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생 2000명 증원 확정…82% 비수도권 배정·서울은 0명

비수도권 27개 대학 정원 3662명…거점 국립대 큰 폭 증가

내년부터 전국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2000명 늘어난다. 의대생 정원은 2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하게 됐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증원 인력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서울 지역 의대생 정원은 한 명도 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의대생 정원 5058명으로 증가…비수도권에 3662명 배정

교육부는 지난 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각 대학으로부터 증원 신청을 받았다. 이에 40개 모든 의대에서 총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이하 배정위)'를 설치해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하는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의 지역별·대학별 배치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총 2000명의 증원 인원 중 82퍼센트(%)에 해당하는 1639명이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배정됐다. 수도권 대학에는 증원 인원이 18% 수준인 361명이 배정됐다. 서울에는 단 한 명의 증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2025학년도부터는 현재 2023명인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3662명으로 증가한다. 전체 의대 정원 5058명의 72.4%(3662명)가 비수도권에 배정됐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내년도 대학별 배정 인원을 살펴보면 △강원대 132명 △연세대 원주의대 100명 △한림대 100명 △가톨릭관동대 100명 △동국대 분교 120명△경북대 20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대구가톨릭대 80명 △경상국립대 200명 △부산대 200명 △인제대 100명 △고신대 100명 △동아대 100명 △울산대 120명 △전북대 200명 △원광대 150명 △전남대 200명 △조선대 150명 △제주대 100명 △순천향대 150명 △단국대 천안 120명 △충북대 200명 △건국대 분교 100명 △충남대 200명 △건양대 100명 △을지대 100명이다.

정원이 49명인 강원대 정원은 13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연세대 원주의대 정원은 93명에서 100명으로, 한림대 정원은 76명에서 100명으로, 가톨릭관동대 정원은 49명에서 1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강원대와 제주대(100명)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거점 국립의대 7곳의 정원은 모두 2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북대 정원이 110명에서 200명으로 증가했다. 경상국립대(76명→200명), 부산대(125명→200명), 전북대(142명→200명), 전남대(125명→200명), 충북대(49명→200명), 충남대(110명→200명) 등 국립대의 정원이 내년에 모두 200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충북대의 경우 정원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인천 지역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정됐다. △성균관대 120명 △아주대 120명 △차의과대 80명 △인하대 120명 △가천대 130명이다. 이들 대학의 종전 정원은 50명 이하였다.

서울-경인 격차 해소·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고려

교육부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이 같은 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배정 기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격차 해소 △지역 필수의료 뒷받침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의 교육 여건 강화 등이다.

교육부는 서울에 한 명의 증원도 하지 않은 배경으로 서울과 경인지역 간 의대 정원 불균형과 의료 격차를 제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작년 기준 서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에 근접하는 3.61명이었으나 경기 지역은 1.80명, 인천은 1.89명에 불과했다.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은 작년 기준 서울은 0.9명 수준인 반면 경기는 0.1명, 인천은 0.3명에 그쳤다.

지역 필수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비수도권 지역거점 국립의대에 총정원 200명을 배정하고 중규모 의대 총정원은 120~150명으로 각각 배정했다.

교육부는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거점 국립대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하고자 증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지난 2022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발표 자료를 근거로 "의사의 근무지역이 출신 지역과 의대 졸업 지역, 전문의 수련지역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비수도권 거점대학 의대 증원을 집중적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 출신 지역이 비수도권 광역시도일 경우 해당 의사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근무할 가능성이 2.33배가량 컸다.

의대 졸업지역이 비수도권일 경우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근무할 가능성이 2.12배 컸다. 전문의 수련지역이 비수도권일 경우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근무할 가능성이 12.41배 컸다.

아울러 교육부는 정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 총정원을 전부 1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정부의 전국 의과대학별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 20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진료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27년 만에 첫 증가…정부는 "최소 숫자"

이로써 한국 의대 정원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하게 됐다.

한 총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교육 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등 국내 정상급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2035년에는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증원이 불가피했음을 피력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번 2000명 증원을 통해 개별 의대의 한 학년당 의대생 수는 현재 평균 77명에서 127명으로 확대된다"며 "이는 미국 평균 146명, 독일 평균 243명, 영국 221명 등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적은 수치지만, 우리나라 의학 교육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번 증원으로 "6년 후인 2031년부터 증원에 따른 의료 인력이 배출되고 203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의료계에 진출함에 따라 의사의 진료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 장관은 이번 의대 증원에 더해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보상체계 공정성 강화 등 네 가지 개혁 과제를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체적으로 △정원조정시스템 구축 △인턴제를 포함한 수련시스템 혁신 및 전공의 연속근무 상한 축소 △국립대병원의 지역 필수의료 중추화 △권역별 최대 500억 원 규모의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시행 △지역의사 확보대책 시행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추진 △필수의료 분야에 5년간 10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수혈 △비급여시장 정상화 등 그간 거론된 안이 포함됐다.

정부-의사 대립 극한 예고…25일 파국 오나

정부가 결국 예고대로 2000명의 의대 증원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제 정부와 의사집단 간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상되는 건 의대 교수들의 본격적인 집단 사직이다. 이미 20개 의대 교수협의회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국 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하겠다고 의결한 상태다.

정부가 2000명 확정안을 이날 발표함에 따라 이제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이 경우 전공의에 이어 교수마저 병원을 비우게 돼 심각한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에 관해 "사직서 수리 금지나 진료유지명령 등을 내리기보다 저희가 교수님들과 더 긴밀한 대화를 하겠다"며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의료 현장을 지키겠다고 교수님들이 분명히 하셨다"고 언급했다.

당장은 사직서가 제출되더라도 진료에는 차질이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전체 의대생의 절반 가까이가 동맹휴학으로 인해 유급 등 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여태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8360건에 이른다. 이는 작년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 1만8793명의 44.5%에 해당하는 숫자다.

8개 대학에서는 수업 거부가 진행 중이다. 상황상 여러 대학에서 대규모 학생이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유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주호 부총리는 의대생들을 향해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우리 미래의 의료계를 책임지고 나갈 소중한 인재"라며 "속히 제자리로 돌아와 학업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대 교수들에게는 사직 대신 "애타는 마음으로 의료인의 도움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환자 곁으로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후배 의료인이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여 주시고, 제자들인 학생들에게도 제자리로 돌아와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관련해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정부 발표 후 곧바로 성명을 내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시신으로 해부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며 "휴학계 수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아울러 휴학계가 반려될 경우를 대비한 행정소송 준비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앞서 의대협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실제 성사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이번 증원안이 발표됐다.

이에 관해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내년에 시험을 치르게 될 수험생과 학부모님에게 이러한 혼란을 빨리 정리해서 일정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며 "(2000명 증원안) 이후에 추가적으로 (의대협과) 논의할 대상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의대-의료계 분위기로는 앞으로 대화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정부는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할 경우 현재 교육 여건상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이 부총리는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필요한 교육 여건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며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규모로 확충, 의료개혁 과제 시행 등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원으로 현재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 절반가량이 수도권 의대에서 인턴 수련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 지역 내에서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심산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에 전임교수 인원편성(TO)이 확보되면 기존 기금교수 중 많은 분이 전임교수요원이 되고, 그렇게 비워진 기금교수 자리에는 임상교수가 올라서고, 임상교수 자리에는 펠로우가 그만큼 확충된다"며 "이렇게 대학에 자리가 생기면 펠로우를 마치고 개원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학교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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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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