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하루 앞둔 6일, 국민의힘은 친윤·친한 등 계파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의 이튿날 메시지를 기다려보자며 숨을 죽였다. 친한-친윤계 간의 계파 갈등도 이날 하루 동안은 침잠하는 양상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에 대해 '특별한 잘못이 없다'고 감싸거나, 반대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주장하는 등 돌출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오후 국회에서 5·6선 중진 의원 간담회를 열고 "내일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이날 회의 직후 언론에 공지했다. 한 대표가 강조해온 '변화와 쇄신'이란 단어가 포함되긴 했지만, 앞서 그의 발언 수위와 비교해 보면 차분한 어조였다.
앞서 친윤·비한계 의원들은 '변화와 쇄신'의 주도권을 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아닌 용산이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한 대표와 각을 세워왔는데, 해당 의견 또한 어느 정도 반영된 '로우-키' 기조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4시께에는 3·4선 중진 간담회도 연이어 주재, 3·4선 의원들에게도 별도의 의견을 청취했다. 한 대표는 오후 6시께 회의를 종료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대통령께서 담화를 준비할 시간이니 저희가 안에서 한 얘기를 따로 공개하진 않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 담화 내용을 기다리고, 대응은 이후의 일'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계파에 따라 그 강조점이 달라지기도 했다.
비한계 나경원 의원은 회의 직후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그냥 지금은 기다려야 되는 시기"라며 담화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이후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후로 당과 대통령실이 함께 가서 당정일치의 힘을 모아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정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엔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 대표에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친윤계 권영세 의원도 회의 직후 "어쨌든 지금은 대통령실, 혹은 대통령이 주도해서 여러가지 쇄신이라든지 개혁안을 만들어서 또 시행하는 그런 게 필요하다는 얘기도 (회의에서)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반면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 담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하는 자리였다", "(구체적인 판단은) 내일 기자회견 담화문을 읽고 판단하기로 했다"면서도 "일부 의원님들은 여전히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의견은) 지금 현재 민심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조 의원은 △담화에 영부인 관련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담화 이후 용산의 인적쇄신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안건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그게 담겼으면 좋겠다", "제 개인적인 판단은 (인적쇄신은) 대폭 했으면 좋겠다"고 대통령실을 겨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거부할 시 독소조항을 수정한 김건희 특검 수정안 추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하신다"면서도 "제 마음은 그렇다", "혹시 야당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가 하는 그런 우려를 하시는데, 사실 그건 아니다. 우리가 주도하면 우리 게 된다"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친윤계 일각에서도 강성 발언이 이어졌다. 일명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김건희 여사의 이런 활동은 사실 밖으로 미주알고주알 누군가가 흘러내서 그렇지, 통상 대한민국의 공인 가족들이 해오던 것을 특별히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표와 최재영 목사,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공과 사의 영역이 변환되는 과정에서 세밀하게 관리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면서도 "선거 과정에 남편을 돕기 위해서 하셨던 말씀들을 녹음해 가지고 지금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은 어느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 불참해 묘한 해석을 낳기도 했지만, 기자들과 만나 "난 다른 일이 있다"며 "자꾸 다른 해석을 하지 말라. 나는 내 일정이 있고, 대표님은 필요에 의해 회의를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계속 (일정을) 같이하면 각자 일을 못하지 않나"라고 투톱 갈등설 진화를 시도했다.
추 원내대표는 "(한 대표와) 불편한 기류가 있을 게 전혀 없다. 불편할 이유 하나도 없다"며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상의할 게 있으면 언제든 할 것이고, 지금은 그렇게 사이가 좋고 안 좋고 타령할 때가 아니다. 서로 힘을 모아서 여러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자꾸 여러분이 가정에 의한 억측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추 원내대표가 자신이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국민담화 일정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한동훈 패싱' 논란이 재차 인 데 대한 해명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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