 조사해야 해 장시간 소요된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이날 사고로 오후 9시 현재까지 총 탑승자 181명 가운데 생존자는 2명이며, 사망자 177명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실종자 2명에 대해선 계속 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269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225명 사망)에 이어 3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항공 사고로 기록될 예정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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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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