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거부권은 야당 일방 독주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권"

채상병 특검 거부권 수순밟기…재의결 이탈표 단속 관건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헌법상 방어권은 행사되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일 없는 국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거대야당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법안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었겠나. 대통령께서 재의요구를 행사한 모든 법안은 여야 합의 없이 다수당의 힘으로 몰아붙여 일방처리한 법안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채상병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2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 재의요구안이 상정됐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임기 2년 간 이미 9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두고 '거부권 정치'라는 야권의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입법권한을 남용하고 행정부 권한을 침해할 경우 최소한의 방어권이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 무기지원 강행 법안인 이스라엘 안보지원법안 역시 거부권을 예고하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미국의 상황을 들어 거부권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대북송금특검법, 대통령측근비리특검법 등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거부당했다"며 여야 간 합의를 강조하고 "왜 수사 중인 사건을 가지고 정쟁에 몰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특검 추진의 정치적 의도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일이 없는 국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추 원내대표는 제22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다수당의 지위로 원 구성 지위를 독식하려 한다.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운영위,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 몫으로 하겠단 입장"이라며 "관례와 사실을 외면한 채 국회의장에 이어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발상은 입법독재를 하겠단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채상병 특검 재표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국회가 28일 재의결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당내 이탈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표결 가결 요건은 3분의 2 찬성이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현 국회 재적 의원 295명이 모두 재표결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가결에는 197표가 필요하다. 이 경우 범야권 의석 수가 180석이라 여권에서 17표 이상 찬성표가 나오면, 채상병 특검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채상병 특검 찬성 의사를 밝힌 대표적 정치인은 안철수 의원이다. 그는 이날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 찬성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채상병 특검 찬성 투표를 "이탈표라고 부르기보다는 소신 투표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탈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중 불출마·낙선·공천 배제 등 사유로 제22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의원이 58명에 이른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당 지도부는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세히 떠들어보면 여기(채상병 특검)에 정치적인 의도성이 있다는 것을 상식적인 의원들은 알 것"이라며 "의원들도 그런 판단에 의해 투표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비대위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탈표를 던질 의원이 "김웅 의원이랑 안철수 의원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탈표 단속과 관련 "모든 의원님들과 현재 대화하고 소통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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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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