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태세전환? 하루만에 "정부 부족, 저한테 책임 있나?" → "다 제 책임"

韓, 정부 '선 긋기'에서 '감싸기'로?…"尹정부, 화물노조·건폭 뚝심 있게 정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관련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며 윤석열 정부 감싸기에 나섰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와 대통령실의 연이은 전향적 입장 표명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 대신 '당정 일체화'로 선거운동 기조가 전환되는 조짐일지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불과 하루 전 부산 유세 현장에서만 해도 정부 실정과 관련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나"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위원장은 2일 오전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찾아 지원유세를 벌이던 중 "우리 정부와 여당에 부족한 점 많이 있을 것"이라며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 그냥 저에게만 그런 얘기를 해 달라"고 말했다. '대파논란', '의정갈등' 등 대통령실발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는 정권심판론 여론과 관련 여당 대표인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특히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한미일 공조를 완전히 복원했다. 대한민국 발전 원천이었던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다시 복원했다. 화물노조나 '건폭' 폭주 같은 법을 지키지 않는 행동은 원칙을 가지고 뚝심 있게 정리했다"며 "거대야당이 모든 것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전진들"이라고 상찬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는 "여러분, 한미일 공조 다시 파탄내고 친중으로 돌아가고 싶나? 원전 없애고 태양광 업자가 설치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나? 다시 화물노조든 건설현장 건폭이든 그런 사람들이 떼법으로 법을 무시하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나?"라며 "저희에게 제대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또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서는 상황이 어떻다 한들 누구를 손가락질하지 말자"며 "지금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때"라고 결집을 강조했다. 오후 천안 유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최근에 선거 관련해서 누가 탈당을 해야 하느니,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니 거친 말들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중대한 결전을 앞두고 서로에게 핑계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저희만 믿고있는 국민들을 기운빠지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전날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에 대해 공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전날인 1일 부산 해운대 유세 현장에서는 "지금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나"고 했었다. 그는 당시 "저는 너무 억울하다. 여러분 저한테는 한 번도 기회를 주신 적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지도부 간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한 위원장의 발언 방향이 하루 만에 '선 긋기'에서 '감싸기'로 바뀐 셈이다. 앞서 한 위원장이 부산을 찾았던 1일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과 관련 '2000명 규모 고수'로 해석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논란이 일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통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낸 바 있다.

한 위원장 또한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발을 맞춘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선 "부족하다 말씀하시면 제가 눈치보지 않고 나서서 부족함을 해결할 것", "(정부 등이) 소통이 부족하다 말씀하시면 제가 있다. 제가 여러분 위해서 밤잠 안 자고 몸 던져서 소통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입장변화에 대한 본인 역할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대통령 담화 발표 직후인 부산 남구 유세에서는 "의사 증원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라신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달라"고 정부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실발(發)로 '대통령 담화 취지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전향적 입장 표명이 나오자, 같은날 오후 부산 북구 유세에서는 "오늘 의료개혁 문제에 있어서 정부도 2000명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 방문에서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공약을 강조하는 등 지역 민심에도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당진과 천안에서 각각 "충청이 다시 태어난다는 말은 매번 모든 정치인이 여러분께 해온 말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정말 국회가 전부 충청으로 이전한다"며 "충청이 대한민국의 진짜 새로운 중심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개같이" 발언으로 불거진 한 위원장의 막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전날 경남 김해 수리공원 유세에서 "'정치, 진짜 어차피 후진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난 관심 없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러면 더 후진 놈들이 여러분들을 지배할 것이다. 더 후진 놈들이 거들먹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역 앞 광장에서 김영석(충남 아산시갑) 후보, 전만권(충남 아산시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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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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