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연내 주민투표 '빨간불'

오영훈 도지사의 최대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연내 주민투표 실시가 사실상 어려울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예례 휴양단지와 한라산.ⓒ프레시안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 8일 제주 지역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3명과 함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연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했다.

하지만 정책 핵심인 제주의 행정구역을 3 개시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고, 도의회에서는 연내 주민투표 무산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당초 2026년에 치러지는 지방 선거 적용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한규 의원이 도내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기초자치단체 설치만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동제주시, 서제주시 분리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힌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11일 성명을 내고, 당시 건의 내용에는 "제주도정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웠던 제주의 행정구역을 3 개시 체제로 나누겠다는 내용은 빠졌다"며 "이는 사실상 연내 주민투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또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면서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고, 성안 된 내용을 도민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개편안이라고 자평하면서 내세웠는데, 이제 와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슬쩍 뒤로 감추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꼼수 개편안이 등장한 배경에는 제주시를 양분하는 안에 대한 민주당 내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도의회에서도 연내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하성용 의원은 7일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한 행정 질의에서 "당초 제주도는 지난 9월 말까지 주민투표 여부를 확정하고, 60일 동안 준비 과정을 거친 뒤 12월에 투표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연내에 주민투표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당초 목표는 2026년으로 하고 있지만 연기될 경우, 다음선거 (2030년 제10회 지방선거)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자위 박호형 위원장은 "현재 국회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 22명 중 12명이 초선의원"이라며 "국회 개원이 4개월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초선 의원들은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전혀 모른다. 초선 의원을 상대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이해와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공무원들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미흡한 건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주민투표 연내 실시가 어렵다는 것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정부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부지사는 "행안부에서 검토하는 행정 실무편람 절차가 있고 거기에 행정구역 조정 시 사전 검토 사항이라는 기준이 있다"면서 "그 기준에 따라 행안부가 검토하고 있고, 제주도가 자료를 제출한 상태며, 추가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이 제주 남부 지역인 서귀포시 예산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현기종 의원은 11일 오순문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한 행정 질의에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할 뿐, 예산 편성 등 불이익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서귀포시 예산과 관련 "서귀포시는 현재 특별법에서 정한 기준인 40%를 갖고 오는데 반해, 3개 시로 나눠지게 되면 28%만 갖고 오게 된다"며 "행정체제 개편으로 인해 축소되는 예산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이어 "보통교부세 3% 정률을 유지하고, 재정조정 제도를 갖고 와서 서귀포시에 줄어드는 예산을 보충하겠다고 하지만, 행안부에서 재정조정권을 주겠느냐"면서 "이러한 보통교부세 3% 확보가 안 되고, 재정 조정 제도를 제주도가 가져오지 못한 상태에서 3개의 행정체제로 나눠졌을 때, 서귀포시는 최대 약 7천억 원의 예산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현 의원은 "주민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홍보하고 난 뒤 주민투표에 임해야 된다"며 "예산 보장 등이 되지 않으면 저는 기초단체 부활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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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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