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北 안보리 결의 위반"…리창 "진영화 반대"

한중일 정상 '교류협력' 한목소리, 국제정세엔 엇갈린 시선

한중일 정상이 4년 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6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 취지를 한목소리로 평가하면서도 국제정세를 비롯한 북한 문제에 관해 엇갈린 시선을 드러냈다.

尹대통령 "3국 협력 안정성·지속성 다져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3국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한 3국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방점을 두고 경제통상 분야와 인적 교류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세 나라 지도자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기를 이겨내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모인 것은 우리 세 나라의 국민들과 국제사회 큰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올해는 3국 협력이 25주년 맞는 해로써 4년 5개월 만에 모인 이 자리 더 뜻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국 협력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지"라며 "따라서 우리 3국의 협력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생활 수준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세 나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협력 방안을 추구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또한 앞으로 3국 협력의 주역이 될 미래세대가 마음을 열고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국 협력에 새 활력 불어넣게 되길 기대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3국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다져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의를 통해 3국 협력을 보다 흔들이 없이 추진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양자 관계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도 3국 협력을 통해 풀어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굳건한 3국 협력의 토대 위에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의 외연도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글로벌 과제에도 3국이 함께 대응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올해 유엔안보리 이사국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나라가 글로벌 복합위기, 지정학적 갈등 앞에 지혜와 힘을 모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와 전대미문의 도전을 맞이했을 때 우리는 3국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면서 "오늘 우리가 직면한 역내 글로벌 차원의 여러 도전 역시 3국 간에 소통을 촉진하고, 협력의 지평을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의가 3국 협력의 새로운 출발과 도약을 기약하는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모두발언 말미에 윤 대통령은 "북한은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오늘 새벽, 소위 위성 발사를 예고했다"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발사를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 "국제사회 이익이 되도록 3국 협력 확대해야"

이어 발언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우리는 지금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국제 정세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엄중해지고 있다"면서 "AI 등 과학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기후변화, 식량, 에너지 위기, 전염병, 저출생, 고령화 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중한 3국은 문화와 오랜 역사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이며, 현재 3국의 GDP는 전 세계 GDP의 20%를 넘는 등 지역과 그리고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대한 3국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는 지역과 국제사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형태로 3국 협력을 확대해 국제사회를 분단과 대립이 아닌 협조로 이끌기 위해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오늘 일중한 3국 협력은 새로 재출발 한다"며 "저는 그 중에서 인적 교류, 지속가능한 사회, 아세안과의 협력에 관해 그 커다란 가능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3국 협력은 저변이 넓다. 또 우리의 경제 관계는 긴밀하다. 우리의 문화적·인적 유대 관계는 굳건하다"며 "이런 가운데 미래세대를 위하여 우리 3국 협력에 다시금 초점을 맞춰서 이것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도 모두발언 말미에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를 언급하며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북한에 강력히 중지를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 북한 정세를 비롯한 국제 정세와 국제경제 질서 강화 등에 관해서도 3국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리창 총리 "집단화·진영화 반대"

3국 교류와 협력에 관한 원론적인 의견을 피력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달리 리창 총리는 비배타성, 비차별성과 진영화 반대를 강조하며 미국과 공조 관계를 강화한 한일을 견제했다. 리 총리는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리 총리는 우선 "이번 회의는 4년 만에 개최됐고, 마침 3국 협력 체제 설립 25주년을 맞아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지난 4년 간의 중한일 협력은 코로나19 등 다중 요인으로 정체됐고, 이제 겨우 정상의 궤도로 복귀했다"고 했다.

리 총리는 또 "이번 회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며 "3국 협력은 한 세기의 4분의 1을 거쳐서 지금 백년의 미증유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세에 직면해 3국은 새로운 행동을 보여줘야 시대의 흐름에 더 잘 순응하고 더 좋은 공동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4년 세계가 많이 달라져서 국제 정세가 변덕스럽고 국제정치, 경제 구조가 재건됐다"며 "이것은 3국 협력 발전에 적지 않은 도전과 장애를 가져왔다"고 했다.

리 총리는 "중한일 협력의 취지와 초심은 발전 촉진, 통화 협력 강화,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수호"라며 "새로운 출발점에서 우리는 초심을 고수하고 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리 총리는 특히 "개방 포용의 정신을 견지해 협력의 원동력을 모아야 한다"며 "비배타적, 비차별적인 원칙으로, 개방적인 태도와 투명한 조치로 3국 협력의 전면적인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해 협력 정책의 안정성을 강화해야한다"며 "우리는 솔직한 대화로 의심과 오해를 풀고, 전략적인 자주의 정신으로 양자 관계를 수호하며,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고,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리 총리는 또 "호혜 상생을 견지하고 지속적인 협력의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서로를 발전의 동반자와 발전 기회로 간주하고,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해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무역보호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류 협력을 강조하며 "3국의 국민,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왕래하고 교류시키며 함께 우호 협력의 민의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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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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