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스카우트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린 지 4개월 여가 지나고 있지만 그 여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잼버리대회 파행 종료와 함께 전북에서는 아무 연관이 없는 새만금 사업 주요 SOC 내년 예산 5000억 원 이상이 날아갔고 전북 도민은 졸지에 ‘국가 예산 빼먹는 도둑’이라는 씻지 못할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의 원인을 찾는다며 감사원은 3개월 이상 전북도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고 곧 감사결과가 발표되겠지만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정부는 왜 내년 새만금 주요SOC 예산을 관계부처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천억 원을 에고도 없이 삭감했느냐 하는 문제다.
예산 삭감 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새만금의 ‘빅 피처’를 다시 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기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명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왜냐면 새만금잼버리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관련 부처에서는 정상적으로 내년 새만금 예산을 반영했던 것으로 전북 정치권을 통해 확인됐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일 새만금잼버리대회 개영식에 앞서 대회장과 이웃해있는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전라북도와 호남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주식시장에서 한때 대박을 터트린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이 새만금에서 있었고,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광활한 새만금에서 잼버리대회 개막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만금은 '전북·서해안·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하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새만금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자마자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른 애초 부처 반영액(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6626억 원의 78%를 삭감한 1479억 원만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어 지난 8월 29일 "새만금 SOC 사업이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올리려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등에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8월 2일 개영한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준비 소홀로 '세계적 망신'을 사고 8월 7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 탓으로 조기에 철수한 이후 불과 20여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 한 달 여 사이에 '전북·서해안·대한민국의 미래'으로 불리던 새만금은 대통령의 '속도감있는 추진' 발언에 힘입어 한껏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국무총리의 '명확한 목표 재설정을 위한 빅피처'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서 있다.
한덕수 총리는 이에 앞선 지난 6월 30일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제1호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기념하는 선포식 행사에 참석해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새만금 개발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며 "정부는 앞으로도 인프라 구축 등 새만금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사업지역 개발지침에 따라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재정비하는 것인데 2026년 재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기간이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24년에 발주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또 기본계획 재수립은 잼버리 대회 파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수립된 새만금기본계획은 2014년 9월(박근혜 정부), 2017년 12월과 2021년 2월(문재인 정부)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변경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새만금은 박근혜 정부 때는 '글로벌 경제협력, 자유무역 중심지'였다가 문재인 정부 때는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강조됐었다.
그때마다 거창한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2018년 10월 30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늘 전라도 정도 1000년, 이곳 새만금에서 대한민국 새천년 에너지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다"면서 "전라북도 새만금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라북도가, 군산이, 새만금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불과 5년 전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새만금기본계획이 재수립되는 시점은 용역 기간 2년이 지난 2026년으로 윤 정부 말기에 해당된다.
문재인 전 정부가 새만금을 '대한민국 에너지 중심'이라고 선포한 지 5년이 지나 새만금은 다시 기본계획 재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새만금이 어떻게 변신하게 될까?
앞서 한덕수 총리가 얘기한 대로 ‘투자진흥지구’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을까?
그런데 직전 대통령이 선포했던 신재생에너지사업도 유야무야됐는데 하물며 총리가 선포한 1호 투자진흥지구가 과연 지속성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만금은 새 옷을 입고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해왔다.
지속성은 1도 없었기에 새만금은 무려 34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아직도 헤매고 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활동이 '119대 2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참패'로 막을 내렸다.
수개월 째 새만금을 정상화하라는 전북도민의 목소리는 정쟁에 파묻혔는데, 국민의힘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부산시민에게 서둘러 사과를 했으며 지난 30일 부산에서 현안회의를 갖고 부산의 3대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은 부산 발전 3대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가덕도 신공항은 예정했던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차질 없이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9일 "지난해 예타면제를 받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지연될수록 비용만 더 늘어난다"면서 빠른 사업 추진을 강조하며 맞장구를 쳤다.
'새만금'과 '새만금잼버리'가 전북과 전북도민에 대한 연좌제가 아니라면,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차질 없는 부산발전 3대 과제 추진과 함께 상식에서 어긋났던 '새만금 예산삭감'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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