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 학살' 논란에 "누군가는 꼴등할 수밖에" 일축

이의제기 겨냥 "동료의원 평가 거의 0점인 분도 있다더라", "툭하면 사퇴하라는 분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역 배제 여론조사', '현역의원 하위 20% 평가 논란' 등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이의·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용진·김영주 의원 등이 왜 하위 20%냐는 의문에는 "누군가는 꼴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나아가 "동료의원 평가가 거의 0점인 분도 있다더라"고 웃으며 심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2선 후퇴 요구에 대해서도 "툭하면 사퇴하라고 하는 분들"이라며 "그런 식이면 365일 내내 대표가 바뀌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역의원 하위평가 명단 논란에 대해 "여러분도 학교 다녀서 평가 받아보신 기억이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는 1등을 하고 누군가 꼴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민께서는 변화를 바라시는데, 또 한 번 선출된 분들은 스스로 지켜가고 싶어해서 두 가지를 잘 조화하는 게 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할 일"이라며 "약간의 진통,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진통이라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1년 전에 확정해 놓은 특별당규에 따라 '시스템 공천'을 충실·공정·청렴하게 하고 있다"며 "(현역의원 평가는) 대부분이 정량평가로 돼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심사위원들의 심사영역도 있지만 동료의원들의 평가를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동료 의원들이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누군지 여러분이 짐작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리고 지역구 당원들의 평가, 지역구 국민 여론조사 등을 합산해서 평균을 낸 것 아니냐"며 "그래서 '왜 나는 하위냐'고 한다면 본인으로서야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평가 주체나 관리 주체 입장에선 참 난감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선생님이 점수를 매겼는데 '선생님 왜 저는 몇 점입니까'(라는 것과 같다)"라고까지 했다. 이날 현재까지 당으로부터 현역의원 평가 하위권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들은 김한정·박용진·박영순·윤영찬(이상 하위 10%), 송갑석·김영주(이상 11~20% 구간) 의원 등 6명이다.

이 대표는 특히 박용진 의원에 대한 지역구 여론조사를 수행한 업체가 과거 2013년 성남시 여론조사를 수행한 업체이면서 동시에 '현역 배제' 여론조사를 시행한 업체와 동일 대표자를 둔 업체이고, 최근 당 공천경선 시행업체에 막판에 추가 선정된 곳이라는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 기사 : "'박용진 하위 10%' 평가, '현역 배제' 조사 유관업체가 했다")

이 대표는 "십수 년 전에 어떤 업체가 성남시 여론조사를 한 번 했다는 것과, 지금 민주당 정량평가를 위한 조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슈퍼마켓에서 새우깡을 하나 샀는데 그 집에서 어떤 사람이 칼 사서 강도질하면 강도질한 곳에서 새우깡 샀다고 할 거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2013년 성남시 조사' 부분 외에 △해당 업체가 '현역 배제' 조사를 돌린 업체와 동일 대표자를 둔 업체라는 점 △올해 총선 공천 경선 ARS로 추가 선정된 업체라는 점 및 추가선정 경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등에서 '현역 배제 여론조사' 관련 이의·의혹제기가 잇따르며 지도부 퇴진 요구까지 나온 데 대해 "뭐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당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전략적 판단·연구·결단을 해야 하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필요에 따른 여러 조사가 이뤄질 텐데, 개별적으로 모두 판단할 수 없지만 일상적으로 해오는 정당 조사를 과도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필요한 조사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공동 입장문을 내 당 공천 관련 상황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서는 "당의 원로 분들께서 이런저런 의견을 주셨는데, 당에 대한 애정의 발로인 것이고 당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맘에서 하신 충언이라 생각한다"며 "당이 언제나 완벽하게 일처리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기존의 당헌당규와 공천 시스템에 따라서 합당한 인물들을 잘 공천하는 결과로, 공관위에서 국민들과 당 원로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정 두 전직 총리는 전날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전직 총리는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공정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을 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가 현역의원 평가에 대해 "누군가는 1등 하고 누군가 꼴등할 수밖에 없다", "동료의원 평가를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 "선생님이 점수 매겼는데 '왜 저는 몇 점입니까'" 등의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 당에 재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박용진 의원은 "뭐가 무서워서 학생에게 자기 시험지와 성적표를 보지 못하도록 숨기는 거냐"고 재반박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생이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자기 성적표와 시험지는 볼 수 있어야지,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숨기나. 처음 박용진이 하위 10%라는 것보다 더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며 이간이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오전 당 공관위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이날 오전 '기각' 통보를 받았다며 "당헌당규상의 절차도 다 무시하고 있다. 당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려 하는 마음을 왜 짓밟고 모욕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기각을 하더라도 공관위 회의를 통해 해야지, (이날 오후인) 공관위 회의가 있기도 전에 문자 하나 보내서 기각이라고 하면 어떻게 제가 수용하겠나"라며 "기각 결정은 절차상 하자가 분명하고 당헌당규 위반이 명백해서 무효다. 이렇게 되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심사 내용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2일 공천심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든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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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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