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시찰단 성격 두고 한국은 '협의', 일본은 '통보'?

"한국 이해 깊어지길 기대한다"는 일본, 시찰단 활동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설명'

후쿠시마 핵 발전소에 파견되는 한국 시찰단이 안전성 검증을 할 것이라는 한국의 주장과 단순 시찰만 할 것이라는 일본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찰단 활동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 성격에 대해서도 양국이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시작 전부터 시찰단 활동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11일 외교부는 "한일 양국 정부는 5월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이행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국장급 회의를 5월 12일(금)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한국 측은 외교부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일본 측은 외무성 카이후 아츠시(海部 篤) 군축불확산과학부장을 수석대표로 하여 양측 관계부처가 참석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날 일본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이 협의를 '국장급 회의'가 아닌, '브리핑 세션(Briefing Session)', 즉 '설명회'라고 정의했다. 양국 간 시찰단 활동의 구체적 사항을 '협의'하는 것이 아닌, 일본이 일방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간 사용하는 단어가 있는데 선호하는 단어가 달라서 그런 것"이라며 "내일(12일) 협의는 시찰단의 활동 범위 등 구체적 사항을 협의하는 자리"라고 말해 협의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미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과 시찰단의 활동을 '협의'하는 것보다는 시찰단의 활동 범위에 대해 일방적으로 '전달' 또는 '설명'하겠다고 계획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은 9일 한국 시찰단 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안전성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장을 보고 (방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용어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검증보다는 일본의 설명을 듣고 관찰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돌아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정부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한국 시찰단이 안전성 검증 활동을 수행한다고 해도, 일본이 시찰단 활동을 한국에 대한 '설명회' 정도로 치부한다면, 검증 결과의 신뢰성이 담보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IAEA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앞 바다에서 샘플링 작업을 하고 있다. ⓒIAEA

여기에 한국 정부가 시찰단 활동도 시작하기 전에 '오염수'라는 용어를 '처리수'로 바꾸기 위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한국 시찰단 파견은 안전성 검증이 아닌,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을 잠재우고 일본의 방류를 허용하기 위한 이른바 '절차적 요식행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오염수 관련 협상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과해 주요 방사능 물질 등을 제거한 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배출 기준에 맞게 처리된 물이 약 30%, 여전히 오염된 물이 나머지 70% 정도"라며 "다만 향후 처리 비율이 높아지면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 용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오염수에 대응하는 TF가 있고 저희는 일관되게 '오염수'로 부르고 있다"며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 변경할 것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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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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