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지적 반박 "증가 학생 감당 못해? 문제 없어"

카데바 부족 지적에는 "지금도 400구 남아" 반박

정부가 의대생 2000명 증원안을 공식 발표해 논란에 쐐기를 박은 가운데, 의료계는 정부 안에 현실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21일 정부가 다시금 의료계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각 의대 수련 인프라가 갑자기 증가하는 학생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에 관해 "인프라 등은 저희가 작년 수요조사 때부터 각급 학교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 자료를 받았다"며 관련 내용을 파악한 가운데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어 "이번에 정원을 배정할 때에도 (각 학교로부터) 추가적인 자료를 받았다"며 "그런 모든 계획들을 감안해도 학생 배정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범위 내에서 정원을 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인프라가 못 따라간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21일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의대 비대위)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부 안을 두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방 위원장은 "지방국립대 어떤 대학(충북대)은 원래 정원이 49명인데 200명으로 발표됐다"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교수로서는 4배 정도의 의대생을 (한꺼번에 늘려) 배분했을 때 교육할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잘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학위를 따더라도 실제 제대로 된 교수 역할을 하려면 임상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 의학 특성을 들며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교수가 되려면 저도 교수가 되고 나서 죽어라고 노력해서 한 45세 정도는 돼야 실력 있는 교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45세 이상 교수 1000명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느냐"고 물었다.

박 차관은 이 같은 지적에 관해 "어제도 '충북대 정원이 4배가 늘어서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건 '현재 정원이 옳은 정원'이라고 전제한 것"이라며 "현 정원이 옳지 않은 정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충북대와 전북대 교원 수가 거의 유사하고, 병상 수도 전북대가 약간 많은 수준"인데 현 충북대 의대 정원(49명)이 전북대(142명)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차관은 "충북대는 충북의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학교고 전북대는 전북 지역 거점병원"이라며 "다른 여건이 유사하다면 학생 정원도 유사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전북대 등 다른 대학에서 실습 참관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북대가 4배 늘어났다고 해서 너무 많이 늘어난다는 건 맞지 않는 가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차관은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규모를 크게 증원해도 이들이 수도권에 올라와 수련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지역 의대의) 수련병원이 서울에 있다는 가정도 제가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역에도 (수련병원이) 있는데 그리로 안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 학교(수련을 서울에서 하는 학교)가 몇 군데 있"지만 "저희가 증원 요청을 받을 때 그것(지역 병원에서 수련받기)을 조건"으로 증원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을 한꺼번에 늘리면 '카데바(해부용 시신)가 부족해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대생 주장에도 박 차관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일 정부의 증원안이 발표되자 의대와 의전원 학생 대표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공동 성명서를 내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로 인해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에 따르면 카데바는 기증자가 각 기관(수련병원)에 기증하고 이를 학생이 실습용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보된다. 한국에서 1년에 기증되는 카데바는 1년에 약 1200구다.

박 차관은 "그런데 실제로 의대에서 활용하는 카데바 수는 (1년에) 800구 정도"라며 "수량적으로 400구가 남는 데다, 기존에 활용되는 800구도 어떤 학교는 충분히 남아돌고 어떤 학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카데바 부족이 아니라) 현행 제도상 문제"라며 "따라서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기증하고 이를 활용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차관은 "만약에 그렇게 해도 부족하다면 이 부분은 수입도 고려할 수 있다"며 "외국의 경우 카데바를 실제 수입해서 의대 실습용으로 활용한다"고 전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수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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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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