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금체불 사상 최대인 1조7845억, 해법은 없는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주최 토론회…"ILO 임금보호 협약 비준, 근로감독 강화해야"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치인 1조7845억 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ILO 제95호 '임금보호' 협약(아래 95호 협약) 비준이 임금체불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여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근로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였다.

사단법인 한국ILO협회와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14일 공동주최한 'ILO 관점에서 본 ESG경영과 임금보호를 위한 95호 협약 비준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대표공인노무사는 95호 협약 비준이 임금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4개 조항으로 이뤄진 ILO 제95호 협약은 임금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금의 정의, 통화·직접·정기·전액지급 원칙, 임금처분의 자유 보장, 임금공제 제한 및 통지, 임금 압류로부터의 보호, 도산시 임금 우선변제권, 고용 종료 시 금품청산의 기한 등이다.

이 노무사는 이 중 임금의 정의, 정기지급 원칙, 임금처분의 자유, 고용계약 종료시 금품청산 기한 등과 관련해 한국의 근로기준법 조항이 95호 협약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협약 비준 시 기대되는 임금보호 개선 효과를 제시했다.

임금의 정의와 관련 이 노무사는 임금을 "근로의 대가"로 규정한 근로기준법과 달리 "95호 협약은 임금을 '완성된 일 또는 제공된 노무 또는 제공될 노무의 대가"로 보기 때문에 95호 협약 비준 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으로 임금보호 제도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2019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를 대략 166만 명으로 추산한 연구결과아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임금노동자의 10% 내외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지급 원칙과 관련 이 노무사는 "95호 협약은 임금을 시간, 일, 주 단위로 계산할 경우 월 2회 임금 지급을 규정한다"며 "국내 법령이 월 2회 임금 지급을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면, 초단기로 고용되는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노무사는 임금처분의 자유에 대해서는 "'헌법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근로기준법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짚은 뒤 "95호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는 근로자의 자기의 임금처분에 대한 자유를 어떠한 방법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는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노무사는 고용계약 종료 시 금품청산 기한에 관해서는 근기법에 14일로 명시돼 있지만 "당사자와 합의가 있으면 퇴직 후 14일을 초과해 변제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며 "95호 협약은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변제기일 연장을 혀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근기법상 변제기일 연장 조항이 "임금체불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삭제를 주장했다.

이 노무사는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서는 95호 협약 비준과 관련 법령 정비에 더해 "근로감독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전체 사업장 수를 250만 개로 반다면 한국의 2022년 근로감독 비율은 연간 1.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근로감독이 '수시로 절저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산업현장에 불법적 노동관행이 만연해 있고, 이로 인한 임금체불 신고사건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노사단체 및 지방정부 등의 자원을 활용해 근로감독에 나설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5호 협약 비준과 관련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보완책과 한계를 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특히 이 노무사가 95호 협약의 임금의 정의 조항이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에게 임금보호 제도를 확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 집중됐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협약 비준이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사회적 파장이 가장 큰 조항은 임금의 정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일이 진행되는 순서를 고려할 때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적용이라는 사회적 쟁점이 선결된 후에 95호 협약 비준 조건이 무르익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무제공자와 프리랜서의 노동조건 보호의 필요성에는 절대 공감"한다면서도 "과연 95호 협약이 만들어진 1949년에 현재 우리가 말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종속적 프리랜서가 존재했고 그들을 염두한 규정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광역근로감독과 근로감독관들이 임금체불 단속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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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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