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때리기" vs "부자감세" … 여야 세법 개정 샅바싸움

與 "법인세 강화? 유아적 발상"… 野 "월급쟁이 세금으로 주식부자 혜택"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예산국회를 앞두고 서로의 세법개정 구상을 비판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일각의 법인세 조정안을 '기업 때리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세·주식양도세 개편 검토를 '부자감세', '세수결손'이라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대상 기업을 확대하자는 민주당 내 일각의 주장을 두고 "기업 때리기로 내년 총선에서 서민 표를 좀 모아보겠단 뜻"이라며 "(민주당이)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의식세계를 잘 보여주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선 법인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최고세율(24%)을 적용받는 기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현행 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인 최고세율 구간 기준을 200억 원으로 하향해 최고세율 적용 기업의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선미 의원 또한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세청 자료를 인용,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줄어든 국세수입 47조 6000억 원 중 20조2000억 원(42.4%)이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분'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같은 민주당 내 기류를 "재정 포퓰리즘", "대기업 표적 정치"라고 규정하며 "세금을 인하해줬는데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니 도로 세금을 올리자는 것은 참으로 유아적이고 단세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세수결손을 매우고 싶다면 중과세로 기업의 날개를 꺾을 게 아니라 (기업이) 돈을 더 벌어서 세금도 더 내도록 더 큰 날개를 달아줘야 하는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법인세 강화가 아닌 "(기업) 규제나 무역환경 등 다른 저해환경을 해결해주는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계가 대표적인 기업규제 법안으로 꼽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기업 도산과 관련된 기업 구조조정 촉진 법안, 규제와 관련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기업규제 완화를 위한 민원 법안들의 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올해 일어난 59조 원 규모의 '세수펑크' 등 재정건전성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서는 "재정건전성이 걱정된다면 기업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보다 항구적인 재정준칙 법제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에선 최근 알려진 대통령실 주도의 주식양도세·상속세 개편 논의를 두고 정부여당이 '부자 감세'를 위해 "최악의 세수상황을 더 악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재정건전성을 외치며 지출 구조조정, 부자감세 기조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며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자감세 방안이 담겼는데, 또 다시 감세 추진하겠다는 것은 말로만 건전재정을 외치고 실제로는 재정건전성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 또한 "정부·여당이 부자감세를 하다못해 이제는 주식 부자도 세금 깎아주자고 한다"라며 "전 방위적으로 세수가 줄고 있는데 사실상 유일하게 근로소득세만 1조 2000억 원 더 걷는다. 월급쟁이들에게서 올해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이니 이때다 싶어 주식부자 세금 깎아주자는 건가"라며 정부발 주식양도세 개편 논의를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이 이날 비판한 '법인세 최고세율 기업 확대 방안'을 두고 "정책위 차원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정부 법인세 인하 추세에 대한 비판도 적극 이루어졌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세법 개편 논의에 대해 비판하며 "일관된 감세기조의 결과 59조 원 이상에 달하는 최악의 세수결손이 올해 발생했고 민생경제 더 어려워졌다"라며 "더 심각한 건 법인세 조정효과가 올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단 것이다. (법인세 인하로 인해) 세수가 줄어든 효과가 내년에 더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연구개발(R&D) 예산삭감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해서도 "(법인세 등) 세수기반은 허물고, 부족한 세수로 인해 지출을 줄이는 긴축은 계속적인 악순환"이라며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방법에는 지출을 삭감하는 방법 말고도,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방법이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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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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