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체복무자 36개월 교도소 근무 합헌 결정…"징벌이자 차별"

소수의견 "병역기피자 증가 억지 치중한 대체복무제 구성…과잉금지원칙 위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대체복무자에게 36개월간 합숙하며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도록 강제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3년 만에 나왔다. 시민단체에서는 "징벌"이자 "차별"이라는 유감의 목소리가 나왔다.

헌재는 지난 30일 대신판정에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18조 1항, 병역법 5조 1항 6호 등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5대 4로 팽팽히 나뉜 의견에서 다수의견은 '형평성'을 강조한 반면, 소수의견은 '징벌적'이라고 봤다.

이은애·이영진·김형두·정정미·정형식 재판관 등은 "심판 대상 조항은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에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해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공익이 대체복무요원의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군사 업무의 특수성과 군사적 역무가 모두 배제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내용을 비교해 볼 때, (36개월의) 복무기간이 현역병의 복무 기간과 비교해 도저히 대체역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거나 대체역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징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합숙 강제에 대해서도 현역 군인들과 비교할 때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도 '징벌'로 볼 수는 없다고, 이들은 판단했다.

반면, 이종석 소장과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기피자의 증가 억지와 현역병의 박탈감 해소에만 치중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사실상 징벌로 기능하는 대체복무제도를 구성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특히 "대체역법 당시 국방부는 교정시설에서 합숙할 경우 복무 강도가 현역병보다 높다고 강조했다"며 "이러한 대체복무 강도 하에서 대체복무 기간을 육군 현역병의 2배로 설정한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 2021년 6월 24일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연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연합뉴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소수자인권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체복무의 선택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현행 대체복무제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징벌적 처우'"라고 지적하며 "대체복무요원의 기본권 침해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현행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 복무장소 제한, 합숙근무 등이 '징벌적 처우'가 아니라는 헌재의 판단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 3년은 "육군 복무기간의 2배로 해외사례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복무"라는 점, 복무기관과 관련해서는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 덴마크, 필란드, 스위스 등 OECD 국가는 교정시설 외 병원, 사회복지 시설, 환경 시설 등을 대체복무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체복무 선택을 이유로 부과하는 차별적이고 과도한 불이익이므로 '징벌적 처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가 현행 대체복무제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복무기간의 조정, 복무기간의 확대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대체복무제는 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복무기관의 확대를 위한 업무분야의 추가 발굴 및 지침마련을 하겠다'고 회신했다며 "이처럼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는 이상 현행 대체역복무제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고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위원회는 "헌재는 청구인들의 평등권 침해 주장이 '대체역의 복무가 과도하다는 취지'라며 별도로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았다"면서 "장기간의 복무기간 부과, 복무장소의 제한 등은 본질적으로 군 복무의 선택과 대체복무의 선택에 따라 복무기간 및 복무장소를 다르게 설정하는 '차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도소에서 대체근무 중인 청구인 A씨는 지난 2021년 △36개월의 대체복무기간을 지정한 법 조항(대체역법 제18조 1항) △대체요원으로 하여금 합숙 복무를 하도록 한 법 조항(대체역법 제21조 2항) △대체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법령(대체역법 시행령 제18조)에 대해 "행복추구권·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기에 위헌이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도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했으며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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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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