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의힘 '법사·운영위 1년씩' 제안 사실상 거부

박찬대 "1년간 대통령 거부권 안 쓰면 긍정검토 가능"…與 "하지 말자는 얘기"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자는 국민의힘 원구성 관련 새 협상안 제안(☞관련 기사 : 국민의힘 "법사위·운영위 내년에 돌려달라…1년씩 나눠 맡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안을 요구했더니 협작하자고 한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향후 1년간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긍정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법사위·운영위를 여야 1년씩 돌아가며 맡자는 건 참 황당하다"며 "전날에는 불법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하루 뒤 '1년씩 나누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 진정성을 찾아볼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구성 최대 쟁점인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 위원장직과 관련,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년씩 나눠서 맡자고 공개 제안했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전반기 첫 1년간 법사위·운영위를 맡아 운영하고, 이듬해에 국민의힘이 넘겨 받는 방식이다.

박 원내대표는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야당이 중심이 돼서 정상화시키라는 것인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총선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민심을 거역하고 있다"면서 "법사위와 운영위는 야당이 필수적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협상에 나서기 위한 조건으로 △향후 1년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할 것 △일하는 국회 운영에 적극 협조할 것 △거부권을 비롯한 행정부의 부당한 입법권 침해에 여당도 적극 항의하고 맞설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향후 1년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추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며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조건을 지키면 1년 뒤 국민의힘에 법사위와 운영위를 줄 수 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라,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원구성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말까지 원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사정도 커지고 있다"고 여야 협상을 압박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 달라고 최종 통지했다"면서 "국민의힘도 국회 정상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터무니없는 권한쟁의심판을 즉각 취소하고 국회부의장 후보도 즉각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 불발시 남은 7개 상임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가져갈 것인지 묻자 "지금 당장 여당이 '법사위·운영위원장을 교대로 하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이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오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면 의석 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비율을 11대7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제안에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의요구권을 1년동안 행사하지 말란 건 헌법상에 나와 있는 권리를 부인하는 거 아니냐"며 "삼권분립의 기본도 헤아리지 못하는 발언",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실망감을 표했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거절인 것 같다"며 "(우리는) 진짜 고육지책을 말한 것인데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양당 원내수석 회동은 "국민의힘의 주장과 민주당의 주장이 한 치도 접근이 안 되고 있는 상황"(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의 원 구성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상임위 단독소집 이어가…쌍방울·대장동 수사 검사 탄핵도 추진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원내 일정 보이콧이 이어지는 중에도 야권 위원들만으로 상임위 가동을 이어가는 등 정부·여당을 지속 압박하고 있다. 이날은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소집됐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의협 집단휴진 등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현안질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고 "이 사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복지위 야당 위원들은 오는 26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기일 1차관, 박민수 2차관을 증인으로, 강희경 서울대의대 교수비대위 회장 등 10명을 참고인으로 하 하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출석 요구에 대해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강제력이 있는, 국회법에서 규정된 청문회 절차, 증인 출석요구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행안위 전체회의에도 여당 의원들이나 윤석열 정부 기관장들은 출석하지 않았고, 독립기관인 중앙선관위 관계자들만 출석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행안부·인사혁신처·경찰청·소방청 등 4개 기관장들은 '여야 간 합의된 회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출석했다고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전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기관의 업무보고 불참에 "강력히 유감"이라며, 오는 7월 2일 오전에 이날 불출석한 4개 기관정을 증인으로 출석하게 해 증인선서를 받고 업무보고 및 질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안건을 즉석에서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민주당은 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하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용 검사 등 4인의 현직 검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사건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엄희준·강백신 검사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보도를 통해서 들었는데, 확인해보니 맞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시간이 언제일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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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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