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재명 원망 않아…'정치는 줄 잘 서야' 교훈 될까 겁난다"

설암 투병기 공개 "혀 25% 절제"…민주당에 "운동장 넓게 쓰고 중원 장악해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이 4.10 총선 후 처음으로 지난 소회 및 향후 정치 장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의원은 7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총선 공천 당시 사실상 당 지도부로부터 배제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가 제일 두려운 게 뭔지 아세요? 초선의원들, 혹은 정치 후배들, 정치를 하려고 하는 초년생들에게 "야, 너 박용진 알지? 박용진처럼 그렇게 하면 죽는 거야. 소신? 그런 거 없어. 정치인은 줄 잘 서야 돼, 알았지?" 이렇게 가르칠까 봐 겁나요.

박용진이 그런 바람 부는 대로 눕고 물결 치는 대로 흘러가는 그런 정치의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는 그런 교훈의 사례가 되지 않으려면 제 정치 드라마가 여기서 끝나면 안 되죠. 여기서 끝나면 막장 드라마고요. 박용진의 드라마는 30부작 대하드라마로 끝을 내고, 상식 있는 사람들이 승리하고, 소신 가진 정치인들이 박수받고, 합리적인 정치가 주목받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할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도 그렇고 저를 응원해 주던 분들도 '정치는 그냥 이런 거구나, 진짜' 이렇게 주저앉으실까 봐 겁이 나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만일에 대통령이 되지 않고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들 그랬을걸요? '노무현 정신'을 지금은 얘기하지만 아마 (그가 대통령이 못 됐다면) "노무현이라고 알지? 자기 원하는 대로 하다가 YS 안 따라가고…. 역시 정치는 파벌이고 보스 잘 따라가야 된다" 이렇게 남았을 거라고요.

박 전 의원은 발군의 의정활동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 당시 '하위 10%'라는 이례적 평가를 받아 경선에서 30% 페널티 적용 대상이 됐고, 그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북을의 민주당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 조수진 변호사가 줄줄이 사퇴한 이후 한민수 의원이 전략공천됐다. 박 전 의원은 이 과정에서 앞의 2번은 경선에서 패배했고, 마지막 전략공천과정에서는 아예 배제됐다.

박 전 의원은 총선 당시의 소회에 대해 "원망하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다 지나간 일"이라며 "저는 이재명 대표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진심이다"라고 했다. 그는 "본인도 최선을 다한 결과이지 않겠느냐. 박용진에 대해서 그렇게 한 것도 본인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며 "정치가, (그) 최선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래서 중요한 건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일을 할 거냐, 어떻게 다시 일어설 거냐"라며 정치 재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해 "내 집 마련, 내 차 마련, 자녀의 교육, 가족의 건강 그리고 노후 자산, 이 5가지를 들어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고 정부가 할 일"이라며 "그런데 뭐 그렇게 다른 거 가지고 싸우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오히려 부동산 망쳐, 노후자산 제대로 수리 못 하고 연금 가지고 왔다갔다 우왕좌왕해, 자녀 교육 가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시험이 어렵네 쉽네 해가면서 사교육하고 싸워, 건강 문제는 대통령이 또 저렇게 불안하게 만들어 놔버렸다"며 "오히려 정치가 국민의 소박한 꿈을, 산통을 깨뜨리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정말 반성하셔야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폭주라고 하는 단어, 모든 정치판이 그냥 다 국민들한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야당 정치인들이 하는 건 그냥 소리가 큰 오토바이 정도라면 윤 대통령은 폭주 기관차"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역, 야당역은 패스해도 그동안 그런 사람들 많이 있었지만 한동훈역, 여당역도 패스해버리지 않느냐"며 "서야 될 때 안 서고 막 질주하고 있는 폭주기관차인데 여기 기관사가 김건희, 천공, 이런 분들이라는 거 아니냐. 이게 국민들로서는 진절머리가 날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운동장 넓게 쓰자"며 "축구로 치면 '내가 왼쪽에서 잘 뛰니까 왼쪽만 뛸 거야' 하면 수비수가 다 막는다. 운동장 넓게 쓰고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 손흥민처럼 뛰어다니셔야지 한쪽으로만 뛰면 큰일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둔 설연휴에 설암 수술을 받았던 일에 대해 이날 방송에서 전후 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경선이 한참 진행될 때인데요. 혀에 이상 징후가 있었다"며 "설암은 눈에도 보이고 혀 표피에 생기는 암 종양이라 눈에 보이고 아프다. 처음에는 그냥 좀 심한 구내염인가보다 하다가 갔더니 암 판정받고 수술해야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설연휴 기간에 입원해 있었고, 사람들은 연휴 기간에 그전에 해놨던 인터뷰나 유튜브가 나가니까 몰랐을 테고 저도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수술은 잘 됐는데 혀의 일부를 절제했다. 가만히 들어보시면 약간 발음이 샌다는 느낌이 있으실 것"이라며 절제 부위에 대해선 "우측 측면의 25%"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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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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