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민주당, 강서 보선 승리 후 감나무 아래 입 벌리고 안주"

"합리적 보수까지 연합해 총선 200석? 그런데 우리는 '합리적'인가"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금지 등 파급력 있는 정책 이슈를 잇달아 발굴하고 있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딩 비주류인 비명(非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지도부가 현 상황에 대해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에 사실 우리 당이 선제적으로 뭘 던진 것은 제 기억에 별로 없다"며 "박정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둘러싸고 논란, 총선기획단 출에 '친명기획단 아니냐' 하는 정도의 당내 잡음 외에 대형 아젠다 이슈 같은 것을 먼저 선점하고 이끌어낸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지금 나타난 현상으로 보면 (민주당은) 총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과 치열함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저 몸조심하는 듯한 오만함, 그냥 가만히 감나무 아래 입 벌리고 있으면 떨어질 것이라는 모습으로 비친다"며 "역동성도 사라지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야당이란 게 원래 먼저 의제를 던지고 그걸 주도해 나가면서, 여러 개를 던져서 다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 중 몇 개라도 성취하고, 나아진 걸 보여드리고 (이로써) 국민들께 그 효능감을 입증하는 게 사실은 주요한 선거 전략인데 지금 그런 게 전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비명계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야당이 찬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고 김포 문제에 대한 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등 지도부의 정국 대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날 박용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혁신 경쟁에 끌려다닐 거냐, 아니면 선도적으로 혁신하고 변화할 거냐(가 관건)인데 지금 끌려가고 있다"며 "총선기획단은 친명이냐 비명이냐가 문제가 아니고 '그저 그런 기획단'이라고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지금 민주당이 강서 보궐선거 이기고 조금 느슨해졌다고 할까, 절박함이 안 보인다"며 "'대표 정책'이 없고, 절박함이라는 것은 혁신으로 나와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안 보이니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좀 불안하다"고 했다.

심지어 친명계에서도 지난 5일 김두관 의원이 "국민의힘은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저만치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메가서울 반대 입장을 밝히고 부울경 메가시티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야 햔다.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조 의원은 민주당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박정현 지명직 최고에 대해 기자들이 물으니까 '그분이 친명인가요?'라고 반문을 했다는데, 박정현 최고가 최고위에 처음 와서 한 일성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총선 승리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은 그전부터 계속 그런 말씀을 하셨던 분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지 '그분이 친명인가요?', '그분이 왜 비난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것은 별로 진정성 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그런 것 하나하나를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당 전반의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 일각에서 '총선 200석'이라는 언급이 나온 데 대해서도 그는 "국민의힘 안에서 비주류 일부가 나오고, 그 외에 중도나 진보 쪽 군소정당들이 생길 수가 있어서 그 분들과 연합을 하면 200석은 모을 수 있지 않겠냐 하는 얘기"라며 "공통점은 '반윤(反尹)' 하나밖에 없는데 과연 그 '반윤'을 고리로 해서 연대가 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묶으면 된다'라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민주당이 지금 합리적인가"라며 "저들이 우리를 합리적인 정당으로 봐줄 것인가? 저는 꼭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당내 민주주의가 얼마나 훼손됐느냐"며 "강성 지지층, 팬덤으로 인해 정말 질식할 것 같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연대를 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만의 바람인 것 같다"고 했다.

조 의원은 다만 탈당이나 신당 창당 등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 그는 이날 라디오 진행자로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합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간극이 많이 넓지 않느냐. 그건 그렇게 썩 현실적인 선택지 같지는 않다"고 했다. '신당행 가능성을 전혀 열어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냐'는 재질문에 그는 "현재로서는(그렇다)"라고 했다.

그는 당내 같은 비주류인 이상민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지난달 만났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며칠 전부터 민주당 비명계와 이 전 대표가 만났다는 뉴스가 간간이 나오고 있어서 저희들끼리 '만났냐'(고 수소문해 보니) 그런 사람 없다고 그러더라"며 "이 의원은 주로 지역에 계시는 일이 많아서 여쭙지를 못했는데 어제 기사를 보니까 그렇게 나오더라. '이상민 선배가 만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은 당내 강성 지지층에서 자신 등 비명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한 (비명계) 사람들이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서 지도부나 친명계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전제 자체가 틀렸고 굉장히 불쾌하다. 불이익을 안 받을 너무나 쉬운 방법은 지금 친명계처럼 '대표 잘한다, 대표 최고다, 대표 중심으로 가자'고 하면 되는 거다.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는 저와 사시·연수원 동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아주 쉬운 방법 있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택하면서 하나하나 사사건건 시비냐, 공천 받아봐야 그건 예선 통과다. 결국은 본선에 이겨야 되는 건데, 지금 이런 식으로 지도부 인선도 친명 일색으로 하고, 다른 얘기하면 그냥 몰려가서 난리를 치고, 말로는 '통합'이라고 하면서 실제 나오는 결과는 전혀 반대 쪽으로 가고, 이것을 국민들께서 다 보시면 '민주당 저거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심판을 할 것"이라며 "그러니까 저는 민주당의 본선 경쟁력을 키워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날 이상민 의원이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탈당·신당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 스스로 거취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도저히 같이할 수 없는 것이 확인되면 더 이상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하느니 '유쾌한 결별'을 할 각오를 해야 된다는 말씀도 드렸는데 저도 사실은 유쾌한 결별을 해야 될지 아니면 내부에서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저를 불태울지 이런 것들은 제가 빨리 결정을 해야 될 부분"이라고 한 것과 대비됐다.

이 의원은 스스로 밝힌 '거취 결정'의 시점과 관련해서는 "빨리 하려고 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무슨 공천에 대해서 구걸하는 것처럼 매도당하고, 지금도 그렇게 조롱하는 그룹들이 있는데 아주 인간 예의 차원에서 형편없는 말씀들을 하기 때문에 그런 모욕감을 받고 싶지 않다"며 "12월 말까지 가는 건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할 생각"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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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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