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집회·시위의 자유 특별보고관, 7년 만에 한국 찾을까

군인권센터, UN에 한국 '경찰력 남용' 방문조사 요청

시민단체가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력 오·남용'을 주제로 유엔(UN)의 특별보고관 방문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유엔 측에 발송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시행된 유엔 특보의 한국 방문조사 이후 7년 만에 다시 특보조사가 성사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대한민국 경찰력이 군사화되어 집회·시위 현장에서 오용되고 있다"며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집회·시위의 자유 특별보고관,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자의적 구금 실무위원회 앞으로 서한을 보내 이에 대한 유엔의 대한민국 방문조사를 촉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유엔의 특보 방문조사는 국가별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판단을 토대로 특정 주제 혹은 국가상황 별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유엔에 상시초청장(Standing Invitation)을 제출했고, 이에 별도의 허락 없이 특별보고관들이 한국을 방문조사할 수 있는 상태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엔 프랭크 라뤄 표현의 자유 특보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엔 집회·시위의 자유 특보가 한국을 방문해 각 주제별로 권리의 '후퇴'를 판정, 특별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센터는 현 정부의 경찰력 활용 실태를 보면 현재 경찰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임의적 규정과 해석을 오용하고 있으며 △특정 주최측의 집회를, 단순히 소음 및 교통에서의 시민 불편을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하여 시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유엔 방문조사 요청의 취지를 설명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 경찰은 야간집회도 허용하지 않겠다, (집회 대응에) 캡사이신을 동원하겠다, 물대포를 동원하겠다는 등 경찰을 무장집단으로 꾸려 집회자들을 적으로 간주해 진압작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라며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처럼 유엔 특보 조사가 필요한 정도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경찰은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지회, 민주노총 건설노조 등과의 마찰에서 집회 현장에 투입되는 기동대원을 대상으로 '특진'을 포상으로 내걸거나 '면책심사를 폭넓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경진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노조 등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부·여당 측에서는 '폭력집회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20년 발표한 일반논평 제37호에서 "평화적 집회라 함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집회이며, 단순히 교통이나 도보 통행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는 '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방한해 특보 조사를 진행한 마이나 키아이 집회의 자유 특보는 집회에 따른 '시민 불편'의 개념에 대해서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부당한 인권 제약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센터는 또한 "(서한을 통해) 경찰이 이미 폐기된 구식 물리적 무기와 훈련을 재도입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월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한 집중훈련의 배경으로 "특정 집회 주최 측을 지목하면서 시위대와의 몸싸움 및 최루액 분사 상황을 가정"한 바 있다.

센터는 이러한 경찰 동향이 "UN 법집행공무원의 무력 및 무기 사용에 관한 기본원칙(1990) 제12조 내지 제14조를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며 "치명성이 완화된 무기에 관한 UN 인권지침(2020)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센터는 경찰이 "건강상 무해함이 입증되지 않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6년만에 다시 준비하고, 집회 당일 경찰청장이 기동복 차림으로 언론 앞에 등장하고, 지난 4월 전 서울청장에게 고 백남기 농민 사망의 책임으로 유죄가 확정되었음에도 8년만에 살수차 사용을 재검토하는 등 일련의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유엔 측에) 군인권센터의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 정부가 이미 2008년 3월 3일 UN 특별절차의 상시방문권을 인정한 바, UN 조사단을 선제적으로 초청"한다며 "방한이 추진될 경우 이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제공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 국제인권과 관련해 불안한 입지를 몇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치러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고, 지난 1월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차 유엔 인권심의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유엔 특보 방문조사가 실제로 성사되고, 그에 따라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보고서로 채택된다면 인권과 관련해 한국이 가지는 국제사회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소장은 "(인권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국제적으로 보고되는 것은 결국 인권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를 떨어트리는 것"이라며 "현재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다음 선거에선)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아예 출마를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과 김형남 사무국장(왼쪽). 사진은 지난해 12월의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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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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