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여당 연찬회 첫 불참…의정갈등→당정갈등 비화

워크숍에 용산 참모, 장관 참석해 '의료개혁' 설파, 한동훈은 불참…친한 "옹졸하고 편협"

대통령 취임 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및 국회의원 연찬회 등 당 주요 공식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국회의원 연찬회에 처음으로 불참했다. 의료 위기 사안 대처를 둘러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의견 충돌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에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이 여당 워크숍에 참석해 의료개혁 관련 보고를 진행했다. 사실상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입장을 홍보하는 자리였다. 한 대표는 '외부 일정'을 이유로 이 자리에 불참했다. 의정갈등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그대로 드러난 풍경이란 평가다.

국민의힘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여당 연찬회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및 올 5월 제22대 국회의원 워크숍까지 모든 연찬회 만찬에 참석해 왔다. 당내 최대 행사로 꼽히는 전당대회에도 지난해 3.8 전당대회와 올해 7.23 전당대회에 모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연찬회 불참 배경과 관련, 한 대표가 '의대정원 유예안'을 제안하면서 불거진 당정갈등 분위기가 꼽힌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과 한동훈 지도부 사이 만찬이 추석 이후로 연기되면서, 당내에선 이날 대통령실의 윤 대통령 불참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의정갈등 문제로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 연찬회에 대통령께서 3번 연속해서 오셨었잖나"라며 "그런데 거기도 안 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윤 대통령을 겨냥 "자칫하면 이것이 '너무 옹졸하고 편협한 게 아니냐' 이런 비난을 받을 수도 있잖나"라며 "갈등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문제는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예를 들면 '나 안 가, 니들, 그렇게 나오면 나 안 가', 이런 식은 대통령 이미지에도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동훈 지도부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로 꼽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장동혁 의원(왼쪽)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연찬회에서는 의료개혁 관련 정부·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를 했다. 특히 장상윤 수석 등은 한 대표가 마련한 '2026년 유예' 중재안에 대한 반박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정부 측에선 이주호 교육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장상윤 수석이 참석해 의료대란 관련 정부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자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1일 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의원들에게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읽고 참석하라'는 취지로 일종의 숙제를 내준 셈이다.

장 수석은 의료개혁 관련 정부 측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른바 '한동훈 중재안'을 겨냥해 "이걸 미뤄 놓으면 더 딜레이가 되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또 의사 수가 늘어나지 않는 그런 상황", "26학년도 정원도 (25학년도와) 마찬가지로 법령에 따라서는 1년 10개월 전에 공표를 하도록 돼 있어서 지난 4월 말에 이미 정해져 공표가 돼 있다"고 했다.

장 수석은 또 "의료계에 굴복해서 또 의대 정원을 다시 변경하거나 뒤집는다면 지켜보고 계신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을 하고 반대를 많이 할 것"이라며, 의료대란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도 "내가 확인한 곳이 전부라고 생각해선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앞서 이날 최고위에서 의료대란 상황을 두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신의 중재안은 "국민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살펴본 결과"라고 강조했다. 마치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발언을 일일이 반박하는 모양이 됐다.

한 대표는 외부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찬회 개회 당시 자리를 찾은 한 대표는 정부보고가 진행되는 오후 4~6시께까지 외부일정을 가진 뒤 저녁 만찬자리에 복귀했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 대표 일정과 관련 "별도로 잡아놓은 비공개 일정"이라고만 했다. 기자들이 '의료개혁 보고를 받지 못하면 당정갈등 해석이 심화될 수 있다'는 취지로 "중요한 일정인가" 다시 묻자, 박 비서실장은 "그런 일정이 있는데, 제가 (뭔지) 확인해드릴 순 없다"고 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의 강경한 입장이 이날 워크숍을 통해서나 이날 오전 진행된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지만, 한 대표 측 또한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족이 당장 죽게 생겼는데 '나는 그래, 10년 뒤에 의료 개혁을 위해서 나는 죽어도 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나"라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수그리거나 물러날 사안이 아니라는 건가' 묻는 질문에도 "물러설 수 있는 게 없잖나. 그냥 저희는 이렇게 얘기를 한 것"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월 대통령의 의료개혁 담화 발표 당시 "한동훈 대표가 '나 이렇게 하면 비대위원장 못 합니다', '직 그만두겠습니다'라고까지 용산에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복지부 장·차관 교체 문제에 대해서도 "장관과 차관이 책임을 져야 된다"며 "이 분들이 꼭 잘못해서가 아니라 뭔가 대화를 시작하려면 달라지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되지 않느냐. 대화의 상대로 나와야 될 사람들인데 반대쪽에서 '저 사람은 우리는 (대화) 못 하겠다'고 경기를 일으킨다면 꼭 이 분들을 물리는 것들이 자존심의 문제, 인사권 침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의 의료개혁 입장과 관련 "의료개혁이 완성단계에 있다라는 상황진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민을 위하겠다고 시작한 의료개혁이 지금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정 간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있어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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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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