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능력 의심받는 바이든 "흑인 여성으로서 자랑스러워"?…치명적 실수 이어져

주지사와 만남 자리에서는 "건강 이상 없다. 단지 뇌의 문제"…이후 "농담이었다"고 해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 이후 건강 상태 및 인지 능력 등을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말 실수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안팎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출신 주지사들과 만남에서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강 상태를 물었을 때 "건강은 괜찮다. 단지 뇌(brain)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를 포함해 상당수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였으나 이러한 대답에 당황하는 주지사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당시 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젠 오말리 딜런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뇌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뇌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해명이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이날 백악관에서 군인 가족들을 상대로 실시한 4분 간의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를 "우리 동료 중 한 명인 전 대통령"이라고 부른 다음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갑자기 이야기를 끝내 버렸다.

버락 오바마 집권 당시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말실수가 나왔다. 그는 필라델피아에 기반을 둔 워드(WURD) 라디오에 출연해 부통령 직무를 수행한 데 대한 자부심을 언급하려다가 본인을 '흑인 여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초의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서, 흑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본인이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일을 했다는 점, 그리고 현재 부통령이자 흑인 여성인 카밀라 해리스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 등을 말하려다가 나온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암마르 무사 바이든 선거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여성을 연방대법원 판사에 임명하는 등 역사적인 일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의미인지 분명하다. 이건 뉴스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의 건강 문제를 위해 더 많은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말실수가 이어지면서 사퇴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3일 주지사와 만남에서 "더 많이 잠을 자야 한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저녁 8시 이후에 예정된 행사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의 내용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케빈 무노즈 바이든 선거 본부의 대변인은 8시 이후에 일정을 줄이겠다는 입장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9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6시 30분에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대통령들은 균형을 잡았고, 바이든 또한 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지사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로 선거를 치르는 데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회의에 참여한 여러 주지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 당황했다"며 "이 주제는 월요일 주지사들이 가진 통화에서 오랫동안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반응을 나타냈음에도 바이든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주지사들 중 누구도 그가 경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회의에 대해 브리핑한 여러 사람들은 전했다"고 밝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대통령에게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바람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와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는 대통령 출마로 인해 주지사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우라 힐리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1일 동료 주지사들과의 통화에서 제프 자이언츠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참담한 TV 토론" 이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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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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