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의료대란, 전공의가 제일 잘못…06년 정원 감축해 엄청난 비용"

야당 연일 '친일' 공세에…韓총리 "오염수 마시겠다", "사도광산 전시 충분한 수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대란 사태의 책임소재를 두고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의료계를 비판했다. 한 총리는 독도방어훈련 규모 축소 논란 등 야권의 소위 '친일 프레임' 공세에 대해선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켜서 독도가 분쟁지역처럼 인식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불리하다"고 하는 등 야당과 정면으로 각을 세웠다.

한 총리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응급의료체계 붕괴 등 의료대란 사태의 책임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질의에 "공익적 요소를 가진 분야는 급한 부분은 다 남겨놓고 떠나게 되어있지 않나" 되물으며 "이건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왜 정부가 일을 시작해 놓고 전공의 탓, 국민 탓으로 돌리나"라며 "국민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다시 질책했지만, 한 총리는 "국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등 완고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2000명 증원 규모를 고집하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에도 "고집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발표했다"고 응수했다.

한 총리는 또 "과거부터 다 조금씩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왔다면 아마 지금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개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사실 (의료개혁 노력을) 안 했다"고 말해 지난 정부의 책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한 총리는 2006년 의약분업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의료정원 351명을 감축했던 것을 지적하며 "그때 만약 감축을 안 했으면 올해는 6000명의 의사가 추가로 더 배출됐을 것", "개혁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걸 적절한 때 못하면 소위 문제는 그 뒤에 축적이 돼서 정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韓, 野 겨냥 "가짜뉴스는 반지성"레이건 인용하며 "이념정치 안 돼"

한 총리는 야권의 '계엄령' 발언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며 역공을 폈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야권이 계엄령을 얘기하며 계엄선동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의견을 묻자, 한 총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런 얘기들을 해서 누가 득을 볼 수 있느냐"며 "이런 현상이 전 세계에 많이 퍼지고 있단 건 잘 알지만, 세계에 퍼지고 있다고 우리 나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그런 합리화는 안 된다"고 호응했다.

한 총리는 이어서도 "가짜뉴스의 폐해가 세계적 현상으로 마구 퍼지고 있고, 이건 기본적으로 지성이 아니라 반지성이 지배하는 그러한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분명하게 지성을 가진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국민을 좀 더 설득하고 그런 것들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 더 도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이제는 우리가 레프트냐 라이트냐(left or right) 하는 건 없다. 유일하게 업 오어 다운(up or down)만 있을 뿐", "정말 우리가 이념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련과의 핵감축 협상을 추진한 레이건의 실용주의 면모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지만, 동시에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지칭하며 냉전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기조연설을 통해 "이념전쟁", "반국가 세력" 등의 언어를 활용해 '진영대결을 부추겼다'는 취지의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야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독도방어훈련 비공개 비판엔 "쓸 데 없이 문제 일으키면 오히려 불리"

대일 외교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의원들 사이 공방전도 계속됐다. 서 의원은 1주년을 맞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국 바다에서 방사능 수치가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가 있나' 물었고, 한 총리는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안전 기준 보다도 훨씬 밑"이라며 "아예 검출이 안 된 데가 대부분이고 검출이 조금 된 데도 기준보다 너무 낮기 때문에 고려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야권의 오염수 방류 비판을 일축했다.

이어 서 의원은 "터무니 없는 오염 처리수 괴담으로 피 같은 예산이 얼마나 낭비됐나" 물었고, 한 총리는 "지난 3년 동안 1조 6000억 원 정도 투입됐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괴담이 없었다면 그 돈을 민생에 쓸 수 있었겠다"며 야권에 날을 세웠다. 이들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의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민주당을 겨냥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 온갖 괴담을 유포하고 프레임을 씌워 정부가 제대로 일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전날 정책질의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오염수 방류 논란 당시 정부 측이 '오염수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설명한 것을 두고 "저는 완전히 처리된 오염수를 가져다주는 분이 없어서 제가 마시지 못했다"며 "저는 지금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원이 "말로만 그러지 마시라"고 비판하자, 한 총리는 "마실 수 있다. 과학적으로 처리됐으면. 제가 마시겠다는데 왜 의원님이 마시지 말라고 그러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놓고 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사실이 배제된 점을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일본이 그런 강제징용의 그런 뜻을 다 승계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맞섰다.

이 의원은 일본이 강제노역 관련 내용을 명시한 향토박물관에 대해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어렵고 내용도 핵심이 빠져있는 이걸 (우리 정부가) 성과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한 총리는 "의원님께서 그렇게 판단하신 것 같고, 저희 외교부에서의 보고는 그런 것들이 충분히 다 전시돼 있다고 제가 보고 받았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한 총리와 이 의원은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대해 '역사적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평가한 것을 두고도 충돌했다. 이 의원은 "(외신이) 그렇게 평가할 정도로 문제"라고 지적했고, 한 총리는 "(기사를) 기고한 분의 취향이나 성향이나 성격, 이념이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저희 외교부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맞섰다.

또 이 의원이 독도방어훈련과 관련 "우리 땅의 영토방어 훈련을 하는데, 그것도 축소해서 소규모로 비공개로 하는데 일본의 항의를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저희가 그렇다고 훈련을 안 할 리가 없다. 그대로 하는 것이고 그러니까 우리가 거기에 굴복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 총리는 특히 "훈련 비공개에 대해선 과거에도 여러번 비공개로 한 적이 있다"며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켜서 독도가 분쟁지역처럼 인식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전날엔 김문수 신임 고용노동부장관 등을 겨냥한 '뉴라이트' 논란을 두고도 "그분들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그 직책을 맡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좀 봐달라"고 말해 야권과 대립한 바 있는데, 정작 당일 김 장관은 논란이 된 본인의 발언을 재차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전날 예결특위 회의에서 '일제 치하에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말했다'는 민주당 이재강 의원의 지적에 "그러면 일본 국적이 아니면 어디 국적인가, (당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이지 국가가 아니다"라며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해서 매국노가 아니고 애국자"라고 했다.

김 장관은 이어 이 의원이 "김 장관을 비롯한 이런 뉴라이트들의 행태는 우리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에도 "공부 좀 하라. 국제법을 보라"고 맞받았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대립했던 광복회 등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의 기준으로 보아, 일본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의 국적을 일본으로 편입한 일 불법이자 무효화해야 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오전 국회에서 2023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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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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