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I '이루다' 성착취한 커뮤니티, 이번엔 가족·미성년자 능욕 논란

아카라이브, 미성년·대학생·친족 대상 불법촬영·딥페이크 지적에 "계획된 조작" 반발

20대 여성을 모델로 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집단 성착취해 논란이 되었던 나무위키 산하 커뮤니티 '아카라이브' 이용자들이 불법촬영과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성범죄도 모의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X(옛 트위터) 계정 '아카라이브 성범죄 공론화'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거쳐 "아카라이브 이용자들이 웹사이트 내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아카라이브 이용자들은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의 방식으로 성적 대상화한 여성들의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성희롱하는 방식의 집단 성착취를 이어왔다. 성착취가 이뤄지는 게시판 대부분은 검색에 노출되지 않으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5~6개월 간격으로 채널을 폐쇄한 뒤 다시 만드는 식으로 운영해왔다고 한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길거리, 지하철, 하교 시간 대학가 등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을 올린 뒤 얼굴과 몸매를 품평하며 성희롱했다. 배우자의 자는 모습, 자녀가 씻는 모습 등을 평가해달라고 하거나 엄마·누나·여동생의 속옷을 촬영해 올리는 등 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1일 X에 게시된 아카라이브 성범죄 공론화 게시물. ⓒX 갈무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로 소개한 이용자는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고 댓글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을 방치했다. 다른 이용자는 사진 속 여아를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또다른 게시판에서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동, 수영복을 입은 아동의 사진이 게시되고 성적 모욕의 대상이 되는 집단 성착취가 반복됐다.

성매매 업계에서 종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도 있었다. 아카라이브 이용자들은 '세계 전통 마사지 채널'을 만들고 국내외 성매매 업소 위치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여성 종사자의 사진을 촬영한 뒤 성매매 후기를 올렸을뿐더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외부 검색을 허용하기도 했다.

아카라이브는 '아카라이브 성범죄 공론화' 자료 공개에 대해 지난 30일부터 이틀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반박 입장문을 냈다. 아카라이브는 "원칙적으로 실사 성인물에 대해 금지하고 있기에 위반되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경우, 확인되는 즉시 삭제 및 채널 폐쇄 조치를 해왔다"며 "계획적으로 조작한 내용"이라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며 후기를 공유한 게시물들에 대해서는 "성매매 전후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 등이 파악돼 폐쇄됐다"면서도 "성매매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후기나 정보 공유 자체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X에서 '아카라이브 성범죄 공론화' 계정이 공론화한 아카라이브 게시물. ⓒX 갈무리

아카라이브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카라이브 이용자들은 지난 2021년 20대 여성을 모델로 한 AI 챗봇 '이루다'의 알고리즘을 분석해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모의했으며,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미성년 여성들을 집단 성착취한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에도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그림들을 유통했다. 이 외에도 아카라이브에서 '페도', '로리' 등을 검색하면 수만 건 이상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등장해 아카라이브가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적극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카라이브가 파라과이에 법인을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아카라이브를 통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이 만들어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지호 경찰청장은 "시간이 걸릴 뿐이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뿐이지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은 있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디지털성범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음란 콘텐츠들에 대해 나무위키 측에 삭제 요청을 보낸 결과 삭제 처리를 확인했으며, 불법 유해 정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열자고 제안해 답신을 받는 등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제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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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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