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동훈, 9월 1일 회담…의제는 '미정'

의정갈등 의제 채택여부 놓고 여야 "여야 협의할 일 아냐" vs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여야 대표 회담이 오는 9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다만 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다뤄질지는 협의 난항으로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양당은 특히 한 대표의 '2026년도 의대정원 유예안' 등 의정갈등 해법을 회담 의제로 올릴 것인지를 두고 각각 "여야가 협의할 일 아니다"(국민의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민주당)이라며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29일 오후 각 당 국회의원 연찬회 도중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결정 사항을 밝혔다. 박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기자들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오는 일요일 9월 1일 오후 2시에 국회 본청 내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회담은 양 대표가 일정시간 모두발언을 하고 정책위의장·수석대변인이 배석하는 3+3 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비서실장은 회담 일정 협의에 있어서 변수로 작용했던 국민의힘 측 '회담 생중계' 제안과 관련 "민생 해결을 위한 대표 회담이 성사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우리 당과 우리 대표가 생중계 건은 다소 양보를 했다"며 "양 대표의 모두발언이 일정시간 생(방송)으로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해식 실장은 민주당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의제에 대한 양당의 입장차가 분명하고 채해병 특검법 관련한 한 대표의 기존 입장이 번복돼, 회담의 성과가 매우 회의적일 것이라는 당내 여론(이 있었다)"며 "정치의 회복이 긴요하다는 측면에서 이 대표가 대승적으로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당 모두 회담 성사를 위해 자당이 양보했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회담 의제는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박 비서실장은 "구체적 의제는 이 비서실장과 추후에 다시 협의해 가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이야기한 3가지 의제, 저희 당이 이야기한 3가지 의제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협의에 들어가보질 못했다"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 또한 "실무회담 통해서 여러가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그것을 딱 의제로 합의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지금 조금 이른 것 같다"며 "내일 정도에 다시 만나서 마지막으로 의제조율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회담 의제와 관련 한 대표는 △정쟁 중단 △정치개혁 △민생회복을, 이 대표는 △채해병 특검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지구당 부활을 각각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대표 측의 제안에 대해선 "다소 추상적"이라는 평을 덧붙이기도 했다.

양당은 최근 정부여당 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한동훈표 의대정원 유예안'이 회담 주제가 될 것인지를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비서실장은 "26일 실무회담 때 저희 측에서 먼저 (의제로) 제안을 했다"며 "일부 언론 보도가 됨으로써 저쪽도 의제로 다룰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대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인한 의정갈등은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확실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 비서실장은 "의정갈등 문제는 지금 여야 간 국회에서 법을 통해서 혹은 예산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 당은 의제로 다루지 않을 예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반대 이유로는 "우선 이 건에 대해서는 정부와 좋은 안(을 고민하고), 의사협회와의 대화의 결과를 봐야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비서실장은 해당 유예안을 회담 의제로 상정치 않는 것이 "(한 대표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대란과 관련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감을 잘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해 사태 개입 의사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의대증원을 유예하자고 한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 대표 중재안에 힘을 싣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 입장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의료대란까지도 의제로 올리지 않는다고 하면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이해식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정하 실장 발언에 대한) 진의를 확인해봐야겠다"면서도 "그것 자체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금 '응급실 뺑뺑이'부터 의료대란을 직접 겪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이걸 빼버린다는 것은, 아마 국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기류를 읽고 도망가는 느낌이 들어서 석연치 않다"며 "대통령과의 관계를 너무 심각하게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문제만 딱 집어서 (의제로 하자고) 한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된 모든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가자고 얘기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채해병 특검법도 안 되고, 민생회복 지원금도 안 되고, 이것(의정갈등)도 안 된다면 도대체 뭘 논의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대표회담을 왜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다음달 1일로 결정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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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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