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인 기관 측정기가 '오류 작동?'...중요한 시기에 '최대치 측정 논란' 확산

황하수소 발생은 물 먹은 폐지와 기온 상승 탓?...상시 감지기도 없는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청년노동자 사망 사고를 겪은 전주페이퍼는 정부에서 인증받은 공인기관을 대동한 재측정을 통해 황화수소 유출 사고가 아닌 것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공인기관의 측정기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황화수소가 측정된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논란만 확산시킨 셈이 됐다.

더구나 사측은 생산 공정에서는 절대 황화수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협회 측 측정기'에서는무려 100ppm을 일컫는 'Max'가 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고, 재 측정에 들어간 두대의 측정기에서도 1ppm의 황화수소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4~5ppm의 황화수소가 여러 차례 측정됐다.

전주페이퍼 측은 8일 오후 밤 9시께 , 일부 언론의 '황화수소 100ppm검출' 관련 보도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 7일 오전 진행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현장 1차 조사 당시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준비한 기계에서 한때 황화수소 농도가 Max가 나왔다"며 "회사는 이에 기기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중단했고, 회사와 대한산업보건협외에서 마련한 기기로 진행한 2차 조사에서는 양측 기기 모두 4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조사에서 기기에 'Max'로 표시된 경위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망사고 재조사를 통해 청년 노동자의 사망 사고 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키기 위해 재조사를 강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으며 규명해야 할 짐만 산더미처럼 떠 안게 됐다.

더구나 사측이 전적으로 믿었던 정부 인증 기관 대한산업보건협회 보유 장비는 1차 조사 시도 때 사고 현장에 접근하기도 훨씬 전 공장 내부 통로에서 경고음이 울리며 무려 100ppm을 의미하는 'Max'가 표시돼, 생산공정에서는 황화수소가 1ppm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회사 측의 결백 주장을 무색케 했다.

이에 전주페이퍼는 정부공인 기관인 협회 측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 측정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지만 과연 당시 'Max'를 기록했던 측정기기의 '오류 작동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질 수 있을지 여부도, 청년노동자 사망원인 진상규명과 함께 또 하나의 밝혀 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황화수소는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수용성의 무색 기체'로 당시 사측의 재조사 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한 취재진들은 현장으로 가기 전 대기하던 공간에서 "계란 썩는 냄새와 유황냄새가 난다" 고 얘기들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황화수소는 맹독성이 강한데 사람이 황화수소 특유의 썩은 계란 냄새를 인지했다면 이미 공장 내부에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유출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당시에 전주페이퍼 공장 내부는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유출돼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취재진은 현장 조사 후 회사를 떠나고도 수 시간 동안 메스꺼움과 울렁거림, 어지러움 증세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사 측이 취재진과 회사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한 방독마스크 착용도 권하지 않았고 '생산공정에서는 황화수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만 내세우며 무리하게 현장 조사를 강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당시 상황이 '사측이 수십 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유족의 요구에 따라 재조사를 위해 사고 당일과 동일한 조건으로 현장을 재구성했던 만큼 중차대한 시기에 사측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공인기관으로 믿고 재조사 측정을 맡겼는데,정작 대한산업보건협회 측 황화수소 측정기기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면 오류작동 여부와 그에 대한 책임 여부도 분명하게 가려져야 할 것이다.

만약 오류작동이라면 정부공인기관의 신뢰성에 금이 가는 상황이 될 것이며, 오류작동이 아닌 기기가 정상 작동된 상태에서 100ppm 검출을 의미하는 'Max' 표시가 찍혔다면 전주페이퍼 공장 내부 상황이 수시로 황화수소에 심각하게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셈이 될 것이다.

특히 이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평소에 근로자들을 맹독성을 지닌 황화수소 노출 피해에서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감지기' 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회사 측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공장 관계자는 또, 2차 조사에서 4~5ppm의 황화수소가 검출된 사실과 관련해서는 "사고 당시와 동일 조건에서 조사하기 위해 가동을 멈춘 상태인데다 장마 기간에 습기를 먹은 폐지 원료가 쌓여 있었고 사고 당시인 지난 6월의 기온과 달리 기온이 높게 오르면서 이런 환경이 황화수소 발생을 부추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지만 같은 논리라면 '올 여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돼 기온이 높게 오르고 습한 날씨가 유지된다면 언제든지 황화수소는 공장 내부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회사 측은 '상시 감지기 설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기 중에 좋지 않은 물질이 있다고 해서 다 측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사측 보건담당 관계자는 당시 취재진에게 "황화수소가 1ppm만 검출돼도 작업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공장 내부 생산공정에서는 황화수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겠지만 현장 재조사 때 취재진들은 그 4배가 넘는 황화수소가 유출된 현장에서 '사측의 만류'로 방독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취재를 하고 있었으며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서는 영문도 모른 채 온 종일 메스꺼움과 울렁거림 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사측의 '기기오류 작동 확인 입장'과 관련해 "당시 기기 오류 작동 확인이 지금 시점에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당시 계란 썩는 냄새가 났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당시 공장 내부에 100ppm의 황화수소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도 "황하수소는 치명적 독극물로 비록 극소량이 검출될 경우라도 근로자 신체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다이옥신 급 무색 악취 독성 가스로 500ppm에 1시간 이내 노출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알고 있다며 "일단 재조사 결과 황화수소가 검출된만큼 향후 사망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기관의 철저한 감시체계가 이뤄지는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는 "여전히 사측은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지청 등 관계기관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7일 사측의 현장점검 과정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사실은 그간 노동지청과 사측의 안전점검과 사인규명 작업에서 허점이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망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이제 전북도와 노동부 검찰 등 국가기관의 몫으로 남았다"면서 "철저한 현장검증과 역학조사 및 현장 노동자 심층조사등을 통해 더 이상 죽음을 각오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7일 현장 재조사에서 황화수소가 1ppm만 검출돼도 작업지시를 하지 않는다던 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청년노동자가 숨진 사고 현장에서 H2S황화수소(빨간 선 안)가 4.3ppm 측정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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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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