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남성연대, 페미니스트 집단괴롭힘으로 형사처벌 받았다

배인규 대표 포함 8명 형사처벌…피해자 "내가 죽어야 하나 생각도…인셀 테러 고리 끊어야"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 및 단체 구성원들이 2년에 걸쳐 페미니스트 활동가에게 집단괴롭힘 행위를 이어오다 최근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지방법원 약식63단독(판사 최영각)은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김주희 '팀 해일'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 대표에게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을 적용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남성연대 사무실에서 네이버 카페 '신남성연대'에 글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의 카페 회원들이 이를 보고 피해자를 비난하도록 했다"며 판결문에 선고 이유를 적시했다.

배 대표의 주장에 동조해 집단괴롭힘에 가담한 신남성연대 구성원 12명에 대해서도 모욕,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혐의가 인정됐다. 가해자 중 7명은 형사처벌, 5명은 교육이수 조건 기소유예가 내려졌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 및 신남성연대 구성원들이 페미니스트 단체 '팀 해일'의 집회 장소 인근에서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세계일보 유튜브 갈무리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페미니스트 모임 '팀 해일'을 결성해 페미니즘 백래시(반발)로 이익을 얻는 정치인·유튜버 등을 규탄하는 릴레이 시위를 전국에서 벌여온 페미니스트 활동가다. 신남성연대는 '김 대표가 남성혐오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2년에 걸쳐 집단괴롭힘 행위를 가했다.

배 대표는 팀 해일의 시위 현장에 찾아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애들", "쳐다보지 말라고, 싹 죽여버릴라니까" 등 폭언과 협박을 가했다. 그는 물총으로 시위 참가자들에게 여러 차례 물을 뿌려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으며, 김 대표의 얼굴 사진을 피켓·휴대폰 케이스로 제작하는 등의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배 대표는 이러한 집단괴롭힘 행위들을 촬영해 유튜브·아프리카TV 등에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폭력성이 심해지자 유튜브는 "괴롭힘, 폭력, 위협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를 금지하는 유튜브 정책을 여러 번 또는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2021년 7월 신남성연대 채널을 정지 조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대표는 채널이 복구되자 김 대표를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을 비하하는 영상을 계속해서 올렸다.

또한 집단괴롭힘 가담자들은 김 대표에게 전화·메시지 등을 통해 폭언을 수십 번씩 보내거나 온라인에 "OO에 불붙여서 태워죽이고싶다", "메갈은 OO에 사시미가 안들어가냐" 등 살해 협박성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네이버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기사 댓글에 김 대표에 대한 모욕성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

▲2021년 김주희 팀 해일 대표에게 온 전화와 메시지 ⓒ김주희 '팀 해일' 대표

김 대표는 이같은 집단괴롭힘으로 불안감과 자살 사고 증상이 발생하는 등 정신건강이 나빠져 일상이 어렵게 됐다. 특히 신남성연대가 '간호사인 김 대표가 남성 환자를 해치고자 고의로 의료사고를 냈다', '고소인이 단체 활동비를 횡령했다' 등 자신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트릴 때에는 '내가 죽어야만 저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사람들이 믿어줄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해 배 대표를 비롯한 집단괴롭힘 가담자들을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명예훼손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배 대표는 같은 해 12월 유튜브 채널에 피소 소식을 전하며 "여러분들이 회사(신남성연대)로 천 원씩 보내준다 한다면 저는 그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김주희에 대한 무고죄 고소를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공표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모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명예훼손이 법적으로 인정돼 앞으로 좀 더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재판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신남성연대가 자신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에게 하는 행위가 '인셀 테러(온라인을 통한 여성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 혐오 범죄를 양산하고극단주의로 치닫는 광기의 원인은 명백하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여성혐오로 인한 사회적 재난 사태에 빠져 있다. 이제는 인셀 테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팀 해일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신남성연대 네이버 카페에 게시된 자신의 합성물을 보고 있다. ⓒ프레시안(박상혁)

김 대표는 자신에 대한 신남성연대의 허위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과 법적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조선일보>가 신남성연대 측이 제기한 허위사실을 '남혐 발언 의혹'이라고 보도한 뒤로 수많은 언론들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언론이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언급함으로써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신남성연대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쓴 언론들과의 법적 다툼을 통해 가해자들의 괴롭힘이 공론장에서 마이크를 쥐어 줄 만한 목소리였는지 묻고 싶다"고 고소 취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경하 변호사(이경하 법률사무소)도 "많은 언론들이 신남성연대를 비롯한 남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유포하는 피해자의 신상이나 허위정보를 사실확인이나 윤리적 검증 없이 '논란'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도해 마녀사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재판은 여성에 대한 집단괴롭힘을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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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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