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사무처가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49개 지역구 가운데 단 6개 지역만 우세인 것으로 판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당내 여론이 동요하고 있다. 지도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근거 없는 낙관"이라는 지적에서부터 "그래서 수도권은?"이라는 비꼼, "영남 자민련"이라는 탄식까지 당내 비판이 줄을 이었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은 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 사무처 자체 판단 결과 서울 서초갑·을, 강남 갑·을·병, 송파을 등 6곳만이 우세 지역이었다는 이날자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그 숫자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 "다 지는 것을 가정하고 한 것"이라며 일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총장은 "당 조직국에서 판세 초안을 만들었는데 최악·최선의 경우를 (각각) 가정해서 돌린 것"이라며 "별반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다 없애라.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재작성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조직국 판세분석의 기본 자료는 "언론에서 발표된 정당지지율, 지역별 지지율을 기준으로 해서 총선기획단에게 동향을 설명한 것"이라며 "여의도연구원 자료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작성 시점도 약 2주 전이고, 특히 과거 지방선거 여론조사 등 현재 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의 판세 초안 보고서를 당 지도부가 보고받았는지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고 보도 경위도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6석'이라는 숫자는 현재 국민의힘의 서울 현역 지역구 9석보다도 적고, 2020년 총선 당시 건진 8석보다도 적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는 '최악의 경우'에도 이기는 것으로 나온 6곳에 더해 용산(권영세), 송파갑(김웅)에서 승리했고, 202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종로 보궐선거(최재형)에서도 이겼다.
수도권 지역구 현역이거나 내년 총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원내외 정치인들은 당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마포갑 출마를 노리고 있는 이용호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까지 열고 "국민의힘은 지금 위기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대다수 의원들은 침묵하고 당 지도부는 근거없는 낙관론에서 젖어있는 모습이다. 이게 더 위기"라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민심은 폭발 직전"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참패를 경고하는 각종 조사와 지표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무응답과 시간끌기에 가로막혀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며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의 충격은 어느새 잊혀지고 당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국민들은 자꾸만 우리 당을 떠나가고 있다"며 "이제 당 지도부가 더이상 시간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김기현 지도부를 압박했다.
종로 지역구 현역인 최재형 의원은 SNS에 쓴 글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60일 기한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42일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당의 모습은 강서 보궐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총선을 앞두고 당이 국민께 희망적인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시간만 소진했다. 용산과 당 지도부 누구도 사즉생의 절박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전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넘느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의 20년 집권론과 일맥상통하는 자신감을 표출했다"며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 우세지역 6석' 판세분석 결과를 보니, 이 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당의 안일함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그래서 수도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으로 글을 마쳤다.
최 의원 지역구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4년 전보다 더 나쁜 서울 판세, 당 지도부는 무슨 배짱으로 혁신위 좌초시켰나"라며 "성적표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나", "계속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원외에서도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위기가 정말 심각한데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지도부, 그래서 민심의 흐름을 타라는 혁신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하는 당 지도부"라고 비판하며 "요즘 <서울의 봄>이 유행이라는데, 수도 서울, 수도권을 지켜야 한다. 이태신과 같은 정의의 사령관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영남 기득권에 안주하는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조선일보> 칼럼에 우리 당을 '수포당'이라고 했더라. 수학을 포기한 게 아니라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며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을 그냥 감수하고 가겠다라는 거면 이건 민심의 요구에 저항하는 반란"이라고 지적하고는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에 한 분이 김기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충격적인 보고를 들었는데 알고 계시냐'(고 했더니 김 대표가) '알고 있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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