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오염수만이 아닌 핵발전소 반대가 필요하다

[인권의 바람] 위험하고 기후위기 심화하는 핵발전소

지난 7월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도쿄전력과 함께한 환경 영향 모니터링, 방사능 평가 등의 결과 여러 측면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IAEA 보고서 결과로 정당성을 얻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빠르면 8월에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를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만났다. 윤 대통령은 IAEA 결과를 존중한다며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방류 점검과정에 한국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말이 무색하다.

계속되는 시민사회의 공동 행동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방류 일정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을 뿐 계획 철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랜 시간에 걸쳐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며 깨끗한 바다와 안전한 식탁을 위해 매주 집회를 하고 있다.

우리는 줄곧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핵발전소다. 그래서 방사능보다 '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방류보다 '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방사능이라는 말로 가려져 있지만 사실 핵발전소가 사태의 원인이다. 핵발전소는 살상무기로 사용되지 않을 뿐 그 본질은 핵폭탄 그대로다. 아울러 핵발전소 폭발로 인해 엄청나게 나온 오염수를 저렴한 방법으로 처리하기 위해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방류보다 투기라는 말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과학자‧전문가들과 환경운동단체들이 밝혀왔듯이, 핵 오염수는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에게서 폐암, 식도암, 소장암 등 질병이 증가했다. 핵 오염수는 해양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토양오염까지 일으킨다. 핵 오염수가 해양 투기된다면 인류 모두가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다.

한국 시민이 불안감에 소금 사재기 하는 난리도 일어났다. 마트 운영시간이 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시민들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거대양당 정쟁 프레임에 갇히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우려에 단순하게 야당의 공격,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괴담 퍼뜨리기' 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워 말하고 있다.

지난 7월 7일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쟁을 위해 선전·선동한다 한들 귀 기울일 사람은 없을 뿐"이라고 비판하며 "괴담 양산과 선동으로 더는 피해를 입는 국민이 없도록, 철저한 대처를 해나가야 할 때"라고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의 괴담으로 미뤄놓기엔 많은 전문가와 환경운동단체들의 자료가 핵 오염수의 위험성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와중에 한국에서는

지난 7월 10일, 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요 증가에 대비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을 갖추기 위해 원전·수소 등 새로운 공급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2024~2038년 적용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7월 말 착수해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를 발생시킨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지을 계획이다. 한국은 다수 호기의 핵발전소가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는 고리, 월성 등 25기(2022년 12월 기준)의 핵발전소가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되어 왔다.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며 인근 주민들에게 후쿠시마현과 같이 갑상선암 등 질병을 일으킨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기도 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핵발전소는 건설 과정, 우라늄 채굴 과정, 핵폐기물의 보관, 처리 등 대부분의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기후 위기 시대에서 생태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이 아니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상황에서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쳐 인류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들은 계속해서 "탈원전", "탈핵"을 외치며 싸워왔다. 이를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 건설사의 이익으로만 돌아갈 뿐인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할까 우려된다.

이제는 탈핵하자

한편 여당이 야당의 오염수 투기 반대 목소리를 '반일(反日)몰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부터 'NO JAPAN' 구호가 나오고, 더불어민주당 회의 배경에서 이순신 장군이 오염수 투기 반대 문구와 함께 등장하는 등 민족주의와 반일정서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민족 간의 문제 혹은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핵 오염수 투기의 위험을 앞두고 우리에겐 지구촌의 관점이 필요하다. 일본 바다나 한국 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가 연결되어 있고, 지구가 유기체라는 점에서,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일어날 위험한 문제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 오염수 투기 반대운동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를 막아내고 핵 발전소를 멈추게 하는 운동으로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당장의 문제는 후쿠시마의 핵 오염수이겠지만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핵발전소 폐기물들을 막아야 할 수도 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로 겪고 있는 조마조마함과 두려움들을 또 겪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한국의 핵발전소도 예외는 아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아내는 목소리는 핵 발전소 설립을 막아내는 목소리로 더 거세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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