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한국 여성 지도자 비율 낮아" 지적에 발끈한 이준석

李 '안티페미' 정체성 재강조? "선거 승리 위해 젠더담론 일관 유지해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여성 지도자 비율이 낮다'며 한국의 국가발전에 대한 여성의 기여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상식적 주장을 한 데 대해, 인요한 혁신위 및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가 발끈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때부터 이른바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를 정치에 활용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8일 SNS에 올린 글에서 "당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젠더 담론'을 제발 냉탕 온탕으로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 일관된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의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안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많이 대변되는 안을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성만 따로 특별히 대우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OECD 국가(중)에서는 (한국이) 여성 지도자가 형편없이 낮다. 그거 올라가야 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유교 문화가 좀 남아 있는 건데, 우리 똑똑한 여성들, 우리 어머님들 때문에 이 나라가 발전했다. 남자들이 발전시킨 나라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청년, 아주 젊은 층은 (여성들이) 남자를 다 이기고 있다", "거꾸로 남자들이 20대는 좀 불쌍하다. 시험 같은 거 치면 여자들이 똑똑하니까 많이 된다"는 인식을 한편 보이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하면 여성 표가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처방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이 특정 성별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일부 20대 남성 등 자신에 대한 고정 지지층에 소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과거 자신이 당 대표로 당선된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부터 안티페미니즘 정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는 2021년 5월 당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본인 SNS 등을 통해서도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이라고 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문제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 7월 7일에는 "보수정당이 왜 선거 때마다 수도권에서 패배하느냐, (자기 선거가 바빠서) 아무도 선대위를 안 하려고 해서 나중에 가서 보통 비례대표로 공천받는 사람들이 선대위 한답시고 한다. 대변인도 무슨 막 비례대표 공천 받은 여자분이 하고 이렇게 한다"(SBS 라디오)라고 여성 비례대표 후보 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도 이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1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여성부 폐지와 모든 '젠더 담론'에 어쨌든 씨를 뿌린 건 저"라면서도 "페이스북에 일곱 글자 쓴 날은 저한테 '미리 하겠습니다', '이거 합시다'라는 얘기를 안 하고 그냥 한 것"이라고 '7글자 공약' 자체는 자신과 상의 없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른바 보수진영 내 비윤(非윤석열)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설을 띄우며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여성주의라는 자신의 일관된 주장을 반성 없이 견지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시민사회에서는 그의 정치적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크다. "무슨 '20대 남성 정당'이니 그런 신당을 생각해본 적 없다"(지난달 25일 MBC 라디오)라는 공언이 곧이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최근에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까지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 '미스터 린튼'이라며 영어로 응대해 "저열한 혐오 표현"(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 " 명백한 인종차별"(나종호 예일대 교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성이나 한국 내 귀화인은 모두 사회적 소수자로 꼽히는 집단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이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분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 학부를 공학을 했으니 이번에 미국에 가서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게 어떠냐'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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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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