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태극기' 오세훈, 여론 등떠밀려 의견수렴? "모든 가능성 열어놔"

8월 한 달간 의견 수렴 거쳐 11월 설계 공모 추진, 2025년 5월 착공 계획

오세훈 서울시장이 애국주의 논란을 부른 '광화문 100m 태극기' 설치 계획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의견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1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가상징공간은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과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바람과 뜻이 담긴 의미있는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달 25일 74주년 6.25 참전용사 간담회에서 국가상징공간(광화문 광장~용산역 광장~여의도)인 광화문 광장에 사업비 약 110억 원을 들여 '100m 높이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지나친 애국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논란이 일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가로 21m, 세로 14m 크기의 태극기를 특수 제작해 걸겠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민성이 표출되는 공간을 통제하고 권력에 충성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더해 국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국가 상징물 건립을 의견 수렴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대형 태극기가 통제 및 권력의 상징으로 비친 데 대해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다. 태극기에 대해서 어떤 선입관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놀랍게 받아들였다"며 "그건 각자의 이념지향이나 가치관이나 국가관이나 이런 것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어쨌든 나라를 상징하는 건 국기인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상을 해서 사업을 진행시켰던 건데 그렇게 이견이 많으니 모든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며 "그래서 국기를 사용해도 좋고, 국가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애국가. 또 국화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고, 국쇄나 국장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국기(태극기), 국가(애국가), 국화(무궁화), 국새(나라도장), 국장(나라문장) 등 다섯 가지를 통상 '5대 국가상징'이라고 한다.

그는 5대 국가상징 외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설치된 높이 169m의 석조 건축물 '워싱턴 기념탑(워싱턴 모뉴먼트)'을 예로 들기도 했다.

오 시장은 게양대 높이에 대해서도 "100m가 너무 높다면 30m 혹은 70m도 된다"며 "평소에는 게양대를 5m도 안 되게 숨겨 놓고, 행사가 있을 때 높이 올라가게 하는 '높이 가변형 게양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특히 국가 상징 공간을 조성하고 국가 상징물을 설치와 관련해 '호국·보훈'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에 호국·보훈의 의미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광화문 광장은 역사와 문화, 헌법상의 국가정체성을 나타내는 국가 상징 공간이 될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시설물이 들어가더라도 이런 의미가 충분히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라며 "상징물 뒤에 6.25 참전 22개국을 상징하는 '미디어월'을 꼭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일부는 제가 '다음 선거를 의식한다' 이런 비판도 있었다"며 "그런 오해도 받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서두르겠다. 선거와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진 빠른 시일 내에 완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8월 한 달간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 설계 공모를 추진, 2025년 5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건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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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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