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가라앉아도 친구들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 유가족들 "윤석열 정부, 세월호 참사 지우기 중단하라"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1997년생 동갑내기 마야 구릉 씨(네팔)는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경기도 오산에서 안산까지 걸어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구릉 씨는 "2014년 4월 16일 TV 중계로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본 그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며 "배는 가라앉아도 친구들은 모두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구릉 씨는 12년 전 NGO 단체를 통해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으며, 현재는 오산이주노동자쉼터에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동갑내기 김지애 씨는 "성인이 되어 참사를 바라봤던 나는 이 참사가 오롯이 나의 책임으로 다가왔다"며 "수학여행을 가다가, 축제에 가다가, 버스를 타다가… 이렇게 여러 번 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아무런 안전장치도, 대안도 없는 이 나라에서 나는 그저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한탄했다. 김 씨는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서 기억편지를 낭독했다.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은 4.16재단,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주최·주관으로 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시민들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이민근 아산시장, 그리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장혜영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 정치인이 대거 참여했다.

기억식은 희생자 호명과 묵념, 추도사, 기억편지, 기억영상, 기억공연, 기억합창 순으로 진행됐으며, 사회는 전 MBC 아나운서 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가 맡았다.

▲ 4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세월호 참사 지우기 중단하라"

단원고 2학년 1반 수진이 아빠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수학여행을 떠났던 250명의 우리 아이들과 11명의 선생님을 포함한 304명의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되어 하늘의 별이 되었고 보통 시민으로 가정을 돌보고 직장에 다니던 평범한 엄마 아빠였던 우리가 갑작스러운 참사로 유가족 신분으로 산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며 "지난 10년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304명을 죽게 한 책임자를 처벌해서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외치며 요구했"지만 "국가는 오히려 이런 요구를 묵살하고 방해하고 탄압하며 국민이 반목하게 만들고 갈라치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석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지우기를 중단하고 국가폭력에 대한 공식 사과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당연한 책무를 다하라"라며 생명안전기본법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 고향인 안산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4.16 생명안전공원이 늦어도 올 가을에는 반드시 착공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기 (사)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학년 8반 장준형, 5반 김건우, 3반 김도언, 6반 박영인 등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지금도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웃으며 달려올 것 같은 그리운 이들을 가슴에 품고 유가족들은 열 번의 가슴 시린 봄을 버텨왔다. 그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우리 사회에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도사에 이어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걸어온 10년의 발자취를 담은 추모 영상 '10년간의 약속'이 상영됐으며, 가수 박창근 씨의 추모 공연과 함께 배우 박원상 씨의 목소리로 정호승 시인의 세월호 10주기 추모시 '왜 아직 돌아오지 않느냐'가 낭독됐다.

기억공연에 이은 기억합창에서는 유가족이 주축이 된 4.16 합창단과 시민 4160명이 '가만히 있으라'(이승환 작사/작곡), '화인(火印)'(도종환 작사/백자 곡), '잊지 않을게'(윤민석 작사/작곡) 등을 불렀다.

기억식은 오후 4시 16분 사이렌 소리와 함께한 묵념으로 마무리 됐다.

한편, 진도 팽목항과 인천, 제주 등에서도 추모식이 열렸다. 팽목항에서는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쓰는 행사와 씻김굿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으며, 인천에서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제주에서는 희생자 기억 행사가 진행됐다.

▲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시민들과 함께 합창단원으로 참여했다. ⓒ연합뉴스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한 유가족이 울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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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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