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이제야 팔 걷어부친 정치권…"불법합성물 막는 제도 강화"

여야 한 목소리 규탄, 이재명·김부겸도 메시지…국회 여가위, 내달 4일 긴급현안질의 진행

여성 지인·가족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제작·유포 범죄가 확산되며 불안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한목소리로 불법합성물 범죄를 질타하며 딥페이크 기술 악용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여성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인선 여가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여가위는 오는 9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가부 관계자 뿐 아니라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불러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여가부로부터 딥페이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듣고, 범정부 차원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선 위원장은 "현재 법령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피해자가 여성이나 미성년자인 경우,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면서 "법적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여성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경찰청과 긴밀히 협력해 딥페이크 피해 신고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문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피해자들이 즉각적인 법적,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운영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서범수 의원은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4일에 현안 질의하고 관련 법안을 상정한 후, 그 다음 주에 법안 심사를 하고 합의된 법안은 최대한 통과시킬 것"이라며 "4일 현안질의 이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야기해보겠다"고 밝혔다.

'여가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 6개월째 여가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유지해 업무 공백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한 여권의 반성은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 위원장은 "주무부처에서 이런 상황을 키웠다기보단 터질 때가 돼서 터진 것"이라며 "주무 장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은 계속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범수 의원도 "여가부 차관에게 물어보라. 잘 하고 있다고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은 "야당으로서는 아무래도 주요 의사 정을 하시는 분들이 차관으로 제한돼, 장관 공석으로 인해 정상적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속하게 여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의 온상이 된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한규 의원은 "최근 텔레그램 대표가 프랑스에서 구속됐는데, 우리나라도 외국에 서버를 둔 업체라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라며 "우리도 수사 공조를 통해서 텔레그램이 불법적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삭제하도록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이 대표는 이날 "피해자 보호 방안과 딥페이크 제작·배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 위원들로 구성된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추진하며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를 악용한 영상물은 쏟아지지만 계정 삭제와 같은 플랫폼 대응이나 법적 규제는 늦어도 너무 늦다"며 정부여당의 늦장 대응을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한 이후 여성정책을 방기하고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윤 정부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과방위, 법사위, 여가위, 행안위 등 여러 상임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며, 위 상임위에서 현안 질의와 법안심사를 통해 전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익명의 다수가 저지른 성범죄는 사회적 테러"라며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여당에 촉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경찰청을 필두로 한 합동 대책 본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페이스북 글에서 "N번방 방지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정책의 미비는 신속히 보완되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데 국민의힘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AI를 악용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이를 예방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며 "법과 제도 안에서 악용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 장난이라 둘러대기도 하지만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마약과 같은 수준의 단속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입법이 필요하면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고, 기본적으로는 이런 것(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도 처벌과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이인선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서범수, 김한규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불법합성물인 딥페이크 유포 범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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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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