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외압' 폭로 박정훈 '호루라기상' 수상 "우리 모습 잘못된 게 아니다"

'올해의 호루라기상' 시상식 축사 임은정 "호루라기 계속 함께 불겠다"

'故 채 상병'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을 포함한 공익제보자 세 팀이 '2023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

공익제보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호루라기재단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시상식을 갖고, △故 채 상병 익사사고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불법적인 수사개입 의혹을 제보한 박정훈 대령, △2022년 10월 마약 범죄를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직권남용과 인권침해를 제보한 임지호(가명)·류혜원(가명) 씨, △항공사 내 성차별과 항공안전법 위반, 부당해고 등을 신고한 전미순 씨 등 세 팀에게 각각 상을 수여했다.

▲ '2023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받은 박정훈 대령(오른쪽)과 호루라기재단 이영기 이사장(왼쪽). ⓒ프레시안(이명선)

'2023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받은 박정훈 대령은 "(내가 제보한 사건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상병이 사망하게 된 사건"이라며 "현장에서 채 상병의 시신을 보고, 스무살 애띤 해병이 덧없이 사망한 데 대해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근이의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수사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박 대령은 하루아침에 피고인 신분이 된 상황에 대해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해 보고를 드렸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고, 경찰에 이첩하기만 하면 되는 단계였다"면서 "그러나 국방부나 대통령실에서는 의견이 달랐던 모양"이라고 했다.

박 대령은 어제 피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첫 재판에서 기자들에게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책임감 내지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 자리에서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 대령은 "만약에 또 흐지부지 되고, 관련자들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 50만 장병 중에 '제2의 채수근' '제3의 채 상병'이 나올 수 있다"며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데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 대령은 자신과 함께 수사를 진행한 동료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상식 참석을 고민했다"면서 "(자신과 함께 수사를 진행한) 수사관들이 수상 소식을 알게 되면 위로가 되고, '우리들의 지금까지의 모습이 잘못된 게 아니다. 올바른 길을 갔다'(는)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지난 7월 19일 발생한 채 상병 익사 사고 보고서를 해병대 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에게 결재 받아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경북도경에 이첩했으나, 이첩이 번복되는 등 불법적 수사 개입이 진행되자 언론을 통해 공익제보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령은 집단항명죄로 입건됐다. 박 대령은 현재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며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호루라기 언론상'은 △2020년 중부대 사학비리 제보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찰의 문제점과 중부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한 <더팩트>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 최영규 부장, △월성핵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과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을 보도한 탈핵신문 미디어협동조합 등 두 팀에게 돌아갔다.

또 '호루라기 특별상'은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영등포여고 성희롱 사건과 가재울고 스쿨미투, 학교급식 리베이트 문제 등을 꾸준히 제기해 온 오지연 씨가 받았다.

지난해 '호루라기 특별상'을 받은 임은정 검사는 이날 시상식에서 축사를 했다. 임 검사는 "(공익제보자로 우리 사회에)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은 사회의 부조리에 몸을 부딪혀 불꽃을 피우는 부싯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제 첫 재판을 받은 박정훈 대령을 비롯해 오늘 상을 받은 분들은 공익제보자로 감당해야 될 고통을 현재 진행형으로서 받고 있다. 그 어떤 말로도 고통을 덜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비바람을 맞으면서 호루라기를 계속 함께 불겠다"고 약속했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호루라기 재단의 모토가 '호루라기는 세상을 바꾼다'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익제보자들의 내부 고발, 이 내부 고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믿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양심의 목소리를 내신 분들께 진정한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고 전했다.

'올해의 호루라기상'은 공익제보자 개인 또는 단체에 시상하는 것으로, 양심적 행위를 장려하고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2012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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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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