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에 대량살상무기 필요 없어…존립 위협받으면 핵 사용할 것"

미국 핵무기에 대해 "내일 핵 전쟁 개시할 준비 돼있는 건 아닐 것"

오는 15일부터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국가 존립에 위협을 받는다면 핵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방송 <로시야 1> 및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에서 핵무기 사용에 대해 "왜 우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야 하나? 그럴 필요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존립이 위협받는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더 발전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3대 핵 전력'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통적인 정치를 중시하는 인물이고,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 및 전략적 억제와 관련한 많은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그런 방향]으로 (핵 대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됨)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미국)은 (핵)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설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 생각에는 그들이 내일 핵 전쟁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대화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직 희망적 사고가 아닌, 현장에서 변화하는 상황에 기반해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현재 전장 상황을 고려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우크라이나의 재무장을 허용하기 위한 일시적인 중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위한 진지한 대화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갈등, 특히 이 상황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적(우크라이나)의 재무장을 위한 일시정지가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안전 보장과 같이 가는 신중한 대화라는 것을 (우크라이나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외무장관이 지난 10일 이미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이 배치돼 있다고 주장하며 서방 국가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 진위를 두고 논란이 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한동안 주둔해 왔는데, 전장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무기 수송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경우 그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그들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 땅을 스탈린에 빼앗기고 난 뒤 우크라이나에 전해졌다고 본다"며 "당연히 그들은 그 땅들을 다시 돌려받길 원한다. 공식적으로 폴란드 부대가 그곳으로 들어간다면, 그들은 떠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독일산 장거리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언급했던 독일군 장교 4명의 녹취가 유출된 것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로 이전된 미국과 영국 미사일은 우리에게 분명히 피해를 주지만 전장 상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독일 장교들이 크름반도의 크름대교 폭파를 논의하며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러시아군이주요 접경 지역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가입이 확정된 핀란드와 스웨덴의 국경 인근에 병력 및 타격 시스템을 주둔시킬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곳에 군대를 두지 않았지만 이제 그럴 것"이라며 "이것은(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순전히 정치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서방세계를 분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론 그렇지만 우리의 이익이 존중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서방과의 '공정한 조약'을 이야기하면서 "이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보증이 필요하다. 이 보증들은 서면으로 해야 하고, 우리에게 충분해야 하며, 우리가 믿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여론조사센터 프치옴(VCIOM)은 11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푸틴 현 대통령이 82%의 득표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국가두마(하원) 의원과 새로운사람들 정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국가두마 부의장이 각각 6%를, 러시아자유민주당(LDPR) 레오니트 슬루츠키 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장이 5%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 총리로 물러나 있던 때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 왔다. 이번에 당선되면 5선에 성공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014년 합병된 크름 반도 및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영향권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주도 선거구로 포함됐다. 또 남부의 헤르손 및 자포리자주 역시 선거구에 들어갔다.

선거는 15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사전투표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국내 경영대회 수상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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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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