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정 만찬 앞두고 분분…윤-한 '공항패싱'에 '독대요청'까지

공천개입설 '김건희 리스크' 우려도…재보선 공관위원장 윤상현은 "허장성세" 일축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을 하루 앞두고 여당 내에서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시 불거진 '악수 패싱' 논란과, 이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것을 두고 당내 평가가 엇갈리면서다. 친윤·비한 측에선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온 반면, 비윤 측에선 오히려 '공항 패싱' 논란에 대한 우려가 각각 도드라졌다.

지도부 내 친윤계 인사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윤 대통령 독대 요청과 관련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자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이것이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 대표 측에 날을 세웠다.

당내 친윤계 사이에선 그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이견 양상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주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통상적으로는 대통령과 만나서 '이런 대화가 있었다'라고 추후에 공개를 하면 훨씬 더 신뢰성도 높아지고 좋아질 텐데, 사전에 공개가 되는 것은 약간 좀 이례적인 일"이라며 "어쨌든 좀 곤욕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독대 요청의 배경으로 꼽히는 '다수 인원이 동석하는 만찬이 현안을 풀기에 적합치 않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만나는 것 자체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여러 사람이 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든가 또는 '사진 찍고 밥만 먹고 헤어지면 뭐하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좀 사실…(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가 없고 인원이 적다고 해서 아주 의미가 있고 저는 그런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이 서울공항에서 한 대표를 '패싱했다'는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는 "그냥 정상적 만남이었다"며 "언론에서 굉장히 뉴스가 되는 것 보니까 상황이 자꾸 좀 이야기를 키우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전날 귀국 시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는 악수 뒤 50초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한 대표와는 간단한 악수 뒤 즉시 이동해 눈길을 끌었다. 당 안팎에선 당정갈등의 양상을 보여주는 의도적 '패싱'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반면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찬·공항 논란을 두고 "(윤 대통령과) 환송 나간 한동훈 대표와의 악수, 이게 어떤 장면을 연출했느냐"며 "24일 지도부와의 만찬도 만찬 전후에 무슨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이것 때문에 지금 또 실랑이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당과 용산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직격했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식사하는 것도 보류됐다가 그다음에 또 독대를 요청하는 게 이렇게 미리 또 알려지고 세간에.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또 파문이 있지 않겠나"라며 "정치적으로는 굉장히 양쪽이 다 미숙해 보인다", "국민을 위한다면 그런 염려는 끼치지 말아야 되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좀 개탄스럽다"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독대를 요청한 한 대표 측에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여사에 관한 문제, 채 상병 특검,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동안 정권의 역린이라고 불려왔던 여러 가지 이슈들이 여당한테는 지금 제일 중요한 국면 과제다. 이 부분을 대통령이랑 담판 짓지 않고서야 왜 만났냐라는 얘기 분명히 나올 것"이라며 "저는 지도부 만찬을 좀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독대로 좀 바꾸시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수 지도부가 함께 참석하기로 예정된 이번 만찬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있게 되면 이런 예민한 주제를 이야기를 나누기도 힘들 거고 중간에 무조건 또 얘기가 샌다"며 "지금도 만찬 독대 요청을 누가 흘렸냐 가지고 또 불필요한 공방하고 있잖나. 아마 여러 사람이 만나면 일이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했다.

당정갈등에 대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책임론이 나뉘기도 했다. 역시 비윤계인 조해진 전 의원의 경우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을 겨냥 "한 대표의 면담 요청과 대통령실의 즉답회피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여당 대표와 대화가 이렇게 어려운데 야당이나 여타의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썼다. 반대로 비한계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한 대표를 겨냥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릴려고 하는 시도"라며 "당대표가 분란의 중심에 서면 여권은 공멸한다"고 썼다.

의료대란, 영부인 리스크 등 민감현안에 대한 당정 간의 의견 대치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 있어, 이번 만찬이 당정관계 완화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뜬다.

친윤계인 김 최고위원은 최근 한 대표가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문제와 관련 "의사단체의 요구사항을 정부 측에서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여야의정협의체가 되지 않는다고 가버리면 결국 이것은 의사 주장은 맞고 정부 주장은 틀리다라는 전제"라며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5년 의대정원 재논의, 보건복지부 장차관 문책 등 정부가 반대하는 의료계 요구에 대해서도 '의제 제한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 대표 측을 꼬집은 것이다.

윤상현 의원 또한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뭐냐 하면 당에서 공개적으로 최고위원이든 누구 각종 당직에 있는 분들이 사과해라 사과해라 사과해라 자꾸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 "그것을 막 언론에다가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보다는 어떤 내부적인 채널을 만들고 그 속에서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나갈 수 있게끔 하는 어떤 당의 정치력 이런 것도 필요하다"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대통령 영부인 공천개입설을 두고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의원은 해당 의혹을 "소설 같은 이야기다.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윤 의원은 "김영선 전 의원이 비례대표를 세 번을 하고 고향에서 한 번 당선됐다. 이분이 떨어진 다음에 경남지사(2018. 6. 13. 지방선거)를 2017년부터 가서 창원 그쪽에서 활동했다", "그래서 그쪽에서도 인지도나 경쟁력이 충분히 있었다"며 "명모 씨 얘기는 한마디로 허장성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해당 의혹이 '김건희 리스크의 현실화'라는 취지로 우려 내지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부인이 공천과 관련해) 그런 소통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제가 볼 때 선의로 했다 하더라도 오해를 살 만한 불필요한 오지랖"이라며 "행여라도 사실로 또는 진짜 있었던 정황이나 사실관계로 보도되거나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의 파장은 굉장히 저는 불안스럽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특히 해당 사안과 관련 당내 분위기에 대해 "(공천개입설 관련) 이 보도들을 보면서 우리 당내에서나 우리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실제로 이게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라는 불안감은 항상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사 차원에서 법적인 조치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으로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사실관계를 이야기하고 먼저 사과를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해 김 전 대표의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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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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