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대표가 당정 만찬서 인사말도 못해" vs 친윤계 "발언 기회 충분"

韓 '언론플레이' 공방도 지속…김재원 "대통령 궁지로 몰아", 장동혁 "독대가 007작전인가"

현안 논의 없이 '빈손 회동'으로 끝난 당정 만찬을 두고 국민의힘 내 친윤계와 친한계 참석자들이 상반된 의견을 내보였다. 친한계에선 "알맹이가 없었다"는 평가 속에 한동훈 대표가 "건배사나 인사말씀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반면 친윤계에선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다시 요청한 것을 두고도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고 평가가 갈라졌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25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당정 만찬에 대해 "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따로 없었다"며 "만찬만 하고 결국은 끝나는 자리가 되어서 좀 아쉽다"고 평했다. 그는 "보통 그런 자리면 당 대표가 인사말씀을 한다"며 "그런 계제에 조금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를 했다"고 만찬 진행상황을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특히 "그런 만찬자리였으면 당연히 당 대표로서는 적어도 인사말 정도 공식적으로, 아니면 어제 술은 전혀 없었지만 건배사나 이렇게 인사말씀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또 그런 말씀 정도는 준비하지 않으셨을까"라며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한 대표가 모두발언 등으로 현안 관련 논의를 할 기회는커녕, 공식적인 발언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시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지금 여러 가지 민생 현안이라든가 의정갈등이라든가 김건희 여사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 것이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궁금해 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특히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만찬을 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강조한 대통령실 측 브리핑을 두고 "모여서 화기애애하든 안 하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국민들이 당면한 어떤 이슈들에 대해서 문제점들에 대해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했느냐라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무리 화기애애한 것처럼 보여도 알맹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전날 만찬에선 윤 대통령 주도로 체코·한국 등 국내외 원자력발전소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당 측 참가자들은 이에 화답하거나 '추임새'를 넣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그게 화기애애하면 화기애애한 건데 그게 본질적인 부분들, 지금 현재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부분들을 얘기한 건 아니"라고 평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즉석 대화를 기대해 20분가량 일찍 만찬현장에 도착했으나, 결국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만찬의 목적 자체가 '상견례' 수준이었으니, '현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될 건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빈손 만찬', '맹탕 만찬' 등 세간의 평가에 대해 "(부정평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관점에서 한 것이고, 대통령실 브리핑이 제일 정확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밥 먹으면서 남북회담하 듯이 밥 먹는가", "밥은 그렇게 먹는 것"이라고 말해 현안논의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찬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고 평하며, 특히 '발언 기회가 없었다'는 친한계 측 비판글 두고는 "이야기 못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역공을 피기도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특히 '한 대표가 인사말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한 대표께서도 바로 대통령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자리가 만약에 발언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는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본인이 요청한 '독대' 형식으로 현안을 논의하고자 만찬자리에서는 의도적으로 현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에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한창 원전 이야기를 하는데 '대통령님 그게 아니고 의정이 어떻고' 이렇게 할 건가"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만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만찬 종료 직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다시 요청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독대 재요청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는데, 대통령실이 소위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독대요청 언론보도'를 두고도 친윤계와 친한계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친윤 김재원 최고위원은 "계속 독대 요청을 언론에 결국은 알려서, 이것을 잘 안 받아주면 대통령이 한 대표를 불신한다는 것, 또는 더 나아가서 '대통령이 시중의 여론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귀를 닫고 있다' 이렇게 비판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한 대표 측에 날을 세웠다.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께서 먼저 떠나고 그 무렵에 한 대표가 제 바로 앞 1미터 거리에서 홍철호 정무수석한테 귓속말로 무슨 이야기를 한 10여 초 했다"며 "(만찬을) 마치고 1시간쯤 뒤에 정무수석에게 전화가 왔길래 '아까 내 앞에서 귓속말하던데 그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하니까 맞다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친한 장동혁 최고위원은 독대요청의 언론보도 사실에 대한 대통령실과 친윤계 측 비판을 두고 "국민들이 지금 여러 현안에 대해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만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는 열망이 있는데 그런 형식 때문에 이런 내용이 묻혀서는 안 된다"며 "형식이 내용보다 앞서가서 결국은 독대가 무산되거나 하는 것은 좀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어서도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며 "(독대에서) 공개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내용의 대화만 있었다면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일부 공개되고 일부 공개되지 않을 내용이라면 필요한 내용만 공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만나는 일이 무슨 007 작전이냐. 이렇게 굳이 이루어져야 될 필요가 있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공천개입 의혹으로 또 한 차례 논란을 겪고 있는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로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 무엇인가, 영부인 이슈가 포함되는가' 묻는 질문을 듣고 "여러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답했는데, 이에 영부인 문제가 '독대 의제'로 올라야 하는지 여부가 화제가 됐다.

장 최고위원은 독대 상황을 가정해 "독대를 요청했다면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그런 부분들에 대한 말씀을 오히려 주로 하시지 않으셨을까"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되고 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된다"고 당정 간 '영부인 리스크'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의 모든 공격포인트는 김건희 여사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건 드러나 있는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당대표로서는 대통령과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당 대표라면 당의 입장을 말씀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저는 모르겠다.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 비교적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사과를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영부인) 이 문제는 지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사과하는 데 대해서 전략적으로 저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품가방 수수의혹 등 각종 '영부인 리스크'와 관련해 김 전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해온 한 대표 측에 날을 세운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서도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단초가 발견되었을 때 그때 허심탄회하게 사과하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았다"며 "저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민전·장동혁 최고위원, 한 대표, 윤 대통령, 추 원내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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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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