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한국의 그래타 툰베리'들 대변해보니…법을 바꿔야"

[국회 다니는 변호사] 신년특집 인터뷰②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변호사

2024년은 중요한 해입니다. 윤석열 정부 중반, 중간선거 성격을 갖는 총선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죠. 소위 3대 위기(기후·인구·재정 위기)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계기로 작용할까요, 아니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까요.

그간 '좋은 입법'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거나 통과된 법안들을 살펴온 '국회 다니는 변호사' 코너는 선거의 해인 2024년 신년을 맞아, 앞으로 국회에서 '좋은 입법'을 업(業)으로 삼게 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 정당의 '1호 총선 영입인재'들을 만나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국민의힘 1호 영입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민주당 1호 영입인재 박지혜 변호사가 그들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의 공간은 나날이 줄어들고, 주장과 아집만이 난무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2021년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회적 갈등은 3위에 해당한다고 하죠. 즉 대한민국의 정치는 양극단에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태라는 겁니다.

이런 한국 정치의 현실을 이른바 '정치 신인'인 영입인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들은 국회에서 어떤 법을 만들고 싶어할까요? 또 이들은 왜 정치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걸까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질문에 대한 이들의 대답과 포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국회 다니는 변호사' 칼럼을 연재해 온 박지웅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전 청와대 행정관,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와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이수정 교수와의 인터뷰를 살펴봤고(☞바로보기), 오늘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박지혜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1호 영입인재인 박지혜 변호사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대변하다"

프레시안 : 22대 국회의원이 된다면 제안하고 싶은 입법안이 있는지.

박지혜 :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법률들을 생각하고 있다. 뭐 하나를 집어서 '이거다' 지금 말씀드리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다. 다만 지금까지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쭉 생각했던 건, 온실가스 감축을 꾸준히 추진하려면 시장 기반의 해법과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변호사로서 기후위기, 환경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

박지혜 : 계기는 삼척 석탄발전소 취소 소송이다. 제가 처음으로 맡았던 집단소송 사건이었다. 삼척 주민들은 당초 발전소 허가가 취소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때는 미세먼지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이전 대선 과정에서 당진 에코라는 1기가와트짜리 석탄발전 사업이 취소됐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 한국에는 석탄 발전소를 짓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인허가가 최종적으로 난 거다. 그래서 취소 소송을 시작했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미세먼지보다는 온실가스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발전소는 처음 인허가가 된 건 2013년이었는데, 허가 시점에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때 석탄발전소를 대거 인허가함으로써 1억 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용인하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걸 들여다보면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라는 게 분명히 있는데 그게 왜 에너지정책엔 힘을 발휘하지 못할까’,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환경 정책의 목표는 있는데 (그 목표가) 상징적인 상태로만 존재해서 다른 정책영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여기서도 어김없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마침 그때 전 세계적으로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기후시위와 같은 등교 거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고, 한국 청소년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를 안 가면 큰일이 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도 기후 시위에 나섰다. 이후 청소년들은 ‘이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모임을 계속했었고, 교육청에도 기후위기 관련 교육을 더 해달라는 식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교육감이랑 사진도 찍고 하는데, 돌아서고 나면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은 현실의 벽을 크게 느꼈던거 같다. ‘우리 의견을 좀 더 강하게 제시하고 싶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다들 ‘이게 헌법 소원이 되겠느냐’, ‘각하당하기 쉽다’ 이런 반응이었고, 저도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그런데 마침 비슷한 시기 네덜란드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이 있었는데 2019년 말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네덜란드가 EU의 일원인데도 불구하고 EU의 목표보다 낮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에 대해서 법원이 ‘목표를 올려라, 이 감축목표 수준은 네덜란드 국민을 보호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큰 영감이 되었다.

저도 계속 삼척 석탄 사건을 진행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너무 상징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현실에 뭔가 경종을 울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3월에 청소년 기후소송이 시작되었다. 헌법소원은 지금도 계류 중이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탄소중립기본법도 새로 만드는 등 이런 흐름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전문가로서 활동해 오다가 정치를 나의 다음 업으로 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박지혜 : 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오히려 더 많이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도 그렇지 않은 분위기더라, 그런 상황이 항상 아쉬웠다. 조금이라도,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당연히 해 봐야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 일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먼저) 제안을 주셨으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소송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정해진 룰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것이지 않나. 환경 소송은 이기기가 굉장히 어렵다. 환경 변호사들은 자조적인 얘기로 ‘우린 패소 전문 변호사’라고 얘기한다. 만약 처음부터 법이 다른 모습이었다면? 그럼 우리가 맡은 사안이 재판까지 올 일도 없었을 것이고, 재판을 하더라도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늘 했다.

때문에 법이 처음부터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환경이나 기후변화 등의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가서, 좀 더 강한 법이 만들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다.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서게 된 또 다른 이유다.

프레시안 : 환경 분야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총선에는 비례대표로 출마하나?

박지혜 : 비례대표는 아니고 지역구 출마 쪽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구인지는 제가 당에 영입된 입장이라 당과 상의해 정하게 될 것 같다.

"기후 경제로의 전환, 국회에서 법안으로 이끌어내겠다"

프레시안 :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입법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자면?

박지혜 : 우리나라도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전혀 감축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해 배출권이 톤당 7000원까지 떨어진 바 있고 최근에는 8000원 정도인데 EU는 10만 원이 넘는다. 배출권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유인이 생길 수 있는데, 지금은 전혀 생기지 않고 있다. 안정적으로 배출권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저 가격을 도입한다든지, 선진국 시장처럼 전환 부문은 100% 유상 할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에너지 수요가 있는 곳에 재생에너지(생산 설비)가 많이 설치돼야 하는데 이게 전기요금 문제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어나지가 않는다. 지금은 그냥 전기를 사서 쓰는 게 싸니까. 그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석탄발전 감축 관련 활동을 계속 해왔다. 석탄이나 내연기관차 같은 경우는 계속적으로 이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종료시점을 법으로 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 전환의 과정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이 조성돼 있는데, 지금은 너무 규모도 작고 기존에 부처 예산으로 하던 사업들을 끌어다가 기금 사업으로 둔갑시켜서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등을 통해 기금 재원을 확대하고, 석탄발전 감축이나 내연기관차 종식과 관련해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분명이 있지 않나, 그런 지역이나 계층의 전환에 대한 지원에 과감하게 기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못을 박는 기획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

박지웅 : 사실 그 부분은 어떻게 보면 적정한 형태의 예산을 배분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줄여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개식용금지법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예산이 할당되고 법을 제정할 것이냐, 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할당할 것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 문제에 있어 특히 에너지 전환 부문이 중요한 것 같은데, 이 분야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법 가운데 우리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법이 어떤 게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그 법에 더 덧붙여 보완할 내용이 있다면?

박지혜 : 지금 제가 쭉 말씀드린 것들이 기존의 법에 기본적 뼈대는 들어가 있지만 세부적인 규정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기후대응기금 같은 경우, '(기금은) 꼭 이런 용도로 써야 한다'는 것에 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배출권거래법에는 유상할당 비율에 대한 기준이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을 뿐이고, 할당을 통해 조성된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규정은 부족하다. 이러한 규정들이 이제 좀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기는 했지만 내용이 없다. 그냥 '기본계획을 만든다' 이런 내용이다. 특히 고용불안을 느끼는 계층과 지역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고, 관련해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런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 정치적 환경이 다를 수 있겠지만 독일을 예로 들면, 석탄발전 감축이나 내연기관 종식에 영향을 받는 계층에 대한 지원법이 상당히 두텁고 재정 투입에 대한 사항까지 세세하게 법에 규정이 돼 있다. 그게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가능한 것인데, 22대 국회에선 그런 측면이 보완돼야하지 않을까.

석탄발전 감축, 내연기관차 종식과 관련해서는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런 법안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발의만 되고 계류되다 폐기될 운명에 처한 법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여러 개의 법안에 담겨야 하는 내용이고 분야도 광범위하다. 기존 국회 상임위 체제로 보면 산중위·환노위·정무위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는데, 본인이 가장 먼저 해결에 집중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건인지.

박지혜 : 물론 제가 혼자 다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당연하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에서 그린뉴딜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분과별로 관련된 입법 과제를 초기에 만들고, 그것을 이후 의원실끼리 분담해서 쭉 추진을 해왔던 걸로 알고 있다. 유사한 구조를 22대 국회에도 만들어 내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입법 과제를 나누어 여러 의원님들이 함께 끌고 가는 형태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제 개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밑그림에 더 관심이 있다. 환노위 소관법이다.

▲박지혜 변호사. ⓒ프레시안(한예섭)

"핵발전소 더 짓자? 신재생에너지 확대 저해된다"

박지웅 :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로 줄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석탄화력 발전소는 얼마나 줄여야 하나? 2050년에는 석탄화력이 완전히 퇴출된다는 게 정부 로드맵 아니었나.

박지혜 : 그러한 로드맵이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는다. '2050년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2050년에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문별로 어떤 형태가 돼야 될 것인가를 시나리오 A, B로 제시했는데, 둘 모두 석탄화력은 없었다. 그래서 '2050년이 종료 연도'라고 해석을 한 거다.

그런데 지금 짓고 있는 발전소들 중에 가장 느린 게 삼척인데, 올해에서 내년 중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를) 기존처럼 30년 쓴다고 하면 수명보다 5년 정도 먼저 닫아야 된다. 그러면 발전소의 폐지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석탄발전의 감축은 관련된 입법을 전제로 제안하는 것'이라고 돼있고 이를 위한 법안도 발의 돼 있지만 아직 계류돼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대규모 배출원 중에서도 대안이 있는 부문을 먼저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부문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석탄 발전소를 더 빨리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면 그걸 지원하기 위한 법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전환에 대한) 보상과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의 일자리 전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그리고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같은 경우 세수 등 문제도 있으니까 그런 지역 경제의 전환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이에 대한 고민을 담아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신규석탄발전중단법도 발의돼 있다. 이러한 법안들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화석연료 발전소의 전환 메커니즘과 관련해서는 다른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가령 독일 같은 경우는 경매를 한다. 즉 국가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려면 '특정 연도에 석탄이 이만큼 줄어야 된다'는 걸 모델링을 해서 뽑아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올해 (석탄발전소) 몇 기가와트를 닫아야 된다는 것을 정한 다음에 어떤 발전소가 문을 닫을지는 사업자의 의사에 맡긴다. 그냥 국가가 지시하는 게 아니고 경매 형태로 '빨리 닫는 쪽에게 보상금을 더 많이 줄테니 손을 들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하고 있다. 우리도 눈여겨 볼만한 제도이다.

박지웅 : 결국은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을 어떻게 늘리느냐, 그런 신재생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 다음에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통한 저장량 같은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화력발전소 폐쇄라는 게 이 모든 게 아울러 같이 가야 하는 문제 아닌가. 그런데 이런 과제를 다루려 해도 지금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의정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박지혜 : 저도 그게 가장 현실적으로…(우려가 된다). 큰 그림 가운데 무엇부터 할 것이냐 하는 우선순위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먼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큰 비율에 대한 싸움은 일단은 접어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 작은 것들을 찾아간다면 그런 것들은 (진행이) 되지 않을까.

현 정부에서도 이견이 없는 부분은 '석탄을 감축하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산업단지에는 재생에너지, 태양광을 깔자' 이런 움직임이 경기도, 대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틈을 찾아야 한다. 동의가 있고 수요가 있는 사업들은 법적인 뒷받침을 통해 좀 더 용이하게 설치가 추진될 수 있는 것에는 여야 합의가 더 쉽지 않을까 한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나 일부 해외 사례에서는 석탄화력을 줄이거나 탄소배출량을 줄이자고 하면 핵발전을 늘리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반면 문재인 정부 같은 경우 탈핵이 정책 목표였다. 어떻게 평가하나.

박지혜 : 사실 그 부분은 정답이 있을 순 없고 정책 여건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긴 하다. 저는 우리가 처한 여건을 생각한다면, 석탄이나 화석연료가 빠진 빈자리는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노력이 맞지 않나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도 핵발전소를 당장 모두 문닫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짓지 말고, 이미 있는 것을 '페이즈 아웃'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것이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물론 더 급격하게 핵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동의했다고 생각한다. 국민 참여하에 공론화 절차도 거치지 않았나. 그런데 현 정부는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자고 하고, 결국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만큼 재생에너지의 증가 속도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에 그게 문제인 것이다.

전력망을 (연구)하는 분들의 걱정이 많다. 새로운 핵발전소를 더 짓는다면 경직성 전원이 에너지 그리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핵발전소를 지금 더 짓겠다고 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 탄소중립을 하겠다면서 핵발전소를 확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박지웅 : '탈원전'(탈핵)이라는 용어의 적정성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도 얘기가 많이 있었다. 탈원전(탈핵) 자체가 중요한 거냐, 에너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원전(핵발전)과 나머지 신재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에너지 자원을 믹스하는 게 중요한 거냐 하는 논의였다. 탈원전이라는 용어의 적정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박지혜 : 저는 한때 그래서 '탈석탄'이라는 말을 쓰지 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에 '탈'이라는 말을 붙이니까 이념화되고 '이거 믿냐 안 믿냐'하는 식의 편 가르기가 되면서 논의가 더 진전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또 탈원전(탈핵)이라고 하면 지금 모든 걸 다 중단한다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그럼으로써 반대만 더 심해지고, 정책의 수용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면 잘못된 프레이밍을 한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점이 안타깝다.

박지웅 :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전력도매가(SMP) 역시 이에 연동돼 내려갔다. 그러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진다. 이걸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되는가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수 있다.

박지혜 : 재생에너지 사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RE100 등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수요처가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도 상승 속도를 낮춰 문제다. 또한 수요처와 직접 장기계약을 맺도록 해서 시장 변동성에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전력구매계약(PPA)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 등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데 세액 공제와 같은 산업 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한다는 측면, 즉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박지웅 : 기후환경 문제에 있어 '인센티브 vs 패널티',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고르라면?

박지혜 : 저는 계속 그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긴 했지만 하나만 선택한다면, 목표가 확실히 정해져있다면 인센티브가 더 중요하겠다. 다만 느슨한 목표를 가지고 인센티브만 남발하면 안 되겠다.

박지웅 : 지금 한국 전기요금 체계로 정의로운 전환을 감당할 수 있냐는 지적이 많다. 전기요금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 전기 소매시장을 개방해야 된다는 제안도 있다.

박지혜 : 전기요금 같은 경우 원가를 반영해서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제가 모든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기후문제 너무 중요하니까 우리 에너지 아껴 써요', '산업 전환을 이뤄야 됩니다'라고 얘기하고 설득하는 것보다 전기요금 10원, 20원 올리는 게 더 쉬운 방법이긴 하지 않나.

'기업의 태양광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가' 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기업에서는 "우리가 태양광을 왜 설치해야 돼요?"라고 딱 한마디 하더라. 그냥 코드만 꽂으면 싼 전기 쓸 수 있는데, 물론 태양광 설치비용도 많이 하락해서 금방 원가를 회수할 수 있다고 해도 몇 억을 투자해서 태양광 패널을 짓자고 경영진을 설득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 측면에선 더 합리적인 얘기다.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빠른 전환을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원가를 반영해서 현실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만큼의 요금 부담이 소득과 관계 없이 발생하고, 부자들에게는 그만큼 오르는 게 별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저소득층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바우처 등으로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정의롭지 않다는 비판에 공감한다. 요금체계 설계, 요금 상승 속도 등에 대한 고민에 이러한 비판을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 같다.

ⓒ프레시안(한예섭)

"정치 4년 만에 지치겠나. 탄소중립 목표가 2050년인데"

프레시안 : 기후변화, 환경 문제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당의 동료 의원들이나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또 입법 과정에서 개별 의원의 소신이 당의 다수 의견이나 당론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박지혜 : 이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에 대해서 한분 한분 찾아 뵙고 또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 얘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민주당 영입 과정을 통해 기후 이슈가 단지 환경 이슈로 끝나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이해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대선 과정에서 RE100이 의도치 않게 소비되면서 더 관심을 가지시게 된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우리 당엔 RE100 같은 이슈에 대해 '글로벌 무역 질서가 탄소감축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같은 수출 주도 경제 모델 국가에게는 큰 어려움이 도래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기후의 문제는, 기후가 변하는 건 그럴 수 있는데 그 변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게 문제다. 제가 기후소송을 하면서 IPCC 보고서를 많이 인용했기 때문에 그 보고서들을 계속 봤다. 작년에 나온 게 가장 최근 보고서인데, 기존에는 온대수역 산호초나 북극 생태계 등 특정 생태계에 대한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의 증가 등으로 전 인류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이 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에게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는지,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다.

여기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 또 그런 계층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이미 여러 기상재난을 보면, 반지하에 사시는 분들, 또 극한의 날씨에도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먼저 영향을 받잖나. 즉 기후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과도 굉장히 밀접하게 맞물려서 돌아갈 수 있는 문제라는 거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서 기후 적응 측면에서, 이런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더 우리가 신경을 써야 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우리 삶과 접점이 있는 부분들을 밝혀내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IPCC 보고서 같은 걸 모두가 보실 필요는 없잖나. 저 같은 활동을 하던 사람이 이제 정치라는 걸 하게 됐으니, 조금 더 넓게 소통할 기회가 생긴 거라고 본다. 이 문제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에게도 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다. 그 기회를 통해서 '기후 문제가 우리와 이렇게 관련이 있는 이슈다'라는 것을 좀 더 이해를 구하고 싶다.

박지웅 : 지금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어느 순간부터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시민들의 눈에 띄고 그러다 보니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너무 크다.

박지혜 : 최근 팬덤정치나 정치양극화,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은 결국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 문제, 즉 서로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 '우리는 만날 수도 없다'고 여겨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그렇게 담을 쌓은 게 이재명 대표 테러의 원인이 됐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정치에선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너무 확산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문화들이 이런 활동을 더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정치인들끼리 언성을 높이다가 돌아서면 악수하고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너무 진실되지 않은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조금 다른 점이 있어도 접어두고 기후위기, 인구절벽, 저출생, 불평등 심각한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합의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더 설득하고, 상대방(의 협력)을 끌어내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박지웅 :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래서 4년 임기가 지난다면 목표했던 바를 다 달성하지 못해 실망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의원들이 없지 않다.

박지혜 : 저는 워낙 정치 초보이고, 환경이나 기후 관련해서는 '이게 진짜 지금 우리가 우선순위를 둬야 되는 이슈가 맞느냐' 하는 질문도 항상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4년 안에 제가 앞서 말씀드린 그런 과제들에 대해 너무 급하게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될 것 같다. 탄소중립이 애초에 2050년까지 긴 호흡을 보고 가는 문제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미흡하더라도 한 발 앞으로 나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한다.

물론 2030년까지 단기적인 대응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4년 뒤에 인터뷰를 할 때 전혀 (정책이) 아무것도 안 되고 있으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4년 뒤에) '해봤는데 이건 안 되는 것 같으니까 나는 그만할래요' 이런 마음이 쉽게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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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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