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내 이탈표를 겨냥해 "여당 요구를 대폭 수용하겠다"고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그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온 친한(親한동훈)계는 민주당 제안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심을 따르기 위해 그동안 여당 의원들이 밝혀온 요구들을 대폭 수용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준비해 1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거듭 밝힌다"며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이 민심을 따를 생각이 있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진지하게 특검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심은 특검법을 반드시 하라는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 민심 운운하던 한 대표가 길을 잃고 역주행하고 있다"고 한 대표를 정면 조준했다. 그는 "한 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안색을 바꿔 특별감찰관만 임명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말한다"며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채상병 국정조사도 이미 한 대표가 특검의 찬성 입장을 밝혔던 만큼 국민의힘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국민의힘 또다시 민심에 역행한다면 정권과 여당은 민심의 성난 파도에 흔적도 없이 휩쓸려 사라지게 될 것이다. 보수의 괴멸을 피할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2개 혐의에 국한하는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가 끝난뒤 "특검은 제3자 추천을 방식을 수용해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대법원장이 4인을 추천하고 그중에서 야당 측에서 2명을 골라서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채해병 수정안과 골격은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현재의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이 많고 야당 추천 특검을 임명하는 위헌적 법률안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줄인 수정안을 제출해 여권의 동참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계파를 막론하고 민주당의 요구를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분위기다.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본회의를 고작 이틀 앞둔 시점에 자기들이 상임위원회에서 날치기로 강행 처리한 법률안을 다시 뜯어고쳐서 통과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부부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인지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양상"이라고 비꼬았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수정안을 급히 제출하겠다는 것 자체가 특검법 원안이 위헌적 인권유린법이자, 삼권분립 파괴법이라는 것을 실토한 것이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법률을 여야 협상 없이 마음대로 수정해서 본회의에 직접 제출하겠다는 것도 의회민주주의 반하는 입법독재"라며 "수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민주당의 입법 농단에 국민의힘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 "꼼수 악법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원내대표는 "나라의 법률을 만드는 일을 정략적 흥정 대상으로 취급하고,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 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며 "꼼수 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 민주당은 졸속 특검법 수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나쁜 특검법을 발의한 데 대해 먼저 국민께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특검법 수정과 같은 얕은 꼼수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 1심 재판 생중계 요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내심 이탈표를 기대했던 한동훈 대표 측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친윤 원내지도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수정안 발의에 대해 "친한계를 꼬시는 정치적 '플러팅'"이라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것 같은데, 저희가 탄핵의 문을 열어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플러팅' 등 비유에 대해 "정치적으로 친한동훈(계)한테 '이 정도까지 우리가 양보해 주면 니들 좀 넘어오지 않을래?'라는 식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옛날 동화에서도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했지만 결국엔 잡아먹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이 아무리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대통령 헌정을 중단시키려는 야당 의도에 저희가 맞춰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민주당은 헛된 꿈 그만 꾸라"고 했다.
박 의원은 나아가 "저희 한동훈계는 지금 명태균 씨 수사가 진행되고 구속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인데 여기서 굳이 특검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동훈 대표도 특검은 헌정질서를 중단시키려는 야당의 의도라고 보고 반대한다", "한 대표도 생각 비슷하다. 야당이 저렇게 해도 이번에도 결국에는 이탈표가 별로 없을 것이고 지난번보다 오히려 적어지지 않을까"라고 자신했다.
이같은 낙관론의 근간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의 여권 내부 갈등국면 봉합이 있다. 박 의원은 "지난번에는 대통령이 사실 약간 고집을 부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한동훈 대표의 5대 요구사항을 사실상 대부분 다 수용을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사과하셨고 변화하려는 여러 모습을 보이고 민심 눈높이를 대통령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추진할 수가 있나.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수정안 제안에 대해 "안 먹힐 것", "효력이 0일 것", "저희 당의 동요는 1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 부총장은 "민주당이 어제 갑작스럽게 14개 혐의를 2개로 줄이고 제3자 특검 어쩌고 한 것은 지난주 토요일 집회가 폭망한 것의 결과"라며 "지금 민주당은 전략적 파산 상태다. 장외집회도 1차, 2차(로 가며) 더 늘어야 되는데 오히려 줄고 있다. 장외에서 수가 안 보이니 이런 식으로 원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꼼수가 어제 나온 특검법 수정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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