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두고 대장동·성남FC·백현동 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주권을 배반한, 국민을 거역한 정권에 엄정한 주권자의 심판을 내려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선거 전날인 오늘 초접전지들을 들려서 한 표를 꼭 호소하고 싶었다"며 "제가 다 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이 대신해달라"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이 대표는 먼저 "저는 오늘 2년째 겪고 있는 억울함과 부당함, 저 하나로도 부족해서 제 아내까지 끌어들인 정치 검찰의 무도함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제가 겪고 있는 그리고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이 아무리 크다 한들, 국민 여러분께서 겪고 있는 삶의 고통에는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때,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고 또 그렇게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년간 윤석열 정권은 경제, 민생, 외교, 안보, 민주주의 이 모든 측면에서 국가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 세력만 때려잡는다"며 "해결하라는 민생 과제는 제쳐놓은 채,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총선을 겨냥해서 사기성 정책을 남발한다다. 분명한 불법 관권 선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정권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확정 범죄자도 사면해서 출마시키겠다, 어쩔래? 우리 가족은 절대 못 건드린다, 어쩔래?' 국민을 존중하지도, 국민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능멸하는 정권 탓에 이제 정치는 통치와 지배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신상필벌을 엄히 해야 주권이 제대로 작동한다"며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길을 가는 이 정권에 대해서 이제 주권자들이 나서 멈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에 출석하지 말고 지역을 돌아야 한다는 그런 제안도 있었다. 1분 1초를 천금같이 쓰고 싶었다"며 "저의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독재 정권, 정치검찰의 의도인 것을 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심판의 열망을 받아 안은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박빙의 접전을 치르고 있다"며 "이번 총선이 무도한 정권에 대한 확실한 심판이 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특별히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박빙 접전 지역구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남 진주갑의 갈상돈 후보 △강원 강릉의 김중남 후보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이재한 후보 △충남 서산·태안의 조한기 후보 △경기 포천·가평의 박윤국 후보 △충남 공주·부여·청양 박수현 후보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남병근 후보 등 7곳을 언급하며 "손이 닿는 모든 연고자들을 찾아서 투표해달라고 독려해 달라"고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지원유세에서도 "제가 지금 보니까, 충청·경남·부산·강원 할 것 없이 박빙의 승부가 이루어지는 곳이 너무 많다"며 "경남 진주갑 갈상돈 후보라는 분이 계신데, 거기는 투표만 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 "강원도 강릉에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취업 전문' 권 모 후보가 있는 곳인데 김중남 후보가 정말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충남 서산·태안에 대해서는 "충청도 어디 가면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라고 칭송한 사람이 있다. 성일종"이라며 "거기도 아슬아슬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날 법원 앞 회견에서 언급한 동두천·양주·연천을 지역구의 여당 후보도 '수해 사진' 발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성원 후보다. 자당 후보들의 막말·부동산 논란이 '경기도 3인방' 등으로 여당의 공격 소재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만 선거 판세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김부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 제1당이 목표"라며 "관찰하는 분들은 말하자면 말하기 쉬워서 '150석이 넘을 거다', '200석이다'(라고 하는데) 그건 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낙관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치 지형으로 봐서는 어느 당이 1당이 되느냐가 가장 큰 쟁점"이라며 국민의힘 측이 '야권 200석 위기론'을 주장하는 데 대해 "여당 측에서 그 말을 하시는 분은 엄살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 역사에 그런 적이 없다. 어떻게 어느 한 정치 세력이 200석을 넘을 만큼,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유례없는 상황에서도 저희 쪽이 겨우 152석이었다"며 "지난 번에 170석이라는 것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앙 때문에 그걸 극복하자고 국민들이 (당시)여당에 힘을 몰아준 거지 그런 정치적 상황을 자꾸 기대하거나 또 그런 상황이 올 거라고 공포탄을 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한병도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51석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여러 지표와 분위기들이 감지된다"고 하기도 했다. 한 본부장은 특히 낙동강 벨트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거물급들을 (다른 지역구로) 재배치한 것은 전략적 미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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