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른바 '대장동 2기 수사팀' 핵심 수사 검사 중 하나였던 정일권 검사가 7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왔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가족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수사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질의하자 그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사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 검사는 "남욱 씨가 당시에 이미 1년가량 구금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남욱은 정일권 검사가 자신에게 아이들 사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것 아니냐. 여기 있을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피의자에게 아이 사진을 보여준 것이 고귀한 '인도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 정일권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남욱의 증언에 대해서도 정 검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치료 방법에 비유를 했던 사실은 맞다"고 인정했다.
수사 받는 피의자에게 자녀 사진을 들이미는 게 '심리적 안정'에 정말 도움이 될까? 의사의 치료 방법 중에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내는' 방법이 있었나? "검찰이 '그렇게 부인하면 빛을 못 볼 것'이라고 했다(남욱 법정 증언)"고 하는데, 사람을 '빛을 못 보게 하는' 외과 수술이 있나? 이런 건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다. 그리고 조폭들이 주로 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시대'를 열었던 특수부 검사들의 수사 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연어 술파티 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사들은 길길이 뛰었다. 팩트의 조각은 맞춰봐야 하겠지만, '저명 인사'의 형사 사건을 변호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내가 예전에 해 봤던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검사들의 허락 하에 구치소에 술과 음식을 반입해 자신이 변호하는 피고인과 검사의 '딜'을 기획해 본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봐서 아는데'라며 '연어 술파티' 같은 일들은 빈번하진 않아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참담한 실태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가 변호사랑 통화했다는 2023년 6월 19일 녹취록을 보자. "이재명 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 공익 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 수가 있고 그 다음에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건데..."
전형적인 플리바게닝으로 읽힌다. 본인의 '자백'을 통해 피의자에게 형 감량과 같은 이익을 주고, '공범'을 잡으려는 행태다.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플리바게닝 의심 사례는 대장동 수사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다. 대장동 민간업자 1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유동규에게 검찰 구형량(징역 7년)보다 높은 형량(징역 8년)을 선고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검사들의 플리바게닝이 법원에 의해 차단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저수지 자금'이라고 했던 428억 원도 법원은 '유동규 자금'으로 인정했다.
남욱은 재판정에 나와 '유동규가 선고 전까지 가벼운 형을 자신하는 듯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왜 검찰은 그간 유동규에게 유독 관대하게 굴었던 걸까. 이재명을 주범으로 만드는 데 적극 협조했기 때문일까?
플리바게닝은 형사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것보다 검사와 피고인 간의 합의를 우선시 하는 제도다. 검찰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서는 여러 부작용 때문에 이를 제한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의 플리바게닝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미국 검사들은 한국 검사들처럼 '그림'을 그리고 '수사'를 하고 '골'을 만드는 수사권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플리바게닝을 혐의 입증의 보완적 방법으로 활용한다. 그 미국에서조차 검사는 우월적인 위치에서 피의자에게 플리바게닝 조건을 통보하고, 정보가 부족한 피의자는 사실상 거기에 구속된다.
한국 검사의 수사권은 수사 개시부터 참고인 조사, 피의자 신문, 압수수색, 체포, 구속, 기소까지 모든 권한을 포함하고 있었다. 직접 수사권이 제한돼 있는 미국 검사들과 다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수사권, 기소권, 형 집행권을 독점한 검찰이 플리바게닝까지 하면 사실상 재판권까지 행사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어쩌면 부동산 개발의 구조적 문제에 불과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대장동 건은 통상 사례에 비해 민간 이익 규모가 많게 설계되긴 했지만, 원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성공할 경우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돈이 오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이진 않되, 원래 그러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석열 정부 들어 '대장동 2기 수사팀'을 출범시키고 이재명과 정진상, 김용 등 주변인을 탈탈 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을 한 묶음의 '조직 범죄자'로 그리는 과정에서 탈법을 동원한 온갖 무리수가 있었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찾아냈었어야 할, 이재명이 삼켰어야 할 수천억 원의 '저수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사들이 자녀 사진으로 남욱을 협박한 것이나, 핵심 증거물이라 하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위례신도시'가 '윗어르신'으로 바꿔치기 된 것이나, 사건의 '본질'과 다른 곁가지 논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왜 김학의 출국 금지 사건에선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절차 문제를 그리 위중하게 보고 무고한 사람들을 기소했는지 알 수가 없다.
'없는 죄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조폭식 정치 검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들은 무려 대통령까지 만들어냈으나, 그 대통령은 '수사 권력'에 취한 채 자멸해 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 끝에서 보여지는 것은 지독한 '사회적 숙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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