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권주자들 '견제 돌림노래'…羅는 元, 元은 韓 때리기?

윤상현은 韓·羅·元 난사…'친한' 장동혁·박정훈, '친윤' 김재원 최고위원 도전

국민의힘이 7.23 전당대회 국면으로 본격 접어들면서 당권주자들 간 초반 견제가 시작된 모양새다. 나경원·원희룡·한동훈(가나다순) 세 주자는 오는 23일 나란히 국회 출마선언을 예고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인천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는 이른바 '어대한' 즉 한동훈 대세론의 실체 여부와 결선투표 가능성이 핵심 화두다. 이와 관련, 여당이라는 특성상 이른바 윤심(尹心)의 향배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나경원, 원희룡 겨냥 "제2의 '연판장' 아니냐"

나경원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를 정말 타파하고 싶다"며 "모두 하나로 가는 통합 정치를 해야 될 텐데, 이게 지금 '제2의 연판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연판장'은 과거 나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작년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했을 때, 친윤계 의원들이 집단으로 출마 반대 성명을 내면서 이를 좌절시킨 일을 말한다. 이들의 집단행동 배경은 바로 '윤심'이라는 추측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나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1년 반 전 일을 새삼 꺼낸 이유는, 용산과 친윤계가 이른바 '한동훈의 대항마'로 자신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에 대해 자신이 단호히 선을 긋자 곧바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 결심을 발표하고 친윤계가 그를 지원하려 한다는 풍문이 도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지금 진행되는 형국이 제2의 연판장 아니냐"며 "더 이상 이런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모두가 하나가 돼서 미래로 함께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제폭력방지법 정책토론회'에 참석, 빈 자리를 찾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은 한동훈 견제…"나와 나경원, 윤상현은 대통령실 다녀와"

원희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화관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합뉴스> 및 <뉴시스> 등 보도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자신이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원 전 장관은 당시 회동은 자신이 대통령 특사로 엘살바도르를 방문하고 돌아와 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함이었다며, 당시에는 자신은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 상태가 아니었고 따라서 "저에 대해서는 나간다 안 나간다 (얘기가) 없었다. 남 이야기만 하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윤상현·나경원 의원이 모두 다녀갔고 다 격려해 줬다. 당에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으니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원 전 장관의 말대로라면, 차기 당권 도전자 중 전대를 앞두고 윤 대통령과 만난 적이 없는 이는 한 전 위원장 1명뿐이 된다.

그는 "(저의) 출마 결정은 별개로 대통령께 전화상으로 구두 보고를 드렸다"며 "다른 주자들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게 의례적인 덕담을 듣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 책임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남의 책임이고, 정치적 자산과 기회는 개인화하려는 식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다. "특정인을 지칭해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했으나 내용상으로 미뤄보아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기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측은 여유? "尹대통령도 '어느 후보가 심정적으로 더 가깝다' 할 수 있어"

한동훈 전 위원장 측은 당내 친윤계의 견제나 불편함 표시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캠프 합류가 확정된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른바 '윤심' 논란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에서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가 칼로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마음, 예를 들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느 후보에 대해 심정적으로 더 가깝다'고 얘기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완전히 보이는 손이라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결국에는 당원과 민심이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그런 말씀을 일정 정도 내에서는 하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대변인은 다만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별법 등에서 전향적 자세를 취하며 용산과 당의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23일) 출마선언에는 이런 구체적 사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가 한동훈 캠프에 가기 전에 국민의힘 대변인으로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도 '법의 지배'라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채상병 특검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저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 선거를 보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판단 기준이 있을 것인데, (그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요구하는 기준은 '어떻게 남은 윤석열 정부 3년의 성공을 이끌 수 있는 건전한 당정관계를 만들 것인가', '보수정당이 어떻게 개혁적으로 변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이라고 당정관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들도 그런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어대한'이라는 표현은 우리 캠프가 붙인 것이 아니라 그냥 언론에서 그런 평가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희는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당심과 민심 공략에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은 '경쟁자 모두까기'…최고위원 리그 도전자는?

한편 이날 지역구인 인천 용현시장에 출마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은 한동훈·원희룡·나경원 등 경쟁 주자들을 싸잡아 겨냥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혁명을 통해서 이기는 정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 한동훈 장관이 이기는 정당 만든다는 게 좀 생뚱맞다"며 "법무장관으로서 이재명 대표 수사를 총 지휘했는데 구속도 안 되지 않았나. 또 지난 총선에서 이기기는커녕 우리 의석수가 더 쪼그라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고 이재명 대표에 맞서서 승리하는 정당, 이게 좀 감이 안 와 닿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나. 그런데 2개월 만에 다시 당 대표로 돌아오겠다? 이럴 거면 왜 사퇴했는지 모르겠다"며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에게 당을 다시 맡긴다? 오히려 총선 패배한 분에게 벌을 줘야지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윤 의원은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철규 의원 한번 보시라. 이 의원이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 안 된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냈나. (그런데) 총선 패배의 책임을 보면 이 의원보다도 한 전 위원장이 10배 20배 크다"고 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 간의 신뢰관계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한 전 위원장이 용산 초청에) 안 갔다. 다른 사람들하고 계속 식사 미팅하면서 안 갔다"며 "저는 신뢰관계가 거의 바닥에 갔다, 신뢰가 많이 틀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전날 한 전 위원장 측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아니, 그것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말씀 안 드리고 나올 수가 있느냐. 당연히 거쳐야 되는 의례적인 전화"라며 "최소한의 면피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원희룡 전 장관에 대해서는 "사실 며칠 전에 만났다. 지난주 금요일 인천시장과 (당협)위원장들 간 모임이 있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원 전 장관이 나를) 돕는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며 "(그런데) 어제 오후에 전화가 왔더라. '죄송하다. 자기가 도우려고 했다가 못 돕게 됐다'고. 그래서 알았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도 "저하고 같이 수도권 험지에서 당선됐는데, 사실 저만큼 처절하게 싸우신 분은 아닌 것 같다. 저는 무소속으로도 한두 번 싸워봤고, 당 공천을 12년 만에 처음 받아 싸웠고다"며 "제가 작년에 안철수 의원하고 수도권 위기론을 수십 차례 얘기했는데 나 의원은 방송에 나와서 '수도권 위기를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최고위원 선거에는 친한(親한동훈) 그룹에서는 장동혁·박정훈 의원이 출마를 선언, 한 전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로 합을 맞춘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20일) 원내대표께 원내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어떤 식으로든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정훈 의원도 SNS에 쓴 글에서 "사랑하는 국민의힘을 승리하는 정당으로 혁신하는 일, 그리고 당정이 화합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일. 이 시대적 소명을 받들겠다"며 오는 24일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반대쪽에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김기현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았던 친윤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가 주도한 지난 총선 공천에서 경선 끝에 낙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SNS를 통해 "전당대회 과정에 다소 균열이 있고 잡음이 있더라도 저 김재원이 최고위원으로서 당의 중심을 바로잡겠다. 그렇게 해서 더 이상 당이 흔들리지 않도록,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서도록 만들겠다"고 출마 결심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른바 '윤-한 갈등설'에 대해 "사실 대통령이 밥 먹자고 하는데 응하지 않고, 최근에는 출마하기 위해서 19일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도 보면 지극히 형식적인 포멀한 내용이었다. 제가 전화해서 이야기해도 똑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라며 "'내가 통화했다. 그래서 이제 갈등 관계는 전부 해소됐다' 이렇게 발표하는 것도, 사실 대통령과의 전화를 공개하는 것은 대통령의 양해를 구하고 대통령이 '그래 내 전화를 공개해서 좀 도움 받아라' 하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으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른바 '반(反)한동훈 연대' 가능성 및 친윤계 표심의 향방 예측과 관련해 그는 "외견적으로 보면 나 의원은 지난번에 3.8전당대회에 출마하려고 했는데 연판장까지 돌려가면서, 또 나중에 전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개인의 재산 취득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해 가면서 마구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며 "원 전 장관의 경우는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장관으로 임명을 했었고, 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서 헌신적으로 방어를 했다. 그런 이력을 보면 원 전 장관이 훨씬 용산과 가깝다고 보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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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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