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저는 민물고기인데 당이 소금물 돼…12월까지 노력"

비명계 연일 이탈 시사…친명에선 "내가 공천 안 되면 불공정?"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후 소강 국면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비명계 간 신경전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비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당 주류·지도부에 변화를 요구하며 불용시 탈당 등 당을 떠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가 바뀌어야 된다. 양대 정당 중에 민주당이라도 제대로 바뀌면 저 당(국민의힘)은 바뀌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계속 이렇게 (당 비판과 변화 요구를) 하고 있는 건데, 끝까지 그렇지 않고 계속 간다면 이제는 '야, 이게 과연 길인가. 이거 접어야 되나' 생각을 해야죠"라고 했다.

조 의원은 "저는 민물고기인데 지금 소금물이 돼서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끝까지 노력은 하겠다"며 "12월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스로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12월 말까지 가는 것은 늦다. 그 이전에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저히 민주당은 개선해서는 쓸 수 없다'는 판단을 갖게 되는 의원들이 생긴다면, 저를 포함해서 또다른 결단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만약에 민주당에서 몇몇 의원들이 '야, 이거 민주당 변화해야 되고 결단해야 되는데 안 한다' 이래서 만약에 탈당을 하든 신당을 만들든 그거는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역시 전날 방송에서 언급했다.

조응천 "민주당, 사당화로 가고 있다"…김종민 "역대 가장 불공정 공천 우려"

조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며 자신이 거취까지 놓고 고민해야 하는 배경에 대해 "가장 큰 문제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와 당내 민주주의 와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당내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당내 패권주의, 사당화, 팬덤 정치, 그렇게 하다 보니까 상대를 인정도 안 하고 대화 타협 안 하고 대결·혐오정치만 해서 정치 효용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길게 보면 제가 입당하고 8년 동안, 짧게 보면 이재명 대표가 된 이후에 1년 반 동안 우리 당은 거의 사당화의 길로 계속 가고 있다"며 "친명 일색의 당 조직, 거기다가 총선 전에 현직 대표의 친위대를 자초하는 원외 조직이 생겨가지고 그 분들이 또 다 총선 출마를 한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 조직 전체가 친명 일색으로 됐고, '더민주 혁신회의'라는 원외 조직이 대표 친위대를 자처하는데 이 분들이 다 총선 출마 의향자이다. 그러면서 거의 매일 '현역들 나가라', '교체해야 된다'(고 한다)"며 "강성당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소신파 의원들 공격을 마구 하고 있다. (지도부는) 테러에 가까운 이런 행태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김종민 의원도 "이른바 개딸이라고 그래서 전 지역구에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한테 비판하는 모든 의원들은 다 돌아다니면서 낙선하겠다고 사진 붙이고 다닌다"며 "제가 보기에는 아마 이번 민주당 공천이 역대 민주당 공천 중에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마을 이장 선거도 지금 민주적으로 하는데 제1당의 내부 경선을 이런 식으로 한다? 국민들이 그 정당 찍어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도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원회에서 이른바 '비명 잘라내기'로, 정성평가에서 완전히 다 잘라내고 혁신계 의원들을 그냥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성호 "자기 지역구 관리 안 해서 공천 안 될 거 같으면 '불공정하다', 그러면 곤란"

친명계에서는 비명계의 '불공정 공천' 우려를 일소에 부치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개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 안 하고 의정활동 부실해서, 지역 평가가 나빠서 공천이 안 될 것 같으면 이게 불공정하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역공을 폈다.

정 의원은 "친명, 비명이 아니라 지역구 관리 부실하게 하고 지역 유권자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의정활동의 성과를 못 내면 교체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은 "그런데 내가 공천받지 못하고, 내가 그런 면에서 부족해서 지역 여론이 나쁘다, 그것을 '불공정하다'고 얘기하면 곤란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한편 자신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소개된 데 대해 "가능한 한 이 대표와 가깝다는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며 "이 대표와 너무 가까우니까 '이재명을 대신해서 너도 뭔가 해야 되지 않냐', '희생해야 되지 않냐' 요새 그런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해서"라고 하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김종민 의원이 어떤 점을 우려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며 "공천 문제는 사실 이해찬 대표 때 권리당원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정리했다. 이 대표하고 가깝지 않은 분들이 우려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불공정하게 공천을 하면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하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이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김두관 의원은 비명계에서 나오는 지적 가운데 '당이 이슈 주도력에서 여당에 끌려가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크게 이겨서 그런지 지금 주요 현안에 대해서 느슨한 것 같더라"고 했다.

그는 "공매도 문제라든지 의과대학 정원 문제라든지 최근에 '메가 서울' 이런 것이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 초창기 이슈를 주도하는 측면은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당발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 당이 굉장히 수세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켜서 다선·윤핵관 험지 출마론도 얘기하고, 청년세대론도 얘기하고, 우리 민주당보다는 혁신 작업에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혁신에 대한 태도가 민주당은 분명히 보이지 않으니까 '흘러가는 대로 총선을 치르는 게 아닌가' 이런 우려들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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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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